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바이오의공학부 최연호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현구 교수, 엑소퍼트 공동연구팀이 엑소좀과 라만신호, 인공지능 분석기술을 결합해 한 번의 혈액검사만으로도 폐암, 췌장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 등 6가지 암을 동시에 조기진단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27일 발표했다. 이 기술은 초기 기수 암의 존재를 확인할 뿐 아니라 암의 종류도 식별할 수 있다.

연구팀이 혈액 속 엑소좀의 패턴 변화를 나노기술과 인공지능 기술로 분석해 한 번의 테스트만으로 6종 암에 대한 정보를 한 번에 획득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엑소좀은 세포간의 소통에 관여하는 입자로, 세포의 종류 혹은 상태(정상 또는 질병)에 따라 다른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어 혈액으로부터 엑소좀을 분리한 후 메시지를 잘 읽어낸다면 해당 세포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특정 질병이 있는지 없는지를 비교적 쉽게, 조기에 알아낼 수 있다. 엑소좀은 몸속 종양세포의 분자정보를 간직한 상태로 혈액 속에 풍부하게 존재해 차세대 암 바이오마커로 각광받고 있다. 

혈액 내 엑소좀에서 검출된 신호로 다중암에 대한 정보를 획득해 암을 진단하는 메커니즘(고려대 제공)

연구팀은 혈액으로부터 엑소좀을 분리하고, 표면증강라만분광학 (Surface-enhanced Raman spectroscopy) 바이오센싱 기술을 통해 엑소좀의 분자구조 패턴을 대변할 수 있는 2만개 이상의 라만신호 데이터를 확보했다. 이를 기반으로 6종의 암을 동시에 식별할 수 있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구현했고, 알고리즘 학습에 이용하지 않은 520명의 정상인 및 암환자의 엑소좀 정보를 비교 분석했다.

엑소좀-라만 분광신호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해 암을 진단하는 메커니즘(고려대 제공)

그 결과 연구팀은 폐암, 췌장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간암에 대해서 97%의 정확도(ROC 커브의 AUC 기준)로 암의 존재를 감지할 수 있었고, 90%의 민감도와 94%의 특이도를 달성했다. 나아가 이 기술은 암의 존재 뿐만 아니라 평균 90% 이상의 정확도로 암종의 종류 (Tissue of origin)까지 식별해낼 수 있었다. 특히 2기 이하의 초기 기수에서도 88%의 암 진단 민감도를 나타냈으며 76%의 환자에서 암종 정보를 정확히 판별해내 암 조기진단을 위한 액체생검 기술로서의 가능성을 보였다. 

최연호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최근 암 진단 분야의 화두인 ‘다중암 조기발견(MCED; multi-cancer early detection)’이 가능해질 수 있다”며 “아직 암이 발견되지 않은 초기 암 환자를 더 빨리 치료 단계로 유도해 사망률 뿐 아니라 암 관리 비용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구 교수는 “이 연구는 소량의 혈액에서 분리한 엑소좀이라는 물질을 분석해 다양한 암종 및 초기 암을 높은 정확도로 진단할 수 있다"며 "고비용의 방사선 영상진단과 비교해 환자의 의료비 부담을 낮출 수 있고, 초기 암 진단을 통한 최적의 치료로 환자의 예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연구팀은 이 기술을 특허 출원하고 실제 진단검사에서 조속히 상용화하기 해 본격적인 개발 및 인허가 절차에 착수했다. 엑소퍼트는 올해 말 폐암 진단용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에 대한 식품의약품안전처 임상시험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를 필두로 다중암 동시조기진단에 대한 기술도 상용화하할 방침이다. 

신현구 박사는 “암종마다 추가적인 검출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더 많은 종류의 암으로 진단 표적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미 엑소좀 분리용 시약부터 라만신호 검출용 의료장비까지 핵심기술에 대한 의료기기 신고를 마쳤기 때문에 빠른 시일 안에 실제 진단검사에 기여할 수 있도록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단과 서울산업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세계적 권위의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 (Nature communications)’ (IF: 17.7)에 ‘Single test-based early diagnosis of multiple cancer types using Exosome-SERS-AI’이란 제목으로 3월 24일 게재됐다.

암은 조기발견이 치료 예후 향상에 중요하지만 암종별로 검사법이 서로 달라 검사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모되며, 특정 암종은 조기 발견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반해 액체생검(Liquid biopsy) 기술은 혈액과 같은 체액 속에 존재하는 종양세포가 분비하는 물질을 체외에서 검출하는 방법으로, 혈액검사를 통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다. 엑소좀은 액체생검의 주목받는 바이오마커로서 암 치료 및 예방 전략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