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릴리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JAK 억제제 ‘올루미언트정’(Olumiant 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이 18세 이상 성인 중증 원형탈모 치료제로 허가받았다고 2일 밝혔다.
그동안 원형탈모증을 적응증으로 승인된 치료제는 없었고, 기존 권고된 치료제는 유효성을 지지하는 근거가 제한적이었다. 이 약은 2022년 6월 13일, 미국에서 생물학적제제로는 처음으로, 또 전신요법제(경구약 또는 주사제) 사상 처음으로 중증 원형탈모증 치료제로 승인받았다. 이 약은 국내서 중등도~중증의 류마티스관절염 및 중등도~중증의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허가받았으며, 종근당이 공동 판매하고 있다.
올리미언트의 원형탈모증 적응증 확대는 미국과 마찬가지로 BRAVE-AA1, BRAVE-AA2 등 2건의 3상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들 연구에는 탈모증 중증도 평가지표(Severity of Alopecia Tool, SALT)로 두피 부위의 50% 이상에서 탈모 증상이 나타난 성인 원형탈모증 환자 1200명이 참여했다. 이 임상에는 총 10개 국가가 참여했으며, 한국은 두 연구에 모두 포함됐다. 임상 결과는 2022년 5월 가장 저명한 의학 학술지 중 하나인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을 통해 발표됐으며, NEJM가 선택한 2022년 주목할 만한 논문(Notable Articles of 2022)으로 선정됐다.
두 연구의 1차 평가지표는 치료 36주차 SALT 점수 20점 이하(모발로 덮인 두피 80% 이상, 탈모 범위 20% 이하)를 달성한 비율로 설정했다. 주요 2차 평가지표는 두피 모발평가 환자보고 결과(Scalp Hair Assessment Patient-Report-Outcome, PRO), 눈썹 및 속눈썹 탈모 임상의 평가(ClinRO Measure for Eyebrow Hair Loss, ClinRO Measure for Eyelash Hair Loss) 등 10가지였다.
연구 결과, 올루미언트는 치료 36주차 시점에서 모발 재성장 효과와 관련 위약 대비 우월성을 나타냈다.
BRAVE-AA1 연구에서 올루미언트 투여군의 36주차 SALT 20점 이하 달성률은 4mg 용량에서 38.8%, 2mg 용량에서 22.8%를 보이며 위약군(6.2%) 대비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P<0.001).
BRAVE-AA2 연구에서도 올루미언트 투여군은 위약 대비 유의하게 높은 SALT 20점 이하 달성률을 보였다. 4mg 용량에서 35.9%, 2mg 용량에서 19.4%를 보이며 위약군(3.3%) 대비 유의한 개선을 보였다(P<0.001).
또 올루미언트(4mg) 투여군의 주요 2차 평가지표 결과는 1차 평가지표 결과를 지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작용으로 인해 치료를 중단한 환자 비율은 낮았고,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대부분 경증~중등도였다. 현재 장기 투여에 따른 이상반응을 확인하기 위한 장기추적 연구가 진행 중이다.
김문범 부산대병원 피부과 교수(대한모발학회 회장)는 “중증 원형탈모증은 치료가 시급하게 필요한 중증 질병이지만 많은 환자들이 제한적인 치료 효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며 “새로운 치료제 국내 도입을 기점으로 환자들이 최적의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학회 차원에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대한모발학회가 2022년 발표한 새로운 원형탈모 치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모발이 50% 이상 소실된 성인 원형탈모증 환자의 치료에서 경구용 JAK억제제는 전신 면역억제제(전신 스테로이드±경구용 사이클로스포린 요법) 또는 접촉 면역요법(다이페닐사이클로프로펜온, DPCP)과 함께 1차 치료 약제로 권고됐다.
원형탈모증은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으로, 모발의 일부분을 외부 물질로 잘못 인식해 면역 반응이 일어나 모발을 공격해 모발들이 자라지 못하고 빠짐으로써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원형탈모의 유병률은 약 1~2%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 사회활동이 활발한 20~30대가 전체 환자의 40~60%를 차지한다.
원형탈모증 환자들은 외모 변화로 인해 대인관계와 더불어 사회생활 전반에 어려움을 느끼며 우울증, 불안 장애와 같은 심리적인 문제로 인해 삶의 질이 크게 하락할 수 있다. 재발 위험이 높고, 전두·전신 탈모와 같이 범위가 넓거나, 어린 연령에서 발병하거나, 탈모가 진행된 지 오래된 경우 등은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