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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혹” 15cm 종양 제거, 아프리카 청년 韓서 새 삶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2-11-03 10:26:11
  • 수정 2022-11-03 17: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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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5cm 이상 얼굴 크기 혹 커져 열악한 의료 환경 탓 10년간 종양 방치··· 8시간 대수술 결과 성공적

입안에 생긴 15cm 이상의 얼굴 크기만 한 거대종양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렵고 ‘징그러운 혹이 달린 아이’라며 동네에서 따돌림까지 받던 마다가스카르의 한 청년이 한국을 찾아 새로운 삶을 얻게 되었다. 


마다가스카르는 아프리카 대륙 남동쪽에 위치한 세계에서 4번째로 큰 섬나라다. 의료 환경이 매우 열악한 나라 중 하나이며, 오지에는 전기조차 통하지 않고 전 세계적인 팬데믹인 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해 생소할 만큼 외부와 단절되어 있다.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마다가스카르 오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 탓에 입안에 얼굴만 한 크기의 종양을 방치해 온 플란지(Flangie, 남·22세)의 거대세포육아종을 제거하고 아래턱 재건 및 입술 주변 연조직 성형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최근 밝혔다. 건강한 미소를 되찾은 플란지는 11월 5일 귀국을 앞두고 있다.


플란지는 8살 때 어금니 쪽에 통증이 있어 어머니의 도움을 받아 치아를 뽑았다. 이때 발치가 잘못된 탓인지 플란지의 어금니 쪽에 염증이 생기기 시작했지만, 근처에 제대로 된 의료시설이 없어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 채 10여 년간 방치하게 되었다. 


그렇게 작았던 염증은 거대세포육아종으로 진행되며 점차 커졌다. 거대세포육아종은 100만 명당 한 명에게 발병한다고 알려진 만큼 희귀한 질환이다. 초기엔 약물로도 쉽게 치료할 수 있지만, 플란지의 경우 오랜 기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해 종양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만큼 거대해졌다. 플란지의 종양은 거대세포육아종 중에서도 심각하게 거대한 크기였다.


얼굴 크기만 한 종양이 입안에 생겨 플란지는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대화하는 것도 점차 힘들어졌고, 종양을 만지거나 잘못 부딪히면 출혈이 자주 발생해 일상생활이 점점 어려워졌다. 


친구들은 겉으로도 드러나는 거대한 종양 때문에 플란지를 ‘징그러운 혹이 달린 아이’, ‘귀신 들린 아이’라며 따돌리기 시작해 플란지는 다니던 학교까지 중퇴하게 되었다.


플란지가 살고있는 마을은 아프리카 남동쪽의 섬나라 마다가스카르의 수도인 안타나나리보(Antananarivo)에서도 약 2,000km 떨어진 암바브알라(Ambavala)다. 마을까지 이어지는 차도가 없어 이틀 정도를 도보로 걸어야 도착할 수 있는 오지다. 마을에는 전기가 통하지 않아 불을 피워 생활한다. 이렇다 할 의료기관은 물론 마을에 의사가 단 한 명도 없고 간호사만 한 명뿐이다. 


마을에서 3시간을 걸어나가면 병원이 하나 있지만, 거기서도 한 명의 의사가 간단한 진료만 해줄 뿐이다. 플란지는 희망을 가지고 그 병원을 찾았지만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절망적인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그렇게 10여 년간 종양을 방치하던 중 마다가스카르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는 이재훈 의사가 2021년 초 우연히 플란지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 의사는 플란지의 거대한 종양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치료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고, 수술이 가능한 한국의 의료기관을 수소문하던 중 서울아산병원이 이에 흔쾌히 응했다. 이재훈 의사는 2018년 아산사회복지재단에서 선정한 아산상 의료봉사상 수상자로 서울아산병원과 인연이 있다.


출생신고조차 되어 있지 않던 플란지는 한국을 가기 위해 약 1년간의 입국 절차를 준비했고, 8월 31일 약 20시간의 비행을 거쳐 서울아산병원을 찾았다. 


9월 16일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치과, 이비인후과와 협진해 8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진행했다. 15cm 이상의 얼굴 크기만 한 종양, 무게는 무려 810g에 달하는 플란지의 거대육아세포종을 제거하고, 종양으로 인해 제 기능을 못하던 아래턱을 종아리뼈를 이용해 재건한 뒤 종양 때문에 늘어나 있던 입과 입술을 정상적인 크기로 교정하는 수술이다.


플란지는 영양 상태가 굉장히 좋지 않아 장시간의 수술을 버틸 수 있을지 염려됐지만 이를 무사히 이겨냈고, 가벼운 얼굴과 해맑은 미소를 되찾아 11월 5일(토) 귀국을 앞두고 있다.  


플란지의 치료비용 전액은 아산사회복지재단과 서울아산병원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플란지는 “마다가스카르에서는 치료할 수 없다고 포기한 내 얼굴을 평범하게 만들어주시고,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해주신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너무 감사드린다”며 “원래는 평생 혹을 달고 살아야 한다는 좌절감뿐이었는데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듣고 처음 꿈이 생겼다. 선교사가 되어 나와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플란지의 수술을 집도한 최종우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다년간의 안면기형 치료 경험으로 노하우를 쌓아왔지만, 플란지의 경우에는 심각한 영양결핍 상태여서 전신마취를 잘 견딜지부터가 걱정이었고 종양 크기도 생각보다 거대해 염려가 컸다. 플란지가 잘 버텨주어 건강하게 퇴원하는 것을 보니 다행이고, 안면기형으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극복해 앞으로는 자신감과 미소로 가득한 인생을 그려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5월 경제적 어려움과 열악한 의료 환경으로 중이염을 20여 년간 방치한 인도네시아의 난청 환자 베타 옥타비아(Betta Octavia, 여·31세)를 정종우이비인후과  교수팀이 성공적으로 치료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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