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성 황반변성에서 안과 분야 최초의 이중특이성 항체(Bispecific antibody) 주사제 생물학적제제인 ‘바비스모주’(Vabysmo 성분명 파리시맙 Faricimab-svoa)가 지난 1월 국내 허가를 받아 국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기존 바이엘의 ‘아일리아주사’(Eylea, 성분명 애플리버셉트 aflibercept), 노바티스의 ‘루센티스주’(Lucentis, 성분명 라니비주맙, ranibizumab), 노바티스의 최신약인 ‘비오뷰프리필드시린지’(Beovu, 성분명 브롤루시주맙 Brolucizumab)를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로슈는 지난 7일, 바비스모 국내 허가를 기념하는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김재휘 건양대 김안과병원 망막질환 담당 안과 교수를 연자로 바비스모의 장점을 소개했다.
바비스모는 망막질환의 두 가지 주요 질환 발병 경로인 혈관내피성장인자A(vascular endothelial growth factor-A, VEGF-A) 및 안지오포이에틴-2(angiopoietin-2, Ang-2, ANGPT2) 경로를 동시에 억제한다.
신생혈관성(습성) 연령관련 황반변성(neovascular or wet age-related macular degeneration, nAMD)과 당뇨병성 황반부종(diabetic macular edema, DME) 치료제로 미국과 유럽에서 2022년 1월과 9월에 승인받았다.
바비스모의 허가는 총 3000명 이상의 nAMD 및 DME 환자가 참여한 4건의 대규모 글로벌 임상연구를 근거로 이뤄졌다.
4건의 임상에서는 치료 중 바비스모에 대한 반응을 평가, 부종의 상태나 질병활성도에 따라 치료 간격을 조절했다.
그 결과 nAMD 치료 관련 임상연구(TENAYA 및 LUCERNE)와 DME 치료 관련 임상연구(YOSEMITE 및 RHINE)에서 모두 치료 2년 차에 바비스모 투여 환자의 5명 중 3명(약 60%)은 4개월의 투약 간격을 유지했다.
nAMD 및 DME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안구내 주사제 중 허가 임상을 통해 치료 간격을 16주까지 연장한 것은 바비스모가 유일하다는 게 로슈의 설명이다.
또 치료의 기준이 되는 해부학적 변화도 대조군인 애플리버셉트보다 더 빠르게 개선한 것으로 나타났다. 망막질환에서 황반중심두께(central subfield thickness, CST) 등을 포함한 해부학적 지표는 시력과 연관성이 높은 지표다. 망막 내 삼출물로 인해 CST가 두꺼워지면 더 큰 시력 저하를 야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바비스모는 nAMD 치료 관련 임상연구의 통합 분석 결과, 초기 2회 투여 이후 환자의 75%에서 망막내액(intra-retinal fluid, IRF, 증가할수록 빈약한 시력을 초래)/망막하액(sub-retinal fluid, SRF, 증가할수록 좋은 시력을 유도) 비율이 감소됐으며, 4개월(16주) 간격 치료 1년 차에는 환자들의 CST가 애플리버셉트 투여군과 유사한 수준으로 감소했다.
DME 치료 관련 임상연구에서도 초기 4회 투여 이후 환자의 75%에서 황반중심두께가 325㎛ 미만으로 감소, 시력 및 해부학적 개선이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모든 임상연구에서 새로운 또는 예상하지 못한 이상반응은 관찰되지 않았으며, 망막혈관염도 보고되지 않았고, 그밖의 이상반응은 애플리버셉트와 유사했다.
김재휘 교수는 “기존에 라니비주맙이나 애플리버셉트도 임상연구에서는 효과가 좋았지만, 실제 임상현장에서의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바비스모가 임상의들이 치료현장에서 느끼는 한계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라니비주맙이나 애플리버셉트는) 4주 간격 또는 8주 간격으로 주사할 경우 대부분의 환자에서 어느 정도 이상의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실제 진료환경에서는 잦은 주사와 비용 부담으로 4주마다 주사하기 어렵다”며 “치료효과가 조금 떨어진다 하더라도 편안함과 효율을 추구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현재 라니비주맙은 한 달에 한번, 아일리아는 두 달에 한번 맞는 게 일반적이다. 자주 맞아야 하는 것은 항체라는 약물 특성상 일정 시간이 지나면 배출되기 때문이다.
