덥고 습한 여름철이 다가오면서 무좀으로 걱정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무좀은 곰팡이 일종인 피부사상균이 피부 표면에서 증식하는 피부진균증으로 방치하면 전염될 위험이 있어 치료가 필요한 피부질환이다.
무좀은 고온다습한 여름에 환자가 급증한다. 한번 걸리면 완치되기 어렵고 재발도 잦다. 서울대병원 연구에 따르면 손발톱뿌리에 숨어있는 무좀균을 완전히 제거하려면 손톱은 6개월 이상, 발톱은 12개월 이상 걸린다.
우리나라의 무좀 유병률은 2.5%로 북미나 유럽 등 선진국에 비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치이지만, 여기에는 '숨은 1인치'가 있다. 이처럼 유병률이 낮은 까닭은 병원에 가서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고 자가치료를 하거나,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다만 최근에는 인식이 많이 개선돼 무좀을 예방하거나 치료하기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무좀약을 사용하는 추세다.
서울 양천구에 거주하는 A씨는 지난 6월경 손과 발 일부에서 살이 하얗게 일어나고 가려움증을 동반한 무좀 증상을 겪었다. 잘 씻고 잘 말려봤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자 A씨는 약국을 찾아 최근 광고에서 본 ‘원스형’ 무좀약을 구입해 발랐다. 1회 도포로 약 2주간 약효가 지속되고 한번에 낫는다는 광고와는 달리 한달이 지나도록 A씨의 증상엔 큰 변화가 없었다.
결국 A씨는 약국을 찾아 효과가 없다며 항의했다. 2주간 사용해도 효과가 없으면 병원 진료를 받아볼 것을 권유받은 A씨는 피부과 전문의로부터 이 질환은 무좀이 아니라 습진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습진과 무좀의 초기 증상이 비슷한 데다 두 질환의 특성을 모르면 구분이 쉽지 않아 치료시기만 늦어졌다.
여름철 무좀약 판매량이 늘어나면서 기존 무좀 연고에 비해 효과가 오래 간다고 광고하는 원스형 무좀약이 각광을 받고 있다. 원스형 무좀약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1회 사용으로 2주간 약효가 지속되고 3개월간 재발방지 효과를 낸다는 점, 기존 연고를 바르면 약이 스며들 때까지 수 분간 기다려야 하지만 원스형은 도포 후 1~2분 내 코팅 형태로 건조돼 편의성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제약사들은 이런 장점을 대중에게 어필하면서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1회용 제품인 노바티스 ‘라미실원스외용액’ 제품 설명서에 ‘완치’나 ‘치료’라는 표현은 없다. 무좀 원인균 제거, 증상 완화, 재발 방지에 도움(3개월 간)이라는 3단계 무좀케어 효과만 표기하고 있다.
경기도 부천의 한 약사는 “원스 제형이 한 튜브당 평균 국산은 1만원, 외제는 1만6000원~2만원하는 데 비해 일반 연고는 개당 7000원 정도”라며 “일반은 테르비나핀 10mg, 원스형은 11.25mg 들어 있어 가성비로만 따지면 일반 무좀연고가 훨씬 낫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반 무좀연고를 서너 번 나눠 바르나 원스 제형을 한 번 바르나 효과에서는 별 차이가 없기 때문에 효율로만 보면 일반 무좀연고를 권한다”며 “일반 무좀연고도 처음 바를 때 많은 양을 도포하면 원스 제형과 효과가 비슷해진다”고 덧붙였다.
이 제품의 용법용량 설명에는 발바닥으로부터 1.5cm 높이에 해당하는 발 전체에 약을 도포하고 가급적 24시간 동안 물을 묻히지 않도록 권장하고 있다. 코팅막이 약해지면 약효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무좀은 잘 씻고 잘 말린 뒤 꾸준히 약을 발라야 한다는 기존 연고제 사용법과는 차이가 있어 무턱대고 사용하면 효과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효과를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이유는 눈에 보이는 증상이 무좀이라고 생각했던 것과 달리 습진 등과 같은 피부염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좀과 습진의 가장 큰 차이는 곰팡이균 감염 여부로 일반인이 초기 증상에서 병변만 보고 육안으로 구분하기는 어렵다.
