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성 소아 뇌전증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약물, 식이, 수술 등 치료법별로 예후를 분석한 연구결과가 나왔다.
김흥동·강훈철 세브란스병원 소아신경과 교수, 나지훈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연구팀은 레녹스-가스토증후군 환자들에게 다양한 치료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한 결과, 장기간 경련을 조절하고 인지 발달 호전이 가능하다고 31일에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신경계 질환의 치료적 발전'(Therapeutic Advances in Neurological Disorders)에 게재됐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뇌의 구조적 이상, 유전적 이상 등 발생 원인이 다양하고, 어떠한 치료에도 뚜렷한 효과를 거둘 수 없어 대표적인 난치성 뇌전증으로 꼽힌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은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 경련은 물론 심각한 인지 발달 저하 등을 야기한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환자들은 전반적 느린 극서파(Generalized slow spike and slow wave, GSSW), 전반적 돌발 속파(Generalized paroxysmal fast activities, GPFA)라는 특징적인 뇌파형태를 보이는데 이러한 뇌파 소견들은 난치성 경련과 인지 발달 저하를 가져오는데 많은 영향을 끼친다.
치료에는 항경련제 등 약물 치료, 케톤을 만들어 대사 변화를 통해 경련을 감소시키는 케톤생성 식이요법, 뇌전증 수술 등이 있다. 뇌전증 수술은 뇌전증 원인 부위가 뚜렷할 때 그 국소 부위를 제거하는 절제형 수술과, 원인 부위가 뚜렷하지 못할 때 경련 빈도와 강도를 줄이는 고식적 수술로 나뉜다.
연구팀은 표준 치료법이 정립되지 않은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에서 약물부터 순차적으로 다양한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경련 감소, 인지 발달 개선 등 효과를 평가하며 장기간 예후를 추적 관찰했다.
먼저, 2004~2019년 세브란스병원,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371명이 1년 이상과 5년 이상 두 기간 동안 보인 경련 양상 변화를 조사해 치료법별 예후를 조사했다.
치료받은 환자 중에서 1년 이상 경련이 없었던 환자는 168명(45.3%)이었다. 그중 약물 치료, 케톤생성 식이요법, 절제형 수술, 고식적 수술을 받은 환자는 각각 41명(11.1%), 53명(14.3%), 56명(15.1%), 29명(7.8%)이었다.
환자 61명(16.5%)에게서는 5년 이상 경련이 없었다. 약물, 식이요법, 절제형 수술, 고식적 수술을 시행받은 환자 수는 각각 15명(4.1%), 15명(4.1%), 19명(5.1%), 12명(3.2%)이었다.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환자들에게서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중증 경련들이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호전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레녹스-가스토 증후군 환자가 치료를 받으면 뇌파와 인지 발달 호전이 나타났다. 1년 이상 경련이 없었던 환자군에서 뇌파 호전을 보인 환자 비율은 73%이었다. 같은 연구군에서 중증 인지 발달 비율은 51%에서 34%로 낮아졌다.
논문 제1저자인 나지훈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대표적인 난치성 뇌전증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의 치료 전략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15년이라는 장기간에 걸친 질병 예후를 분석해 다양한 치료법을 순차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레녹스-가스토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밝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