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속도는 노년기 건강의 핵심지표로 알려져 있다. 특히 40~50대부터 걷는 속도가 다른 노인과 비교해 유의미하게 차이가 난다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볼 수 있다. 근감소증은 근육량의 감소 및 근력의 저하를 의미하는 질환으로, 일상생활에 장애를 초래하고 낙상 빈도를 높이는 등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사회 참여도도 감소시킨다. 과거에는 자연적인 노화의 한 과정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해외에서도 근감소증에 질병 코드를 부여해 관리하고 있고, 한국도 올해 표준질병사인분류(KCD)에 근감소증을 포함했다.
최근 김광일 분당서울대병원 노인병내과 교수와 강민구 전남대병원 노년내과 교수 연구팀은 노인들의 실제 보행속도의 특징 및 근감소증과의 연관성을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독립적으로 보행이 가능한 50세 이상의 성인 남성 106명(평균 연령 71세)을 대상으로, 4주간 벨트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해 실제 보행속도를 측정하고, 근육량과 근력 검사를 실시해 근감소증과의 관련성을 분석했다.
참가자의 총 21만회 이상의 실제 보행속도를 측정한 결과, 평균 일상생활 보행속도는 1.23m/s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유의하게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근감소증이 있는 참가자(1.12m/s)가 근감소증이 없는 참가자(1.23m/s)보다 낮은 보행속도를 보였다.또 근력 검사를 통해 근력이 낮은 참가자(악력<28kg)와 정상 근력을 가진 참가자를 구분해 보행속도를 비교해보니, 근력이 낮은 참가자의 평균 보행속도는 1.15m/s, 정상 근력 참가자는 1.23m/s로 차이가 있었다.
근육량이 적은 참가자(골격근질량<7.0kg/㎡)와 정상 근육 질량을 가진 참가자의 경우에도 각각 1.22m/s, 1.25m/s의 차이를 보이며, 일상생활의 보행속도가 곧 하지 골격근량과 유의하게 관련성이 있다는 것을 시사했다.
우리 몸은 600개 이상의 근육으로 구성돼 있고, 몸무게 절반은 근육이 차지할 정도로 근육의 비중이 높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 자연스럽게 근육량이 줄어든다. 어르신들이 ‘기력이 없다’고 말하는 것도 근육량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30대부터 근육은 줄어들기 시작해 70대가 되면 원래의 절반 수준까지 줄어든다.
예전에는 이를 당연한 노화 중 하나로 여겼지만, 최근에는 근감소증에 질병코드를 부여하는 등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하는 추세다. 근감소증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의 양, 근력, 근육 기능이 모두 감소하는 질환이다. 1초에 1m도 이동하지 못할 정도로 걸음 속도가 느려지고, 앉았다가 일어날 때 유독 힘들어한다.
뼈를 보호하는 것은 근육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근감소증은 골다공증과 더불어 낙상에 의한 골절의 주요한 위험 요인이며, 골다공증으로 이미 뼈가 약해진 노인이라면 더 큰 부상을 입을 수 있다.
고령층은 근육량이 적고 뼈가 약하기 때문에 고관절 골절, 허리디스크로까지 이어질 확률이 높다. 고관절 골절의 경우 골절 후 1년 내 사망률이 15~20%에 이르기 때문에 적기 치료가 중요하다.
근감소증 환자에게선 근육의 혈액 및 호르몬 완충 작용도 줄어들어 기초대사량이 감소하고 하지 무력감도 나타난다. 치매, 당뇨병, 심혈관질환 유발과도 연관된다는 보고도 있다.
근감소증이 생기는 원인은 다양하다. 가장 흔한 원인은 단백질 섭취 저하, 운동량 부족, 운동 부족 등이다. 노화와 동반된 호르몬 부족도 원인으로 꼽힌다.근감소증은 아직 특별한 치료제가 없어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병행해 근육량을 유지해야 한다.
다만 운동만으로는 근육량 유지 및 강화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필수 아미노산 중심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도 필요하다. 단백질은 콩과 두부, 기름기 없는 고기, 계란 등에 많이 함유돼 있다.
권원환 세란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60대 이상에서 힘이 많이 부족하거나 움직임이 둔해지는 등 운동능력이 눈에 띄게 저하되는 증상이 나타나면 근감소증을 의심해봐야 한다”며 “어르신에게서 고관절 질환, 허리디스크 등이 많이 발생하는 것도 근육 감소와 관련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감소증이 나타나기 전에 근력 저하가 먼저 발생하는 경우도 많다”며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증상 악화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찾고 동반 질환을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