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펜타닐 오ㆍ남용’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고 귀띔해 준 한 마약 전문가의 설명은 섬뜩했다. 펜타닐은 본래 디스크나 암 환자 등이 수술 후 겪는 통증을 줄이기 위해 사용하는 아편계 진통제다. 주로 패치 형태 제품으로 시중에 유통되는데, 마약 중독자들 사이에서 펜타닐의 환각 효과가 입소문을 타며 일종의 ‘대체 마약’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급증한다는 말이었다.
일부 중독자들이 ‘편법 처방’을 받은 뒤, 패치에 포함된 마약 성분을 흡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대표적인 마약성 진통제인 모르핀보다 약효가 100배나 강한 까닭에 ‘한번 손을 대기 시작하면 죽기 전엔 끊을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중독성이 심각하다.
이런 펜타닐에 빠져 버린 사람들에게 A의원은 ‘성지’와도 같다. 처방전을 쉽게 내 주는 건 물론, 사후 관리가 허술하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나 있기 때문이다. 최근 10대와 20대에서 마약중독으로 치료받는 환자 수가 늘어나는 가운데, 젊은 층의 마약중독을 확산시키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펜타닐의 안전사용 기준이 무색한 것으로 보인다.
서영석 국회 보건복지위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부천시정)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9년부터 2021년까지 최근 3년간 안전사용 기준의 연령 제한 관련 허가사항을 벗어난 펜타닐 처방은 총 8만 7,701건으로 확인됐다. 환자 1만 6,565명에 대해 14만 3,010개(정)이 처방됐다.
가장 처방이 많은 제형은 주사제로, 최근 3년간 2세 미만의 1만 5,020명에게 8만 551건, 12만 8,790개가 처방됐다. 마약류 진통제 안전사용 기준의 연령 제한 관련 허가사항에는 2세 미만의 영아에 대한 유효성 및 안전성은 확립되어 있지 않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음으로는 최근 젊은 층에서 확산되며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펜타닐 패치의 처방이다. 펜타닐 패치제는 18세 미만의 소아 및 청소년에 대해 투여금기를 규정하고 있으나 최근 3년간 총 1,479명의 18세 미만 환자가 펜타닐 패치제 처방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처방건은 6,693건, 처방량은 9,781개였다. 연평균 493명에게 2,231건, 3,260개가 처방된 것이다.
패치제의 경우 최근 3년간 전체 환자수와 처방건수, 처방량은 줄고 있지만, 지난해 환자 1인당 처방건수와 처방량은 최근 3년간 꾸준히 증가했다. 1인당 처방건수는 2019년 4.42건에서 2020년 4.33건, 2021년 4.93건으로 늘었고, 같은 기간 처방량은 6.6개에서 6.22개, 7.15개로 늘었다. 젊은 층에서 불법적인 경로로 유통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처방 이외의 복용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3년간 환자 1인당 처방 현황을 제형별로 비교하면 펜타닐 1인당 처방건수는 박칼정, 주사제, 설하정 순으로 많았고, 1인당 처방량은 트로키제, 박칼정, 설하정 순으로 많았다. 안전사용 기준에 따르면 펜타닐 패치제는 18세 미만에 대한 투여금기를, 주사제는 2세 미만에 대한 유효성·안전성 미확립을 연령 제한 관련 허가사항으로 규정하고 있고, 나머지도 18세 이하 및 미만에 대한 유효성 및 안전성 미확립을 밝히고 있다.
서영석 의원은 “최근 젊은 층의 청소년 펜타닐 오남용 및 불법유통 사례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펜타닐 안전사용에 대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며 “불가피한 치료를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밖에 없지만, 약물의 계속된 복용은 약에 대한 의존성과 중독성을 강하게 만들고 연령 제한 관련 허가사항을 규정한 것은 그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의료진의 신중한 처방과 식약처의 철저한 감시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