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최모 씨는 한달 전부터 손발이 붓고 뻣뻣한 느낌이 들면서 온몸이 쿡쿡 쑤시는 증상을 겪었다. 특히 아침에 일어나면 팔·다리가 굳으면서 심하게 아팠고, 낮엔 수시로 피로가 밀려왔다. 혹시 관절에 이상이 있나 싶어 정형외과 의원을 가봤지만 별다른 이상이 발견되지 않았고 푹 쉬라는 말만 들었다. 병원 치료나 영양제 복용으로도 차도가 없자 결국 대학병원을 찾아 검사받은 결과 섬유근통이라는 생소한 병명을 진단받았다.
자고 일어났을 때 이유 없이 온몸이 쑤시고 극심한 피로감을 느낀다면 ‘섬유근통증증후군’(섬유근통, fibromyalgia)을 의심해봐야 한다. 흔히 단순 몸살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손으로 쓰다듬는 등 아주 약한 자극에도 몸이 아프거나 아무리 푹 쉬어도 통증이 사라지지 않으면 몸살이 아닐 수 있다. 이연아 경희대병원 관절류마티스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섬유근통에 대해 알아본다.
섬유근통은 원인이 명확하지 않다. 외부 자극이 뇌로 전달되는 체계가 망가졌거나, 통증억제물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적으로 호르몬 조절 기능이 떨어지거나, 폐경으로 인해 체내 호르몬이 불균형해지는 것도 원인이다. 가족 중 섬유근통 환자가 있으면 발생률이 8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트레스도 섬유근통을 촉발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섬유근통은 신경들이 과도하게 민감해지는 특성을 띤다. ‘대못을 박아 놓은 것 같다’고 표현할 정도의 심한 통증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나타난다. 통증 강도와 위치가 계속 바뀌고 자고 일어난 직후에 가장 아픈 양상을 보인다. 초기 증상이 단순 감기몸살이나 관절염, 근육통 증상과 비슷해 헷갈리기 쉬운데, 방치하면 일상생활을 하지 못할 정도로 통증이 심해진다.
한 해외 연구에서 섬유근통 환자에게 약간의 충격을 가한 뒤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으로 뇌를 촬영한 결과 중추신경계에 존재하는 통증억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과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신경전달물질에 결함이 생기면 인체가 통증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전체 환자 중 약 65%는 수면장애를 호소한다. 잠들기 힘들고, 자주 깨며, 아침에 일어날 때 심한 고통을 겪는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 충분히 잤는데도 뭔가 개운하지 않는 느낌을 받는다. 여기에 편두통, 긴장성 두통, 과민성대장증후군, 월경곤란, 동상처럼 손끝이 하얗게 질리며 아픈 레이노현상, 안구건조, 구강건조, 두근거림, 우울증, 불안감 등이 동반된다.
생소한 병명과 달리 유병률이 3%에 달할 정도로 환자 수가 상상 외로 많은 편이다. 2019년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환자 수는 여성 5만명, 남성 3만3000명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전세계적으로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5배가량 많다(3.1% vs 5%). 주로 30~50대 여성, 특히 45~55세 폐경 여성에서 가장 많이 나타난다. 폐경에 의한 체내 호르몬 불균형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류마티스관절염, 전신성홍반성낭창(루푸스, Lupus), 쇼그렌증후군 등 자가면역질환을 앓는 환자의 20% 이상에서 섬유근통이 함께 온다.
이 질환은 단순 감기몸살, 관절염, 근육통 등의 초기 증상과 비슷해 미리 알아차리기 어렵다. 실제로 섬유근통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기까지 평균 1년 4개월 이상, 병 진단까지는 내원 후 7~8개월 소요된다.
다른 질환과 증상이 비슷한 것도 진단 및 치료에 오래 시간이 걸리는 이유다. 섬유근통은 손가락관절 통증 등이 류마티스관절염과 유사해 헷갈리기 쉽지만 류마티스와 달리 염증반응이 없고 관절이 변형되지 않는 게 차이점이다. 평소보다 피로감이 많이 몰려온다는 점에서 만성피로증후군과도 증상이 비슷한데 섬유근통은 피로보다는 통증이 주된 증상으로 나타난다.
근막통증증후군도 증상이 비슷한 질환 중 하나다. 이 질환은 뒷목과 어깨 주변에서 근육통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며 통증 부위를 손으로 누르지 않아도 아픈 게 특징이다. 반면 섬유근통증후군은 허리를 중심으로 신체의 상하·좌우가 대칭적으로 아프고 특정 부위를 눌렀을 때 압통점에서 통증을 느껴진다.
특별히 무리한 일이 없는데도 온몸에 걸쳐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피곤하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게 좋다. 목 뒤, 쇄골 밑, 팔이 접히는 부분 등 압통점을 눌러보면 어느 정도 자가진단이 가능하다.
질병 초기엔 가벼운 운동과 함께 통증 자체를 잊도록 유도하는 인지행동치료를 실시한다. 이 치료법은 새로운 취미나 흥미거리를 갖도록 유도해 통증에 대한 관심을 돌린다.
약간의 통증을 감수하더라도 규칙적인 운동으로 근력이 약해지지 않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걷기, 자전거타기, 수영 등 저강도 유산소운동을 1주일에 2~3회, 하루에 20~30분씩 해준다.
치료시기를 놓쳐 극심한 통증이 시작됐다면 약물치료가 불가피하다. 약물치료는 중추신경계에서 통증을 감소시키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르에피네프린 농도를 높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주로 세로토닌·노르에피네프린재흡수억제제(SNRI) 등 항우울제, 항뇌전증약물인 프레가발린(pregabalin), 비스테로이드성소염제 등이 쓰인다.
섬유근통증후군을 앓고 있는 환자들은 질환이 겉으로 보이지 않아 꾀병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통증이 지속되면 생활 전반이 불편해지고 삶의 질이 떨어지므로 발병 초기에 전문의를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약물치료와 비약물치료를 병행하는 통합치료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특별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섬유근통의 치료는 증상을 개선해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통증을 줄이는 약물을 사용하거나, 통증에 집중하지 않도록 다른 행동을 하도록 하는 비약물적 치료를 진행한다. 약물치료에는 두통이나 근육통을 줄이는 진통제가 일반적이며 정서적인 어려움이 있는 경우 항우울제, 항불안제를 사용하기도 한다.다만, 스트레스가 통증을 악화시킬 수 있어 비수술적 치료에 앞서 개인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수술적 치료는 물리 치료, 운동이 효과적이다. 운동은 잠을 자는 데 문제가 없고 통증과 피로가 줄었을 때 시작하는 것이 좋다. 걷기, 자전거 타기, 수영과 같은 저강도, 중등도의 유산소 운동을 일주일에 2~3회, 1회에 20~30분 정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문제는 이런 섬유근통 증상이 단순 감기몸살이나 관절염, 근육통의 초기 증상과 비슷해 질환을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한류마티스학회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섬유근통 환자가 병원에 방문하기까지는 평균 1년 4개월 이상 걸리고, 병 진단까지는 내원 후 7~8개월이 걸린다.
따라서 특별히 무리한 일이 없는데도 온몸에 걸친 통증이 3개월 이상 지속되고,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피곤하다면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아야 한다. 목 뒤와 쇄골 밑, 팔이 접히는 부분과 같은 섬유근통 압통점을 눌러 자가진단하는 것도 방법이다. 섬유근통 환자 대부분은 통증을 줄이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농도를 높이는 약이나 프레가발린 등의 진통제를 처방받아 먹으면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