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2-양성 담도암에서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치료제를 조합해 사용했을 때, 치료 효과가 우수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혜진, 이충근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교수 연구팀은 HER2-양성 진행성 담도암에서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치료제 조합 치료가 종양 크기 감소와 같은 객관적 반응률이 약 30%로 치료 효과가 우수하다고 22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랜싯 소화기학과 간장학’(Lancet Gastroenterology and Hepatology, IF 45.042) 최신호에 게재됐다.
간내담도암, 간외담도암, 담낭암 등을 포함하는 담도암은 세계적으로 드문 암종이며 국내에서도 생소한 암이다. 대부분의 환자가 수술이 불가능한 상태로 진단되며, 항암치료 옵션이 많지 않고 치료를 잘 받아도 기대수명이 1년 남짓으로 예후가 불량하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전체 담도암 중 HER2(Human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2, 인간 표피 성장 인자 수용체) 유전자 변이를 가진 담도암은 약 15%를 차지한다. 이 환자들은 암세포 표면에 붙어있는 HER2 수용체가 암세포를 빠르게 분열시켜 다른 담도암 환자들보다 예후가 더 불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HER2 수용체가 과발현하는 HER2-양성 종양에 항-HER2 표적치료제를 사용하는 경우 높은 반응률을 보이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진행성 위암과 유방암에서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HER2-양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항-HER2 치료 효과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팀은 HER2-양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표적치료제와 세포독성항암제 조합 치료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먼저, 2020년 6월부터 2021년 9월까지 연세암병원 등 국내 8개 기관 HER2-양성 담도암 환자 34명을 대상으로 항암제 조합 치료를 진행했다. 표적치료제는 허쥬마(trastuzumab)를 세포독성항암제는 폴폭스(FOLFOX) 병용요법을 사용했다.
약 13개월의 추적 관찰 기간 동안 전체 환자 중 종양크기 감소와 같은 객관적 반응을 확인할 수 있는 환자 비율인 객관적 반응률(Objective Response Rate)은 약 30%로 좋은 치료 효과를 보였다. 질병통제율(disease control rate)은 79.4%로 확인됐다.
무진행생존기간(Progression Free Suvival)과 전체생존기간(Overall Survival)은 각각 5.1개월, 10.7개월이었다. 1년 무진행 생존율은 49.2%, 약효가 지속되는 시간인 반응지속기간(Duration of response) 중앙값은 4.9개월로 나타났다.
기존 2차 표준 치료약제인 폴폭스 항암제 치료를 단독으로 사용했을 때 효과가 객관적 반응률 5%, 무진행생존기간 4개월, 전체생존기간 6.1개월로 보고됐던 것과 비교해 본 연구의 표적치료제·세포독성항암제 조합 치료가 더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특히 객관적 반응률의 경우 약 6배 효과를 보였다.
또 치료 환자가 보인 부작용은 주로 세포독성항암제와 관련된 부작용으로 빈혈, 호중구 감소증 등과 같은 관리가 가능한 정도였다. 추가적으로 ‘환자자가보고성과’를 바탕으로 삶의 질을 추적 조사한 결과, 치료 전 삶의 질 정도가 낮았던 환자들이 치료 예후가 더 불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충근 교수는 “이번 연구는 HER2-양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세포독성항암제와 표적치료제 조합의 우수한 효능과 생존기간 향상을 보고한 첫 사례”라며 “국내에서 호발하는 담도암 중 HER2 양성 환자들에게 2차 또는 3차 표적치료제 조합 항암치료가 효과적인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 사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KCSG)의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