셀트리온그룹의 3개 상장사 사내이사이자 각 이사회의 공동의장으로 28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받은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은 29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총회와 이사회에서 공식 승인된 만큼 2년간 현업에 복귀에 그룹의 미래 비전 확보를 위한 노력을 다할 예정”이라며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에서 3사 대표이사들은 내부 오퍼레이션에 집중하고, 이사회 공동의장으로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2021년 3월, 경영 일선에서 스스로 물러나면서 셀트리온그룹을 둘러싼 환경에 급격한 변화가 생길 경우 ‘소방수’ 역할로 다시 현직에 돌아올 것을 약속한 바 있다.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올해는 미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셀트리온그룹의 글로벌 점유율 확장에 중요한 기점이며, 오너 차원에서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는 현 경영진의 판단 하에 서 회장은 28일 주총을 계기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는 “2023년을 글로벌 영토 확장을 위한 중요한 시기로 판단하고, 향후 2년간 위기를 기회로 삼고 글로벌 탑티어 제약·바이오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준비를 본격화할 것”이라고 29일 밝혔다.
셀트리온그룹은 올해 미국에서 전이성 직결장암 치료제 ‘베그젤마(CT-P16)’,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유플라이마(CT-P17)’ 등 후속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선보일 계획이고, 차세대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기대하고 있는 ‘램시마SC’가 신약으로 올해 미국 FDA 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들 제품을 신속하게 미국 시장에 선보이고 시장 점유율 확장을 위해 미국 직판 체계를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아울러 소액주주 및 해외 투자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셀트리온그룹 제약 3사(셀트리온·셀트리온헬스케어·셀트리온제약) 합병 준비 작업도 구체화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현재 3사 합병과 관련된 법적 절차 및 실행을 위한 내부 실무 검토를 마무리했으며, 국내외 주간사 선정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금융감독원 심사 결과에 대한) 행정 절차가 올 7월에 끝나지만 금융시장이 언제 안정될지 모르니 기다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셀트리온그룹의 사업 경쟁력을 키우고 시너지를 낼 수 있도록 거시적 관점에서 글로벌 기업 인수(M&A)도 고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룹의 향후 사업 방향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우량한 매물을 엄격히 선별하고 월등한 미래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M&A를 위해 신속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요컨대 “올 상반기는 관찰하고 연말에 움직일 것”이라고 했다.
한편 28일 주총에서는 주가 폭락으로 손해를 본 주주들이 기존 경영진을 성토했다. 2020년 12월 40만원을 넘으며 고점을 찍었던 셀트리온 주가는 2년 새 60% 넘게 폭락했다. 현재 셀트리온 주가는 15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서 회장은 주총장에서 “요새 금융시장이 어렵다 보니 여러분한테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며 “여러분을 화나게 해 대단히 죄송하다”며 주주들을 달랬다.
노연홍 신임 한국제약바이오협회 회장은 29일 서울 서초구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사옥에서 가진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미래학자 레이먼드 커즈와일은 싱귤래리티(인공지능이 인간의 지능을 넘어서는 시점)가 2045년 도래할 것이라고 예언했지만 지금의 변화속도로 보면 그보다 빠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우리 제약·바이오산업은 이보다 빨리 움직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건복지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2023~2027년)과 관련, "정부가 마련한 산업 육성·지원 정책이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바로 추진돼야 한다"며 "정부가 2027년까지 목표를 설정했지만 4년밖에 남지 않아 쉽지 않은 일정이다. 실행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정부는 24일 △제약·바이오 글로벌 6대 강국으로 성장 △5년간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창출 △글로벌 50대 제약기업 3곳 육성 △의약품 수출 2배 달성 등 중점 추진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 일부는 재탕이고 협회가 내건 청사진과 비슷하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노 회장은 “정부의 목표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을 가지려면 신속한 산업 육성·지원정책 실행이 가장 중요하다”며 “제약바이오협회 회장으로서 임기 중에 구체적 성과로 화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노 회장은 2027년까지 글로벌 연 매출 1조원 규모의 블록버스터 신약을 2개 만들겠다는 정부 목표에 대해서도 이전과는 달리 현실화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는 “글로벌 빅파마들의 전통이 오래된 합성의약품 분야에서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이 선진국 대비 많이 뒤쳐져 있지만 바이오 분야에서는 격차가 크지 않고, 디지털 역량으로는 우리가 앞서나가고 있는 부분도 있다”며 “이런 것들이 융합적으로 발전한다면 속도를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의견에 동의한다”고 설명했다.
제약바이오 정책 컨트롤타워와 관련, 노 회장은 “이전에도 범부처 신약개발사업 등이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보건복지부, 산업부 등 부처간 연결이 종합적·현실적·체계적으로 이뤄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며 “이번에 (국무총리 직속 디지털·바이오헬스혁신위원회가 설치되면) 전체 그림을 갖고 조정하고 리드하는 거버넌스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범정부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하고, 그 안에서 R&D 자금을 사용하는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게 이전과 차별화된 부분”이라며 “기존과는 다른 변화를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그는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을 위해 R&D(연구개발) 투자 증액이 가장 중요하다고 봤다. 노 회장은 "우리나라 제약 산업계가 그간 축적된 자본 능력이 충분하지 않다"며 "정부 발표 내용 중 신약 개발에 대한 R&D 자금의 사용과 방법에 대해 혁신을 기하겠다는 내용이 들어있기 때문에 잘 진행된다면 퀀텀 점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 제약바이오 경쟁력으로 '디지털'을 꼽았다. 노 회장은 "디지털 관련 산업은 우리나라가 앞서 나가고 있어서 다른 것과 융합하면 빨리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며 "개인정보를 보호하되, 쌓인 데이터를 신약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공지능(AI) 신약 등 첨단기술 기반 제품 개발을 위해 AI를 활용하고자 하는 기업 연구팀을 모은 그룹에서 심도 있는 논의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제약주권 확보 방안과 관련,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이 나야 생산하는 것"이라며 "중국이나 인도에서 만드는 원료의약품이 가격 경쟁력이 있어서 기업들이 국내 원료의약품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예측하지 못했던 세계 경제·정치적 상황이 발생하면 의약품 공급난으로 국가와 환자가 큰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정부와 가격 문제 등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노 회장은 제27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보건복지부 보험급여과장, 보건의료정책본부장, 대통령실 보건복지비서관 등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청장, 대통령실 고용복지수석비서관 등을 지냈다. 지난 1일부터는 제22대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으로 취임해 2년 임기의 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