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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Z ‘임핀지’ 12년 만에 담도암 표준 ‘젬시스요법’ 아성 허물어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3-01-31 20:12:59
  • 수정 2023-12-31 14: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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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망위험 기존 표준요법(젬시스) 대비 24% 낮춰 … 세부 아형에서도 일관된 효과 확인

“2010년 ABC-02 임상시험 이후 10여년 간 아주 제한적인 변화만 있던 담도암 치료옵션에서 TOPAZ-1 임상시험은 ‘임핀지’ 병용요법이 사망위험을 24% 낮춤으로써 새로운 표준요법이 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오도연 서울대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자신이 주도한 TOPAZ-1 임상시험의 의미를 31일 서울 소공동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국아스트라제네카 주관 ‘임핀지 담도암 적응증 국내 승인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했다.


아스트라제네카(AZ)의 PD-L1 억제제인 ‘임핀지주’(Imfinzi 성분명 더발루맙 durvalumab)는 2022년 9월 5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적응증을 승인받았고, 두 달 후인 11월 10일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같은 허가를 얻었다. 


2010년 4월 8일, 영국 연구진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 NEJM)에 젬시타빈+시스플라틴 병용요법(gemcitabine/cisplatin, 젬시스 요법)이 젬시타빈 단독요법에 비해 생존기간을 연장하지만 항암제 독성을 늘리지는 않는다는 ABC-02 3상 임상연구 결과를 게재했다, 


피험자 410명(젬시스요법 204명, 젬시타빈 단독군 206명) 중 추적기간 중앙값 8.2개월 시점에 327명이 사망했고 전체생존기간 중앙값은 전자가 11.7개월로 후자의 8.1개월보다 길었다. 무진행생존기간은 젬시스요법이 8개월에 달했지만 젬시타빈 단독군은 5개월에 그쳤다.


비록 단일 국가 연구였지 젬시스 요법이 젬시타빈 단독요법에 비해 사망의 위험을 36%,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은 37%를 줄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담도암 1차 항암요법의 표준으로 자리잡아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2010년 이전까지는 5-FU(플루오로우라실)를 기반으로 한 독성 강한 항암화학요법이 절제 불가능한 진행성 담도암 치료에 가장 흔하게 활용됐다. 유효성 대비 독성이 강한데다가 임상시험 규모가 작아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담도암은 췌장암과 마찬가지로 조기 발견이 어렵고, 재발이 많아 예후가 좋지 않은 암종이다. 조기에 진단돼 절제 가능한 담도암 비중은 약 35%를 차지한다. 65%는 절제 불가능하고 예후가 좋지 않다.


담도암은 담관, 담낭, 유두부에서 생기는 암세포로 이루어진 희귀하고 공격적인 암이다. 담도암은 간 안쪽 담관에 발생하는 간내 담도암(intrahepatic cholangiocarcinoma, ICC)과 간 바깥쪽 담관에 발생하는 간외 담도암(extrahepatic cholangiocarcinoma, ECC), 담낭에 발생하는 담낭암(gallblader carcinoma, GBC), 바터팽대부암(ampulla of Vater, AOV cancer)으로 구분된다. 바터팽대부는 담관과 췌장관이 십이지장벽에서 합쳐지는 부위는 십이지장유두라고도 하며 바터팽대부암을 담도암으로 보지 않는 경우도 많다. 대다수 담도암 약물치료 연구에서는 바터팽대부암이 제외된다. 


담관암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흔하게 나타나며 서구 국가의 발생률 역시 증가하고 있으며, 담낭암은 일부 남아메리카와 인도, 일본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한국은 칠레(인구 10만명 당 9.7명)에 이어 담도암 발생률 세계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서양인에 비해 아시아인에서 질병부담이 훨씬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젬시스요법은 전체생존기간이 11.7개월로 1년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이에 지난 10여년 간 젬시스요법을 넘어서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으나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한아스트라제네카(AZ)의 PD-L1 억제제인 ‘임핀지주’

이 가운데 2015년을 전후로 면역항암제들이 등장하면서 전기가 마련됐다. 오도연 교수가 젬시스 요법에 면역항암제를 추가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아스트라제네카가 이에 호응하면서 TOPAZ-1 3상이 시작됐다.


TOPAZ-1은 이전 치료 경험이 없는 절제 불가능한 국소진행성 또는 재발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환자 685명을 대상으로 젬시스요법(젬시스+위약)과 젬시스+임핀지 병용요법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한 피험자 무작위 배정, 위약대조 방식의 3상 임상시험이다. 


특히 환자들 가운데 절반 이상(54.6%)이 아시아인이었으며, 담도암 중 ICC, ECC는 물론 상대적으로 젬시스요법의 효과가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GBC 환자들까지 포함했다. 


