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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HER2-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 국내선 12% 차지, 1~2년 내 재발 위험 높아”
  • 정종호 ‧약학박사 기자
  • 등록 2022-12-14 11:20:55
  • 수정 2023-10-06 13: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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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주혁 연세대 교수, “릴리 ‘버제니오’가 환자의 6%를 살릴 수 있어”, “OS보다 IDFS나 DRFS 중시해야”

사이클린의존성키나제(cyclin-dependent kinase, CDK) 4·6 억제제 중 한국노바티스 ‘키스칼리정’(Kisqali, 성분명 리보시클립, Ribociclib)이 지난 9월 전체생존기간 연장을 특장점으로 내세우자 경쟁약인 한국릴리 ‘버제니오정’(Verzenio 성분명 아베마시클립, Abemaciclib)은 재발 가능성이 높은 조기 유방암 환자를 위한 최적의 선택이라는 메시지를 띄웠다. 


한국릴리는 지난 11월 18일, 버제니오가 호르몬 수용체 양성, 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 음성(HR+/HER2-), 림프절 양성의 재발 위험이 높은 조기 유방암 성인 환자의 보조 치료제로서 내분비요법제와 병용할 수 있는 적응증을 추가 획득한 것을 강조하는 기자간담회를 14일 서울 중구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손주혁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유방암은 2018년 국가암등록통계에서 전체 여성 암환자 11만5080명 중 20.5%(2만3547명)를 차지할 정도로 가장 비중이 높으며, 전세계적으로 전체 여성암의 14.5%가 유방암”이라고 운을 뗐다. 유방암은 BRCA1,2 변이에 의한 게 5~10%로 추산되며 가족력을 갖는 환자도 15~20%에 이른다. 


더욱이 최근에는 이른 초경, 늦은 폐경, 적은 자녀 출산, 고령 출산, 여성호르몬대체요법 및 피임약 사용 등 사회적 여건이 유방암 발병률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손 교수는 “검진 활성화, 유방암 인식 제고 등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유방암이 조기에 진단되는데, 그 중에서도 가장 흔한 아형인 HR+/HER2- 환자는 전체의 72.7%를 차지하고, 이들의 유방암 재발률은 17%에 이른다”며 ““HR+/HER2- 조기 유방암의 예후는 대체로 양호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고위험 환자들은 재발 가능성이 높아서 장기 생존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궁극적으로 모든 조기 유방암의 20~30%는 절제수술을 받아도 재발해 종국에는 완치가 불가능한 전이성(4기)에 이른다고 요약했다. 대부분은 진단 후 1~2년안에 재발할 위험이 높고 5년 이내에 재발하며, 5년 이후에도 재발의 위험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국내서 버제니오의 HR+/HER2-,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적응증에 부합하는 환자는 국내 전체 유방암 환자의 약 12%가 될 것이며 약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고 릴리 측은 밝혔다.


국내 통계에 따르면 일반적인 조기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은 90% 이상으로 타 질환 대비 높은 편이다. 그러나 △림프절 양성인 경우 △종양 등급이 3등급 이상으로 높은 경우 △종양 사이즈가 5cm 이상으로 큰 경우 △세포 증식 속도가 빠른 경우 등 재발 위험 인자를 가지고 있는 환자는 원격 재발 및 사망 위험이 일반적인 환자들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종양 크기가 5cm를 넘을 경우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57%(림프절 전이가 없는 경우)에서 21%(림프절 전이가 있는 경우)까지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형의 유방암 표준치료는 수술 후 재발 방지를 위해 보조적 내분비요법(아로마타제 억제제)을 시행하는 것이다. 손 교수는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1차 치료 이후 재발이 진행되는 시기는 주로 초기 1~2년으로, 재발과 사망 위험을 낮추기 위해 보다 효과적인 수술 후 보조치료가 필요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기 아로마타제 억제제 도입 이래로 HR+/HER2- 조기 유방암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이 부재해 의학적 미충족 수요가 존재했다”고 밝혔다.


