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치매 환자의 절반 가량은 알츠하이머병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타우 단백질 등 이상 단백질이 뇌 속에 쌓이면서 서서히 뇌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퇴행성 뇌 질환이다. 기억력을 비롯해 인지기능이 점점 떨어진다. 더 진행하면 언어·보행 장애가 나타나고 혼자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치매 발병은 나이에 따라 증가한다. 일반적으로 65세 이후부터 5세가 증가할 때마다 알츠하이머병 유병률이 약 2배씩 증가한다. 물론 늙는다고 모두 알츠하이머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 알츠하이머병은 유전적 소인과 환경 인자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병한다. 환경 인자는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운동 부족, 잘못된 식습관, 비만, 과음, 흡연 수면부족, 낮은 교육수준 등이다.
이런 가운데 알츠하이머병에서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의 정도가 심할 경우 인지기능이 빠르게 악화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정승호 인제대 상계백병원 신경과 교수, 정석종 연세대 의과대학 용인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이필휴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팀의 성과다.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perivascular space dilation)'은 뇌 MRI를 찍을 때 흔히 발견되는 소견으로, 해당 소견이 발견됐다는 것은 뇌의 노폐물과 독소를 청소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서 아밀로이드 PET 영상 검사를 통해 아밀로이드 침착이 확인된 208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에서 알츠하이머 진단 시 시행한 3T(Tesla: 테슬라, 자장의 세기) MRI 뇌 영상 가운데 기저핵(basal ganglia), 난형중심(centrum semiovale), 해마(hippocampus) 세 부위에 대해 분석,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의 정도를 확인했다.
또한, 간이 정신 상태 평가(Mini-Mental State Exam)를 1년 이상의 간격으로 2회 이상 시행한 158명의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서 각 부위의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이 인지 점수 저하 속도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 분석했다.
정승호 교수는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이 알츠하이머병 및 치매와의 연관성은 기존 연구에서 어느 정도 알려져 있었지만,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병이 확인된 환자에서 종단분석을 통해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이 인지 저하와 연관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내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석종 교수는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은 뇌 MRI를 찍으면 쉽게 확인할 수 있는 영상 소견이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진료 시 비교적 간단하게 인지와 관련된 예후를 예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필휴 교수는 “뇌혈관 주위 공간 확장은 뇌의 노폐물과 독소를 청소하는 기능에 문제가 생긴 것을 의미한다.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알츠하이머병의 진행을 억제하는 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임상 신경학 분야 최상위 SCI급 저널인 'Neurology' 10월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