실제 신생혈관성 노인성 황반변성(nAMD) 환자 1329명(TENAYA 671명, LUCERNE 658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두 건의 3상 임상에서 최대 4개월 간격으로 바비스모 치료를 받은 환자들을 1년 시점에서 분석한 결과 대조군인 아일리아 2개월 치료와 비열등한 수준의 시력개선 효과를 보였다. 바비스모 투여군의 절반가량은 치료 1년 차에도 4개월 투약 간격을 유지했다.
4개월로 투약 간격이 늘어나면서 안구에 주사를 맞아야 하는 투여 방식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김 교수는 기대했다.
그는 “망막질환에서 부종이 잘 안 빠지는 것은 자주 주사하면 얼마든지 뺄 수 있는데 너무 잦으면 치료를 포기하게 된다”며 “바비스모는 기존 치료제보다 더 높은 비율로 부종을 뺄 수 있다는 데이터가 나와 그동안 치료반응이 제한적이었던 환자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바비스모가 이중 경로 차단이라는 기전의 장점이 돋보인다고 강조했다. 그는 VEGF-A만 억제해도 망막질환을 상당 부분 치료할 수 있다면서도 Ang-2와 VEGF-A를 동시에 차단하면 망막질환의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란 가설에서 바비스모의 임상 연구가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Ang-2는 염증과 허혈(혈액누출)을 유발하며, 간접적으로 VEGF-A 발현을 증가시킨다. VEGF-A는 신생혈관의 증식과 허혈을 유도한다. 두 경로는 종합적으로 망막혈관의 불안정성으로 황반변성을 악화시키게 된다.
김 교수는 “기존에도 VEGF-A와 다른 요인들을 함께 차단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모두 실패했다”면서 “반면 바비스모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조절해 두 병인을 해결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무엇보다도 “바비스모 16주 간격 투여가 애플리버셉트의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기대되는 8주 간격 투여보다 해부학적 결과(CST, IRF/SRF 비율 등)는 더 나았다”며 “바비스모가 진료 부담을 크게 줄여줄 수 있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VEGF-A와 Ang-2를 동시에 차단해 효과가 장기간 지속되는 만큼, 기존의 치료제들과는 달리 허가 임상에서 확인된 효과가 실제 임상연구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했다. 나아가 치료비와 일상생활 영위와 관련한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기존 치료제에 대한 급여기준 역시 최선의 진료를 어렵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뇨병성망막부종(DME)의 경우 급여 기준상 건강보험을 인정받을 수 있는 주사 횟수가 제한되어 있는데, 8주 간격으로 투약하면 금세 소진된다”며 “자주 쓰면 효과가 좋지만, 실제 진료 환경에서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을 제외하면, 효율성을 따져서 주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노바티스의 비오뷰와 관련, “부종 개선 등 해부학적 효과가 뛰어나지만 안내염 등의 위험부담을 안고 쓸 의사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또 DME에서 바비스모가 애플리버셉트보다 임상연구에서 염증반응이 더 심한 것으로 나왔지만 주로 혈관염이지 안내염은 드물 것이라고 추정했다.
최인화 한국로슈 인허가 담당 리드는 “바비스모는 전 세계 50여개국에서 허가를 받았고 A7국가와 호주 등에서 급여를 받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허가가 나기 이전인 지난해 말 급여를 신청했으며, 급여화를 통해 신약을 신속하게 공급하겠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비급여 조건에서 어떤 환자에게 바비스모를 추천하겠냐는 질문에 대해 “기존 약에 한계가 있고, 장기적으로 증상이 악화되고 있는 환자에게 권하겠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