무좀(athlete’s foot)은 감염성 피부질환으로 표재성 곰팡이증 중 진균(피부사상균, 무좀균, 곰팡이)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인 백선을 지칭한다. 진균이 피부각질층, 체모, 손발톱 등 케라틴(머리털, 피부 등 상피구조의 기본을 형성하는 단백질)에 기생하면서 나타난다.
증상은 발가락 사이 피부가 짓무르고 습기에 불어 허옇게 되거나, 갈라지며 각질이 벗겨지는 등 다양하다. 땀이 많이 나면 불쾌한 발 냄새가 나기도 한다. 발바닥이나 가장자리에 심하게 가려운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가려움증이 주된 증상이긴 하지만 반드시 동반되는 것은 아니다. 발바닥의 각질이 전체적으로 두꺼워져 고운 가루처럼 인설로 떨어지는 경우엔 무좀이면서도 가려움증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습진(Eczema)은 임상적, 조직학적 특징을 보이는 피부질환군을 통칭하는 개념이다. 피부염의 한 그룹으로 아토피피부염, 접촉피부염, 건성피부염, 지루성습진 등이 습진의 범주에 포함된다. 발적, 부종, 비늘(인설), 가려움, 진물, 건조, 각질, 과다각화증, 물집, 갈라짐, 출혈, 태선화(단단하고 거친 잔주름들이 커져서 더 뚜렷이 나타나는 피부병) 등 다양한 특징을 보인다.
무좀이 있는 사람이 증상을 습진으로 오인해 습진약(주로 스테로이드 계열)을 바르면 무좀균이 잠복해 만성질환으로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 증상을 방치하거나 잘못된 치료법을 사용해 초기치료에 실패하면 재발 위험이 높아지고 다른 부위로 번질 수 있다. 평소 가지고 있는 질환이 아니라면 무좀인지, 습진인지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동작구 G피부과 원장은 “습진을 무좀인 줄 알고 무좀약을 바르다가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며 찾아오는 환자가 꽤 많다”며 “습진약은 부신피질호르몬이 들어있는 스테로이드제제이지만 무좀약은 곰팡이균을 죽이는 항진균제로 무좀을 장기간 방치하거나 항진균제 대신 습진약을 쓸 경우 심하면 2차감염돼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축축한 양말이나 꽉 끼는 신발을 신고 있는 것도 손발톱 무좀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고온다습하고 통풍이 안 되는 신발 속은 무좀균이 번식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이다. 실내에서는 맨발이나 통풍이 잘 되는 개인 슬리퍼 등으로 갈아 신고, 발에 땀이 많다면 땀 흡수가 잘 되는 면 양말을 신고 여분의 양말을 챙겨 자주 갈아 신는다.
가족 중 손발톱 무좀 환자가 있다면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다른 가족에게 전파될 위험성이 44~47%로 높다. 무좀 환자와 손발톱 관리도구, 수건 등을 공유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집 안에서도 개인 위생을 철저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꾸준한 치료도 중요하다. 손발톱 무좀은 손발톱 뿌리 부분이 감염되지 않고 감염 면적이 50% 이하인 경우,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는 국소 치료제로 충분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요즘같이 코로나19로 집콕 생활이 길어지는 시기에는 집에서 네일라카 형태의 국소치료제로 효과적인 셀프 관리가 가능하다. 제품의 침투력, 도포 주기, 손발톱 재생 효과 등을 비교해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대표적인 손발톱 무좀 전용 치료제로는 일반의약품 판매 1위 ‘풀케어 네일라카’가 있다. 손발톱을 갈거나 닦아낼 필요 없이 하루 한 번만 발라 간편하게 무좀 관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