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은 간에서 만들어진 담즙을 저장하고, 식사 후 담즙을 배출해 소화를 돕는 기관이다. 담즙이 배출되는 길목이 여러 이유로 정체되거나 막히면 담낭에 염증과 세균증식이 발생하는데, 염증이 심해지면 혈액 속에 세균이 돌아다니는 ‘패혈증’으로 발전할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신일상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와 담낭염에 대해 알아본다.
신일상 교수는 “담낭염은 통증이 거의 없는 경증 환자부터, 패혈증으로 진행돼 중환자실 치료를 받는 환자까지 증상의 폭이 넓다. 담낭염이 심하면 담낭 일부가 터져 복막으로 염증이 번질 수 있고 복막염은 패혈증으로 진행할 수 있으므로, 통증이 심하거나 명확하면 즉시 병원에서 정확한 검사와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담낭염 주요 증상은 명치나 오른쪽 윗배 통증과 고열, 오한, 구역, 구토 등이다.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기분 나쁜 중압감만 호소하거나 위염이나 소화 불량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담낭염의 전형적인 통증인 ‘담도산통’의 특징을 알아두면 좋다. 담도산통은 주로 명치와 오른쪽 윗배에 발생하고, 오른쪽 날개뼈 아래나 어깨 쪽까지 퍼져나갈 수 있으며, 통증 지속시간은 1~4시간으로 연속적이다.
담낭염 90% 이상은 담석이라고 부르는 딱딱한 돌이 원인이 돼 발생한다. 고령, 비만, 급격한 체중 감량 등으로 담낭 기능이 떨어지면 고여있던 담즙이 응고돼 담석이 잘 생긴다. 이때 담낭을 돌아다니던 담석이 담낭 입구를 막으면 염증이 생겨 담낭이 부풀어 오르고, 세균이 증식하는 담낭염이 발생한다.
또, 여성호르몬이 담즙 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기 때문에 임신 중이거나 경구피임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담석이 잘 생긴다고 알려졌다. 담낭염은 진단 시 증상,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 전산화 단층 촬영(CT) 등 영상 검사 결과를 종합해 진단한다. CT는 담낭염 뿐 아니라 연결된 담도와 간 이상을 균일하게 파악하고 복강 내 다른 염증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복부 초음파는 CT에서 잘 보이지 않는 방사선비투과성 담석이 잘 보일 수 있으므로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
담낭염으로 진단되면 입원 후 금식 치료, 항생제 치료, 수액 보충 등 내과적 치료를 통해 염증을 가라앉히고, 담낭절제술을 시행해야 한다. 최근 담낭절제술은 복강경을 통해 최소 침습 수술로 진행되므로 수술 후 빠른 회복이 가능하다. 담낭염을 수술하지 않으면 당장은 증상이 완화되었더라도 25% 이상 재발하므로 한 번 담낭염이 생겼다면 담낭절제술을 시행하는 것이 좋다.
신일상 교수는 “담낭이 없으면 소화 기능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담낭은 담즙을 만드는 기관이 아닌 저장하는 기관이기 때문에, 담낭절제술을 시행해도 소화 기능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는 거의 없으니 안심해도 된다”고 말했다. 이어 “담석의 주재료는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이다. 담낭염을 예방하려면 식이섬유가 많은 음식을 먹어 콜레스테롤과 담즙산이 서로 엉겨붙지 않도록 하고, 저지방 식이를 통해 콜레스테롤 양을 줄여주는 것이 좋다. 또, 정기적인 초음파 검사를 통해 담낭염 원인이 되는 담석을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오른쪽 윗배에 담도산통이 느껴진다면 지체하지 말고 빨리 병원에서 검사를 통해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