손 교수는 “버제니오의 monarchE 임상시험은 HR+/HER2- 조기 유방암의 보조 치료로서 내분비요법과 병용하는 치료제로 약 20년 만에 성공적인 결과를 확인한 유일한 연구,”라며, “이번 적응증 확대 허가의 근거가 된 monarchE 코호트1에서 버제니오+내분비요법은 내분비요법 단독 치료 대비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IDFS; Invasive Disease-Free Survival) 지표를 통한 재발 위험(HR=0.680, 95% CI 0.572-0.808, P<0.0001) 감소 결과뿐만 아니라 원격 무재발 생존율(DRFS; Distant Relapse-Free Survival) 지표를 통해 원격 재발 위험 감소(HR=0.669, 95% CI 0.554-0.809, P<0.0001) 결과까지 확인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버제니오의 monarchE 임상시험의 2~4년차 결과. 해가 갈수록 버제니오 병용군과 내분비요법 단독군의 치료 성적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자료 한국릴리

2~4년차 버제니오 병용군과 내분비요법의 IDFS 및 DRFS의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며 계속 관찰해봐야 결론이 나겠지만 재발 가능성이 있는 유방암 환자(전체의 6%)를 살려낼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재발률을 낮추면 환자가 사망하지 않게 되는 만큼 전이 단계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보조요법을 통해 재발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손 교수는 “전체 유방암 환자의 6%의 수명연장을 위해 부작용(호중구감소증, 설사, 피로 등)도 있고 고가인 버제니오에 대해 급여를 줘야 하느냐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며 “그러나 P<0.0001이라는 아주 통계적으로 유의한 결론이 나온 만큼, 애매모호한 경계선적 결론이 나온 다른 사례와 달리 버제니오에게는 급여를 줘도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또 위험 대비 유익성을 고려하면 버제니오의 신규 적응증과 관련, 치료를 하지 않고 가만 있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키스칼리의 전체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앞세우는 마케팅 전략에 대해 “CDK 억제제가 보조요법제인 만큼 전체생존기간 연장을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재발과 사망의 위험에 놓인 조기 유방암 환자에게 전체생존기간 연장 효과를 평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의미가 없으며, 암의 진행·전이·재발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즉 OS보다는 IDFS나 DRFS가 강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국에서는 지난 6월, 버제니오의 이번 신규 적응증에 급여를 주기 시작했다. 비용 대비 효과가 높다는 관점에서다. FDA는 이 적응증을 2021년 10월 13일 추가하면서  Ki-67 점수가 20% 이상으로 평가된 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처방하도록 했다. 아울러 Ki-67를 측정하는 검사를 관련 동반진단 검사로 지정했다. Ki-67은 세포 증식의 표지자로 높게 발현될수록 암 특이적 생존기간이 짧아지게 된다. 이런 제한이 붙음에 따라 버제니오 마케팅에 상당한 제약이 붙었다. 


이와 관련, 손 교수는 “Ki-67이란 단서를 단 FDA의 판단에 당시로서는 의아하고 충격적이었다”며 “유럽 의약품청(EMA)이나 한국 식약청(KFDA)에는 이런 환자 선별용 기준이 없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Ki-67 지표는 불필요하고 군더더기라는 생각이다. 


더불어 손 교수는 최근 샌안토니오 유방암 심포지엄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된 monarchE의 4년 업데이트 데이터와 그 의미도 소개했다. 전체 환자군에서 버제니오+내분비요법은 재발 위험을 내분비요법 단독 대비 약 34% 감소(HR=0.664, 95% CI 0.578-0.762, P<0.0001)시켰으며, 원격 재발 위험 또한 약 34% 감소(HR=0.659, 95% CI 0.567-0.767, P<0.0001)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러한 결과는 코호트1 환자군 대상 분석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손 교수는 “이번 발표에서 버제니오+내분비요법과 내분비요법 단독 치료의 침습적 무질병 생존율 및 원격 무재발 생존율 격차는 4년 추적 기간까지 지속적으로 커졌으며, 이는 2년간의 수술 후 보조요법을 마친 이후에도 버제니오의 치료 혜택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오랜 기간 치료의 발전이 더뎠던 만큼, 버제니오를 필요로 하는 HR+/HER2-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들의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밝혔다. 릴리 측은 이런 버제니오의 효과는 CDK4를 CDK6에 비해 14배 이상 고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특징에 힘입는다고 설명했다. 이는 항암제의 골수 파괴 부작용이 적다는 의미다. 


한국릴리 크리스토퍼 제이 스톡스 대표는 “종양 등급이 높거나 림프절 전이가 많은 등 높은 재발 위험으로 큰 부담을 안고 있던 HR+/HER2-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조기 유방암 환자분들을 위한 최초의 CDK 4&6 억제제인 버제니오가 치료의 새로운 희망이 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버제니오는 세포 분열과 증식에 관여하는 단백질인 CDK4, CDK6을 선별적으로 억제해 암세포 증식을 막는 치료제다. HR+/HER2- 진행성 혹은 전이성 유방암 환자를 위한 치료제로 2019년 5월 국내서 허가, 2020년 6월 급여 등재됐으며, 2022년 11월 CDK 4·6 억제제로는 처음으로 HR+/HER2- 림프절 양성 재발 고위험 환자의 보조치료제로 허가를 획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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