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7월 31일부터 8월 13일까지 국내 의약품 허가 및 허가취하 사항을 보면 하원제약이 8월 4일자로 ‘아루토파정’(아세피필린), ‘류가신캡슐’(아세메타신), ‘하원세프라딘수화물캡슐’, ‘하원티클로피딘정’, ‘하원니코란딜정’ 등 29개 품목이 대거 자진취하됐다.
일성신약은 발사르탄+암로디핀 복합제 고혈압약인 ‘엑스디텐션정’ 3가지 용량을 8월 4일 자진취하했다. 부광약품도 10일 동일 성분의 복합제 ‘암바르탄’ 3가지 용량을 자진취하했다.
한국프라임제약은 8월 1일자로 이뇨성 고혈압약 ‘토라정’(토라세마이드), 파킨슨병 치료제 ‘프라큅정’(로피니롤염산염), 혈전색전증 치료제 ‘티카온정’(티카그렐러), 통풍치료제 ‘페라드정’(페북소스타트) 등 14개 품목을 자진취하했다.
한방제제 전문기업인 건인약품은 폐업하면서 8월 10일자로 ‘건인독활엑스산’ 등 57개 품목이 허가 취소됐다.
부광약품은 1974년 4월 29일에 허가받은 기관지천식, 만성기관지염, 폐기종, 기관지경련 치료제인 ‘부광살부타몰정’의 허가를 8월 10일 자진취하했다. 살부타몰 일반 정제는 사실상 부광약품이 유일하게 존재했으나 정당 30원이어서 채산성이 맞지 않는 상황이다. 현재 살부타몰 성분은 흡입제(분사기 포함), 서방캡슐, 흡입액제(원료) 등으로만 유통되고 있다.
한독의 ‘테노퀼정’, 국제약품의 ‘테리어드정’, 삼천당제약의 ‘에스비르정’ 등 테노포비르 성분의 에이즈 및 B형간염 치료제가 11일 유효기간 만료로 허가가 취소됐다. 보령제약 안산1공장에서 위탁생산되는 이들 약은 영업 부진으로 시장에서 철수했다.
한미약품의 국산신약 27호였던 ‘올리타정’(HM61713)이 8월 12일 허가를 자진취하했다. 2016년 5월 13일, 과거에 EGFR-TKI로 치료 받은 적이 있는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제로 승인받아 주목받았으나 생존기간 연장 입증에 실패하면서 소멸을 고하게 됐다. 이 약의 허가삿항에는 ‘유효성은 반응률 및 반응기간에 근거하였으며, 생존기간의 개선을 입증한 자료는 없다’는 부대조건이 명시돼 있다.
한미약품은 2015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7억3000만달러, 같은 해 11월엔 중국 자이랩(ZAI Lab)에 최대 9200만만달러 규모로 올무티닙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나 2016년 9월 베링거는 권리반환을 통보했다. 2018년 3월에는 자이랩도 권리를 반환했다.
이로써 올리타정은 그동안 개발된 국산 항암제 신약 가운데 SK케미칼 ‘선플라주’(1호), 동화약품 ‘밀리칸주’(3호), 카엘젬벡스 ‘리아백스주’(21호) 등과 함께 시장에서 퇴출된 제품이 됐다.
국산 토종 항암제 신약 7개 중 그나마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는 것은 18호 일양약품의 '슈펙트캡슐'과 31호 유한양행의 '렉라자정', 33호인 한미약품의 ‘롤론티스정’이다. 이 중 슈펙트캡슐은 국내시장에서 또는 여러 치료제 중 대안의 하나로, 렉라자는 글로벌 블록버스터로서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롤론티스는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평가를 유보한다.
렉라자는 올리타와 적응증이 같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에서 85%를 차지하며 이중 30~40%가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이다. EGFR T790M 돌연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는 기존 항암제 치료를 하면 절반 정도에서 내성이 생겨 더 이상 항암제 치료가 어렵다.
