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재확산되고 무더운 여름 에어컨 바람에 각종 호흡기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가 늘고 있다. 기침과 콧물이 나기 시작하면 대부분 단순 감기로 여겨 그냥 참거나, 약국에서 감기약을 처방받아 복용한다. 자연히 나아지면 다행이지만 급성기관지염,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 감기보다 예후가 나쁜 호흡기질환의 초기 증상일 수 있어 무조건 참는 게 능사가 아니다. 감기와 다른 호흡기질환의 차이를 숙지해 질환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치료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코로나 델타변이는 하기도 감염을 일으키지만 오미크론은 상기도 감염을 일으킨다.
호흡기는 숨을 쉴 때 외부로부터 공기를 받아들이는 신체기관 전체를 의미한다. 코·인두·구강·후두 등 상기도와 기관·기관지·폐 등 하기도로 구분된다. 흔히 ‘감기’로 불리는 급성 비인두염은 상기도감염증, 폐렴·기관지염 등은 하기도감염증이다.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상기도감염증과 하기도감염증은 기침, 고열 등 초기 증상이 비슷하지만 예후는 후자가 더 나쁜 편”이라고 설명했다.
하기도감염증 중 하나인 폐렴은 세균·바이러스·미생물 감염, 화학물질 노출, 장기간 방사선치료 등으로 폐에 염증이 생긴다. 기침·고열 등 감기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지만 열이 더 많이 나고, 증상이 오래 지속되며, 가래와 심한 가슴통증이 동반되는 게 차이점이다.
폐에 염증이 생기면 가래가 많아지고 이를 배출하기 위해 기침이 잦아진다. 또 폐를 둘러싸고 있는 흉막에 염증이 생기면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 자극을 받아 심한 통증과 호흡곤란이 동반된다. 이밖에 구토·설사 같은 소화기증상, 두통, 피로감, 근육통, 손·발톱 및 입술이 푸르스름해지는 청색증 등 전신증상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또다른 하기도감염증인 모세기관지염은 기관지 끝부분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마른기침이 심해지면서 가래 끓는 소리가 나고 숨이 가빠진다. 숨쉴 때 갈비뼈 아랫부분이 들어가는 게 특징으로 증세가 심해질 경우 호흡곤란이 나타나 심박수가 높아진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기관지폐렴 등으로 악화될 수 있다. 반복적으로 모세기관지염에 걸리면 영·유아기 후반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때 천식으로 고생할 수 있다.
모세기관지염의 80%가량은 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Respiratory Syncytial Virus, RSV)에 의해 발병한다. 이 바이러스는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유행하는 병원체로 2세 이하 영유아의 95%가 한 번 이상 감염된다. 폐렴과 모세기관지염을 일으키고, 천식이나 기관지폐이형성증 등 기저 폐질환을 앓는 환자는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될 수 있다. 입원시 사망률은 2% 정도로 독감보다 1.5~2배가량 높다.
학령기 아동에서 발생률이 가장 높은 하기도감염증은 급성 기관지염이다. 이 질환은 바이러스, 박테리아, 세균 등이 기관지에 염증을 일으켜 기침, 재채기, 콧물, 미열 등이 나타난다. 면역력이 약한 학령기 아이나 노인에서 발병률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6년 학령기 다빈도질환’에 따르면 2015년도 학령기 아동에서 외래진료 건수가 가장 많은 질환이 급성기관지염이었다. 전체 급성 기관지염 환자는 1500만명 정도로 추정된다.
기관지는 기관과 양쪽 폐를 이어주는 관으로 들이마신 공기가 폐로 들어가고, 내쉰 공기가 폐에서 몸 밖으로 나가는 통로 역할을 한다. 이 부위에 염증이 생기면 초기에는 미열, 인후통, 콧물, 재채기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지속되다 3~4일 뒤 기침이 유독 심해진다. 병이 악화되면 기관지점막이 붓고 기관지내강이 좁아져 호흡이 곤란해진다. 감기보다 기침이 심하고 오래 가는 게 특징이다.
급성 기관지염은 대부분 항생제치료 없이 저절로 좋아져 특별한 후유증이 남지 않는다. 다만 드문 확률로 기관지 염증이 만성화되면 기침과 가슴통증이 점차 심해져 삶의 질까지 떨어질 수 있다. 만성 기관지염은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하나로 객담(가래)을 동반하는 기침이 1년에 3개월 이상, 2년 연속 나타난다. 흉부 X-레이 촬영 결과 기관지확장증이나 폐결핵 등 특별한 질환이 없을 때 만성 기관지염으로 진단한다.
기관지염 치료는 원칙적으로 기침, 흉부 불편감, 열 등을 조절할 목적으로 대증치료를 시행한다. 다른 증상이 개선된 뒤에도 마른기침이 지속되면 천식을 의심할 수 있다. 항생제치료는 필요 없지만 2차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일부 환자에게 투여하기도 한다. 대부분 자연치유되므로 충분한 휴식과 수분섭취가 중요하다.
김양현 교수는 “급성 기관지염 같은 호흡기질환을 예방하려면 스트레스와 과로를 피하고 실내온도와 습도를 적절히 유지하는 한편 면역력 향상을 위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며 “2주 이상 증상이 지속되거나 악화되면 흉부 X-레이와 혈액검사를 받고, 독감이나 폐렴 예방주사를 미리 접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호흡기질환 예방을 위해 중요한 것은 청결이다. 틈틈이 비누로 손을 씻고 알코올이 함유된 손세정제를 바르는 것도 방법이다. 기침은 입을 막고 하는 게 좋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분비물이 손에 닿지 않도록 기침할 때 휴지로 입을 막아준다. 휴지가 없다면 팔오금 부위에 입을 대고 기침하는 ‘기침 예절’도 준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