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겨울방학 시즌이 돌아왔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시작한 2022년을 뒤로 하고 우리 아이들에게 온전한(?) 휴식의 시간이 찾아온 것이다. 사실 요즘 우리 아이들에겐 방학이라고 별반 특별할 건 없지만, 그래도 며칠 짬을 내 가족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스키장이나 스케이트장을 찾아 눈과 얼음을 지치며 잠시나마 일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
여기에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 아이들의 건강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동안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살피지 못했던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방학이다. 성장은 나이에 맞춰 제대로 하고 있는지, 특별히 아픈 곳은 없는지, 스트레스는 없는지…. 살필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깨높이 다르고 한쪽 등 튀어나왔다면 척추측만증 가능성 높아
학교를 다니는 우리 아이들이 특히 많이 앓는 질환이 있다. 바로 척추가 옆으로 휘어지는 ‘척추측만증’이다. 전체 척추측만증 환자의 80~85%가 청소년기에 발견되고 10대 환자가 40% 이상을 차지한다는 통계도 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척추측만증으로 진료를 받은 9만4158명 가운데 40.2%가 10대(10~19세)로 가장 많았다. 다음은 20대 16.3%, 30대 7.7% 순이다.
우리 몸의 중심축 역할을 하는 척추는 7개의 경추와 12개의 흉추, 요추, 천추, 미추 등 33개의 뼈로 구성된다. 척추는 정면에서 봤을 때 1자, 측면에서 봤을 때 완만한 S자의 만곡형이 정상이다. 그러나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해 척추가 틀어지고 휘어지게 되면 정면에서 볼 때 C자나 S자의 형태가 나타나는데, 이때 10° 이상의 척추 변형을 ‘척추측만증’이라고 한다.
척추측만증은 척추 변형으로 골반이나 어깨의 높이가 서로 다르거나 몸통이 한쪽으로 치우쳐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변형이 심한 경우 심장, 폐 등 주위의 장기를 압박해 심각한 합병증까지 일으킬 수 있다.
김재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척추측만증 진단이 늦어지거나 제때 치료하지 않고 방치되면 척추가 더욱 휘어지고 심한 변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좌우 어깨높이가 확연히 차이가 나거나 한쪽 등이 튀어나왔다면 척추측만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원인 모르는 특발성 대부분… 자녀 성장·신체변화에 관심 가져야
척추측만증은 크게 특발성, 선천성, 신경-근육성 세 종류가 있다. 일반적으로 특발성, 즉 원인을 알 수 없는 척추측만증이 전체의 85~90%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특발성 척추측만증은 주로 사춘기 전에 발생하고 여아에서 심하게 나타난다. 20° 이내의 경(輕)한 경우는 여아가 남아의 2배, 40~50° 이상으로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여아가 10배 더 많은 것으로 알려진다. 가족 중 척추측만증이 있다면 발생률은 약 20%까지 올라간다. 일반적인 발생률 2%보다 10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척추측만증은 통증 등 증상이 거의 없고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초경이나 10세 전후부터 성장이 멈출 때까지 급격히 진행하는 경향을 보인다. 조기에 발견하면 보조기를 통해 치료할 수 있지만, 성장기가 지난 이후 아주 큰 각도로 휘어진 상태에서는 척추를 고정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김재원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특발성 척추측만증 청소년의 경우 조기진단을 통한 재활치료, 보조기 등의 적절한 치료가 중요하다”며 “부모들은 자녀의 자세나 성장, 신체 변화에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휘어진 각도 따라 치료 달라… 환자에 맞는 치료법 찾아야
척추가 20°이하로 휘어진 경우 특별한 치료는 필요하지 않고 4개월에서 1년 간격으로 엑스레이로 추적 관찰한다. 이때 각도가 급격히 증가하거나 각도가 20° 이상으로 증가하면 보조기 착용이 필요하다. 보조기의 착용 여부, 종류, 착용 시간은 환자의 나이, 위치, 심한 정도에 따라 다르다. 보조기는 더 이상 휘어지지 않도록 방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보조기 착용 후에도 재활치료가 필수적이다. 여러 연구에서 커브 각도가 10° 이상으로 진단된 특발성 척추측만증 청소년을 대상으로 집중 재활치료를 시행한 결과, 각도가 줄어들거나 진행이 더뎌지는 경과를 보였고, 자세교정이나 운동기능 향상이 확인됐다.
척추측만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보조기를 착용하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척추측만증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있는 아이들이 대상이다. 따라서 치료 목표는 성장이 남아있는 아이들에서 더 이상의 측만 진행을 막는 데 둔다.
40~50° 이상 휘어진 경우에는 심폐기능 저하, 통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 나이와 만곡의 정도, 진행속도 등 환자 상태에 따라 수술을 고려한다.
김재원 교수는 “수술적 치료는 환자의 나이, 성장 정도, 척추의 휘어진 정도 등을 모두 고려해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척추측만증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재활치료나 보조기를 통해 더 이상 변형되는 것을 막을 수 있지만, 아주 큰 각도로 휘어진 상태에서는 수술적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척추 만곡이 더 진행되기 전에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