다국적 제약사로는 한국BMS제약의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엠플리시티주’(Empliciti 성분명 엘로투주맙, Elotuzumab)가 1일 자진취하됐다. 국내 적응증은 이전에 한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성골수종 환자에서 레날리도마이드 및 덱사메타손과의 병용요법(ERd 요법), 이전에 레날리도마이드와 프로테아좀억제제를 포함한 두 가지 이상의 치료를 받은 다발골수종 환자의 치료에서 포말리도마이드 및 덱사메타손과 병용요법 등 2가지다.
엠플리시티는 2016년 11월 11일 국내 허가를 받으며 기대를 모았지만 △얀센의 ‘다잘렉스주’(Darzalex, 성분명 다라투무맙, daratumumab)와 그 개량형인 ‘다잘렉스 파스프로’(Darzalex Faspro, 성분명 다라투무맙·히알루로니다제-fihj, daratumumab·hyaluronidase-fihj) △암젠코리아의 ‘키프롤리스주’(Kyprolis 성분명 카필조밉, Carfilzomib) △한국다케다의 ‘닌라로캡슐’(Ninlaro 성분명 익사조밉 ixazomib) 등과의 4파전에서 밀리며 자진취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엠플리시티는 SLAMF7(Signaling Lymphocytic Activation Molecule Family member 7) 경로를 억제하는 단일클론항체다. 허가 당시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분야에서 세계 최초의 면역항암제(항체)로 주목받았다. 그 이전에는 단백분해효소 억제제(proteasome inhibitor), 면역조절제(immunomodulatory drug),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 등의 3제 복합요법이 일반적이었다. 이 때 화학요법제가 면역조절제 대신 쓰이기도 한다.
엠플리시티는 처음 등장할 당시 재발성 다발성골수종 환자에게 ERd 요법을 시행한 결과 무진행생존기간 중앙값이 19.4개월로 나타나 ‘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2제 요법의 14.9개월보다 길어 주목받았다.
더욱이 2제 요법에 비해 증상 악화 및 사망에 이르는 비율 30% 감소, 1년차 무진행생존지속률 68%로 2제 요법 57% 대비 높은 점, 피로감 등 기존 약제로 인한 부작용 발현이 낮은 점 등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을 비롯해 국내 다발성골수종 치료지침은 '키프롤리스+덱사메타손 2제 요법'(Kd), '키프롤리스+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3제 요법'(KRd), '닌라로+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3제 요법'(IRd), '다잘렉스+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 3제 요법'(DRd) 등을 우선 추천하고 있다.
더욱이 키프롤리스 등이 2018년 초 국내 보험급여를 획득하면서 후발 주자인 엠플리시티의 입지가 좁아졌다. 이런 가운데 야심차게 진행했던 1차 치료제 격상을 위한 임상이 실패로 돌아갔다. 2020년 3월 발표된 엠플리시티 3제 병용 요법 'ELOQUENT-1' 연구 결과, 과거에 치료를 받지 않았고 조혈모세포 이식이 부적절한 환자를 대상으로 2제 요법(레날리도마이드+덱사메타손)과 비교한 결과 1차 평가지표인 무진행생존기간 지표를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를 포함한 세계 시장에서 후발주자인 얀센의 다잘렉스보다 매출이 저조하고 1차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거의 사라진 게 국내 취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따라서 4파전 구도는 엠플리시티 철수로 다잘렉스, 키프롤리스, 닌라로 등3파전 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한국애보트의 ‘메노스톤정’(디드로게스테론, 에스트라디올)도 2일 자진취하됐다. 에스트로겐 결핍증 경감을 위한 호르몬대체요법(HRT), 골절의 위험이 있고 자궁을 가진 폐경 후 여성의 골다공증 예방 용도로 2017년 4월 허가받았으나 별다른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지 않으면서 스스로 시장에서 물러나게 됐다.
