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림·김창수 연세대 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 교수와 노영 가천대 길병원 신경과 교수 공동 연구팀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 물질이 대뇌피질의 두께를 얇게 만들어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도를 높인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인바이런먼트 인터내셔널’(Environment International, IF 13.352) 최신 호에 게재됐다.
대기오염 물질은 호흡기를 통해 폐로 들어가 염증을 만들고, 이 염증이 몸 전체에 다양한 질환을 유발한다. 특히, 뇌에 도달하면 신경염증을 일으킨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통해 대기오염 물질이 대뇌피질 위축에 영향을 주는 것은 확인했지만, 인지기능 저하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근거는 없었다.
연구팀은 2014년 8월부터 32개월간 서울과 인천, 원주, 평창에서 뇌 질환이 없는 건강한 50세 이상 성인 640명을 대상으로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이산화질소(NO3) 등 주요 대기오염 물질 세 가지를 지표로 대기오염이 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연구 결과, 대기오염 물질의 농도가 올라가면서 대뇌피질 두께는 감소했다. 실제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농도가 10㎍/㎥, 이산화질소가 10ppb 높아질 때 대뇌피질 두께가 각각 0.04mm, 0.03mm, 0.05mm씩 줄었다.
이어서 연구팀은 뇌 영상 기반의 인공지능 기법으로 알츠하이머 치매 위험도를 예측하는 ‘알츠하이머 치매 뇌 위축 지수 평가’를 진행했다. 대상자의 대뇌피질 두께 축소 정도를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와 비교한 결과, 대기오염 물질로 인한 대뇌피질 감소 양상이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대뇌피질 위축 부위와 흡사했다. 대상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와 마찬가지로 대뇌피질의 네 가지 부위 모두 위축됐다.
미세먼지 농도가 10㎍/㎥씩 높아질 때마다 전두엽 두께는 0.02mm, 측두엽 두께는 0.06mm 감소했다. 초미세먼지 농도의 경우 10㎍/㎥씩 상승할 때마다 측두엽 두께가 0.18mm 줄었다. 이산화질소 농도가 10ppb 증가하면 전두엽과 두정엽이 0.02mm, 측두엽은 0.04mm, 뇌섬엽은 0.01mm 감소했다.
조재림 교수는 “이번 연구로 대기오염 물질이 대뇌 피질을 위축시켜 인지기능을 떨어뜨리고 치매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기오염이 심할 때는 외출을 삼가며 바깥 활동 시 보건용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