17개국 105개 의료기관에 등록된 685명의 환자들은 임핀지 병용요법군과 위약군(젬시스+위약)에 1대 1로 배정돼 8주기(cycle)에 걸쳐 3주(21일)마다 투여했다. 임핀지 병용군은 임핀지를 투약 주기 당 1일차에 정맥 내 투여하고, 젬시타빈과 시스플라틴은 각각 주기 내 1일차와 8일차에 투여했다. 8주기를 마친 이후엔 질환 진행 또는 허용 불가능한 독성 발생 등의 이유로 투여를 중단할 때까지 임핀지 또는 위약을 4주 간격으로 최대 2년까지 단독 투여했다. 


연구의 1차 평가지표는 전체생존율, 2차 평가지표는 무진행생존율(Progression-Free Survival, PFS), 객관적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 반응지속기간(Duration of Response, DoR), 안전성 등으로 정의했다.


연구 결과는 고무적이었다. ‘TOPAZ-1’ 임상 결과는 2022년 1월 20~22일 개최된 미국임상종양학회 위장관암(ASCO GI 2022)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데 이어 NEJM 6월호에 게재됐다.


ASCO GI 2022에서 발표된 1차 임상시험 분석에서 전체생존율을 통계적으로 의미있게 개선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차 분석은 2021년 8월 11일 시점(컷오프)의 자료로 임핀지 병용요법군의 중앙 추적관찰 기간은 13.7개월, 위약군은 12.6개월이었다.


분석 결과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임핀지 병용군이 12.8개월, 위약군은 11.5개월로, 임핀지군의 사망위험이 20% 더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HR=0.80, 95% CI 0.66-0.97, P=0.021).


18개월까지 살아 있는 전체생존율은 임핀지군이 35.1%, 위약군은 25.6%였으며, 24개월차 전체생존율은 24.9%와 10.4%로 집계됐다.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임핀지군이 7.2개월, 위약군이 5.7개월로 역시 임핀지군의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이 25% 더 낮았다(HR=0.75, 95% CI 0.63-0.89, P=0.001).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 ORR)은 임핀지군이 완전반응(Complete Reponse, CR) 2.1%(7명) 포함 26.7%, 위약군은 완전반응 0.6%(2명) 포함 18.7%로 집계됐다.


질병조절률(Disease Control Rate, DCR)은 85.3%와 82.6%, 반응지속기간 중앙값은 6.4개월과 6.2개월로 큰 차이는 없었으나, 12개월 이상 반응이 유지된 환자는 임핀지 병용군이 26.1%로 위약군의 15.0%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3, 4 등급의 치료 관련 이상반응은 임핀지군이 62.7%, 위약군은 64.9%였다. 이상반응으로 인한 치료 중단율은 각각 8.9%와 11.4%로 오히려 임핀지 병용요법이 더 낮았다. 치료관련 사망은 임핀지군에서 2명(0.6%), 위약군에서는 1명(0.3%)이 발생했다.


이런 연구결과를 근거로 지난해 9월 FDA 승인에 이어 같은 해 11월 식약처 승인이 나왔다. 2022년 7월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담도암 치료를 위한 1급(Category 1) 1차 약제로 임핀지 병용요법을 암 치료 임상실무 가이드라인에 추가했다.


이후로도 오도연 교수는 TOPAZ-1 연구의 추가 분석 결과를 지난해 12월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총회(ESMO Asia 2022)에서 더 소상하게 발표했다.


담도암의 발생 부위(ICC, ECC, GBC)나 PD-L1 발현율 차이, IDH1·ERBB2·BRCA1/2·BRAF·FGFR 등 다양한 변이의 차이에 의한 효과 차이를 분석했다. 결론은 유형에 상관 없이 일관된 유익성을 보였다. 오 교수는 기자간담회에서 “담도암 유형 간 약효 차는 발견되지 않았다”며 “다만 수치적으로 GBC에서 가장 잘 듣고 다음으로 ICC, ECC 순으로 비슷하게 효과를 내는 것이 관찰됐으나 더 많은 데이터 축적과 추적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장기 추적관찰 연구 결과 면역항암제 특성 중 하나인 투약 후 증세가 악화되지 않을 경우 장기간 생존을 보이는 현상, 즉 ‘롱테일’ 효과가 확인됐다”며 “여느 PD-1, PD-L1 억제제와 마찬가지로 임핀지도 잘 듣는 환자에겐 잘 듣고, 잘 듣지 않는 환자에게는 잘 안 듣는 성향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지난달 21일 폐막한 미국임상종양학회 소화기암 심포지엄(ASCO GI 2023)에서는 TOPAZ-1 추가 관찰 결과가 발표됐다. 임핀지 병용요법군에서 생존의 이득이 더 커졌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임핀지 병용요법군이 23.4개월, 위약군은 22.4개월(중앙값 기준) 시점의 분석 결과로, 임핀지 병용요법군의 전체 생존기간 중앙값은 12.9개월, 위약군은 11.3개월이었다.