다케다제약은 8월 2일 생물학적제제 신약(희귀의약품)으로 사람단백질C를 주성분으로 하는 ‘세프로틴주’를 승인받았다. 소아 및 성인의 중증의 선천성 단백질 C 결핍증 환자의 정맥혈전증 및 전격자색반병 예방 및 치료 적응증으로 허가받았다.
중증 선천성 단백질C 결핍증은 비타민K 의존성 항응고인자의 일종인 단백질C가 부족해 혈액 응고 조절에 치명적인 결함이 생기는 희귀유전질환으로, 단백질C 수치가 1% 미만(1IU/dL 미만)일 때로 정의되며, 발생률은 신생아에서 400만명 중 1명꼴로 추정된다.
8월 4일자로 대웅제약은 원발성 고콜레스테롤혈증 치료제인 ‘크레젯정’(로수바스타틴칼슘,에제티미브), 신풍제약은 독감 치료제인 ‘바로페라주’(페라미비르)를 각각 자료제출의약품으로 승인받았다. 페라미비르는 성인 및 2세 이상 소아의 A형 또는 B형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감염증의 치료제로 초기 증상 발현 후 48시간 이내에, 15분 이상에 걸쳐 점적 정맥주사한다. JW생명과학에서 위탁생산한다.
페라미비르 성분은 녹십자의 ‘페라미플루주’가 원조로 종근당 ‘페라윈스프리믹스주’, JW중외제약의 ‘플루엔페라주’가 3파전을 벌이고 있다. 모두 비급여다.
이밖에 제뉴원사이언스 세종1공장에서 하나제약, 제뉴파마, 코오롱제약, 한국유니온제약 등 5개 품목이 위탁생산되고 있다. 7월 25일에서 8월 11일 사이에 국내 승인이 나왔다.
동아에스티의 파모티딘 성분 주사제인 ‘가스터주사액20mg’이 11일 자료제출의약품(개량신약)으로 승인받았다. 상부소화관출혈(소화성궤양, 급성스트레스성궤양, 출혈성위염 ), 졸링거-엘리슨증후군, 신체적 스트레스(대수술후, 중증의 뇌혈관장해·두부외상·다장기부전·화상) 등에 의한 상부소화관출혈 억제제로서 마취 전에 투약한다.
동아ST가 보유한 기존 파모티딘 성분 제품은 ‘가스터정20mg’과 ‘동아가스터주20mg(바이알)’ 등 2개 품목이다. 전자는 항궤양제로 쓰이지만, 주사제는 상부소화관출혈에 사용한다.
주사제는 경구제 투여가 불가능한 고위험군 환자의 스트레스성 궤양 예방에 주로 처방된다. 예를 들어 인공호흡기를 끼고 있거나 중증 화상환자, 혈액응고장애 환자 등이 대상이다.
그동안 쓰이던 가스터주는 동결분말 형태로 제조돼 사용하기 전에 식염수와 섞어 분말을 완전히 녹인 후 사용해야 했다. 이번에 발매된 액제형 제품(가스터주사액)은 환자에 바로 주사가 가능, 편의성을 높인 게 장점이이다.
현재 파모티딘 성분 주사액은 국내 2개 제품이 발매돼 있다. 동아ST가 보유한 가스터주와 명인제약이 판매하는 ‘모틴주’다. 각각 바이알당 1387원의 급여를 받고 있다. 주사제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00억원 정도이며 동아ST가 8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동아ST가 이번에 새로 허가받은 가스터주사액은 개량신약으로 허가받아 기존 제품보다 약가를 높게 받을 여지가 있다. 다만 동아ST는 기존 가격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신형 가스터주사액은 기존 가스터주에 비해 투여 편의성을 올린 것으로 가격인상 효과보다는 시장경쟁력 제고에만 초점을 맞춘다는 게 동아에스티의 전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