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길어진 교육기간과 활발한 사회진출 등으로 여성의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출산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2세, 여성 30.8세다. 남성의 경우 2019년에 비해 0.1세 줄었지만 10년 전과 비교하면 1.4세 늘었다. 여성의 경우 2019년보다 0.2세 높아졌고 10년 전과 비교하면 1.9세 늘어나 1990년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높았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산부인과학회는 고령출산 기준을 초산 여부와 관계없이 35세로 보고, 만 35세 이상의 여성을 고령 임신부로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여성의 생식 능력은 30세 이후에 서서히 감소해 35세 이후에는 난임, 불임, 임신 후 기형아 출산의 위험이 높아진다. 당뇨병 및 고혈압 같은 임신합병증도 걸릴 수 있어 산전·산후 관리에 더 신경써야 한다.
고령산모 중 상당수는 자신의 나이 탓에 자연분만이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노산이라고 해서 무조건 자연분만이 힘든 것은 아니다. 실제 20대나 30대의 자연분만 성공률과 비슷하다. 물론 35세 이후 자연분만율은 30대 초반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나이보다 중요한 것은 골반과 태아의 크기다.
골반이 작고 산도가 좁은데 태아가 크면 제왕절개가 필요할 가능성이 높다. 태아가 너무 커지는 것을 예방하려면 식사 조절과 적당한 운동이 중요하다. 골반 크기의 경우 선천적으로 타고나지만 요가나 스트레칭으로 유연성을 키워주면 골반이 작아도 자연분만을 할 수 있다. 운동은 전문의와 상담이 필수적이다. 운동시간은 10~20분 정도가 적당하며, 배가 당기는 느낌이 들면 즉시 중단해야 한다.
스트레스도 자연분만을 방해하는 요인이다. 김희선 인제대 일산백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산부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면 부신이 자극받아 코티솔 같은 이상호르몬이 분비된다”며 “이상호르몬이 혈관계를 통해 신체의 각 부위로 전달되면 태아 면역체계 이상, 저체중아, 조산, 태아 심박동수가 점점 느려지는 태아곤란증 등이 동반돼 자연분만이 어려워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령임신일수록 기형아 출산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만 35세 이상 임신은 다운증후군(염색체 13번 이상)·에드워드증후군(염색체 18번)·파타우증후군(염색체 13번) 같은 3대 빈발 기형증후군의 발생 빈도가 200분의 1, 만 40세 이상은 59분의 1, 만 45세 이상은 15의 1로 높아진다. 20대 임신의 염색체 이상 발생률은 1200분의 1 정도다.
단 이같은 연구결과는 고령임신의 기형아 출산율이 절대적으로 높다는 의미가 아니어서 산모가 노력할 필요성이 있다. 엽산은 태아의 신경관 결손증과 기형아 발생 위험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임신 3개월 전부터 임신 12주까지 하루 400㎍(마이크로그램)씩 복용하는 게 권장된다.
상당수 고령 산모들이 태아 유전자검사를 위해 자궁에 주입하는 주사기가 태아를 다치게 하거나, 양수 내에 염증을 유발할 수 있다는 걱정에 검사를 망설인다. 양수검사 자체로 인한 유산율은 0.5%, 감염률은 0.1% 미만으로 매우 낮다. 경도의 질 출혈, 일시적 양막파수 등 부작용이 드문 확률로 나타날 수 있다.
이같은 융모막검사나 양수검사는 다운증후군 같은 염색체질환을 99% 이상 진단할 수 있다. 과거에는 35세 이상 산모에게 실시됐지만 최근에는 40세 미만 산모 중 비침습적 태아산전 기형아선별검사(NIPT) 결과가 이상으로 나온 경우에만 선택적으로 받도록 권고하고 있다.
현재 양수검사는 임신 중기 기형아 선별검사에서 양성 소견을 보이거나, 초음파검사에서 비정상 소견이 나오거나, 과거 염색체 이상 태아를 임신한 경험이 있거나, 반복적(습관성) 유산 병력이 있거나, 부모 중 한 명이 염색체 이상이 있을 때 실시한다. 기형아 선별검사에서 다운증후군 양성으로 나왔더라도 융모막검사나 양수검사로 확인하면 대부분 정상으로 나온다. 즉 기형아 선별검사 결과만 갖고 크게 걱정하거나, 잘못된 판단을 하는 것은 금물이다.
김희선 교수는 “고령 임신부들은 병원에서 여러 가지 검사를 권유받으면 자신 탓에 뱃속 아기에게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닌지 불안에 떤다”며 “고령 임신이라도 임신 전 건강 상태를 잘 체크하고 평소 꾸준한 운동으로 체중을 관리하면 젊은 산모 못잖게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