사망 위험은 임핀지 병용요법군이 위약군보다 24% 더 낮아(OS HR=0.76, 95% CI 0.64-0.91), 앞선 1차 분석 당시 20%보다 더 개선됐다.


12개월, 18개월, 24개월 시점의 전체생존율은 임핀지 병용요법군이 54.3%, 34.8%, 23.6%였다. 위약군은 47.1%, 24.1%, 11.5%로 양 군 간 간격은 더욱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다.


오 교수는 “ABC-02 연구와는 달리 TOPAZ-1에서 임핀지 병용요법군은 시간이 흐르면서 위약군보다 생존의 이득이 더 크게 벌어지는 양상을 보였다”며 “임핀지가 이를 올려 놓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TOPAZ-1 임상연구의 모집단 685명은 1차 치료제로서의 효과를 평가하는 3상 임상연구로는 모집단수가 크지 않다”며 “여느 항암제가 1500명 안팎의 모집단을 대상으로 3상을 진행하는 것에 비하면 1차 분석에서 곧바로 1차 평가지표를 충족한 아주 럭키한 연구”라고 지적했다. 그는 “모집단이 작아서 PD-L1 발현율 등 바이오마커에 따른 항암제 효과의 통계적인 차이를 평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두 그룹에서 질병이 진행한(Progressive Disease, PD) 환자의 그래프가 완벽하게 겹친다”며 “젬시스 병용요법에서 질병이 진행하는 환자는 임핀지를 추가해도 질병이 진행한다는 의미로, 환자를 선별하는 것이 과제”라고 보완책을 제시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 교수는 “임핀지는 젬시스요법 이후 10여년 간 아무런 발전이 없던 담도암 치료에서 면역항암제 최초로 담도암 1차 치료 적응증을 승인받아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을 개척했고, 미충족 수요가 크고 치료법 발전이 정체된 담도암에서 분위기를 일신했다”고 강조했다.


면역관문억제제의 선두주자이자 최대 블록버스터인 미국 머크(MSD)의 PD-1 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과 관련해서는 담도암 관련 KEYNOTE-966 연구는 2019년 7월 1일 시작됐지만 2022년 12월 15일에 첫 결과가 나왔다. 오 교수는 “예상대로 라면 2022년 1월초에 결과가 나왔을 것”이라며 “예기치 못한 변수들이 나타나 결과 발표가 늦어졌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담도암에서만큼은 임핀지가 키트루다에 우위를 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담겨 있는 멘트다. 


지난 1월 25일 MSD가 발표한 KEYNOTE-966 임상시험 최종 분석 결과 키트루다와 표준 화학요법(젬시타빈 및 시스플라틴, gemcitabine and cisplatin) 병용요법은 진행성 또는 절제 불가능 담도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서 전체 생존기간(OS)을 화학요법 단독 대비 통계적으로 유의하고 임상적으로 유의미하게 개선시킨 것으로 입증됐다. 다만 구체적인 수치는 이날 공유되지 않았다. 현재까지 구체적인 결과가 공개된 연구 중 TOPAZ-1 외에 아직 젬시스요법을 넘어선 논문은 발표되지 않았다고 오 교수는 부연했다. 


ASCO GI 2023에서는 로슈의 PD-L1 억제제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과 젬시스 병용요법을 VEGF 억제 단일클론항체인 베바시주맙(bevacizumab)+아테졸리주맙+젬시스 병용요법과 비교한 IMbrave 151 2상 임상결과가 소개됐다. 전자는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 7.9개월인 반면 후자는 8.3개월로 차이가 미미했다. 6개월 차 무진행생존(PFS) 달성율은 각각 63.1%(95% CI, 52.6%-73.6%), 78.2%(95% CI, 68.8%-87.7%)로 통계적으로 유의했다.


IMbrave 151 연구는 PD-L1 억제제, VEGF 차단제, 화학요법제를 병용해 담도암에서 1차 치료제로의 가능성을 평가한 첫 무작위 배정 비교 임상시험이었다. 


이에 대해 미국 뉴욕의 메모리얼슬로언케터링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 MSKCC)의 이메인 엘 디카(Imane H. El Dika) 교수는 “모집단이 작고, 추적관찰기간이 짧아 호의적으로 데이터를 평가할 수 없다”며 “더발루맙+젬시스 병용요법이 현재로서는 최전선(1차) 담도암 치료제”라고 일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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