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며 달리기나 농구 등 운동을 재개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운동을 오래 쉬었다면 운동에 적응하는 시간부터 가져야 한다. 몸이 굳어있는 상태서 곧바로 예전처럼 움직이면 다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갑작스럽게 과도한 운동을 하면 연골연화증의 원인이 된다.
슬개골 연골연화증은 무릎관절의 충격완화 역할을 하는 연골이 무리한 운동과 다이어트 등으로 손상돼 물렁물렁해지고 탄력이 없어진 상태다. 병이 진행될수록 연골이 변색되고 충격을 견디지 못해 파괴된다.
슬개골 연골연화증은 20~30대 젊은 층에서 호발한다. 슬개골이 허벅지뼈 위에서 마찰하지 않고 매끄럽게 주행하려면 슬개골 주위의 근육이나 힘줄 간 밸런스가 중요한데, 젊은 나이에서는 성장이 진행 중이므로 근육-힘줄 간의 밸런스가 일시적으로 틀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따라서 무릎을 구부릴 때 슬개골이 허벅지뼈와 자주 부딪히게 되어 슬개골 연골이 쉽게 손상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여성이 남성보다 발병빈도가 높은데, 이는 여성이 근육량이 적어서 슬개골 주위 근육-힘줄 밸런스가 무너지기 쉽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퇴행성 관절염이나 과도한 무릎의 사용이 슬개골 연골연화증을 촉발시킬 수 있다.
김진구 건국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초기에는 연골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에 그치지만 계속 방치하면 연골이 부풀어 오르다 마치 게살처럼 뜯어지기 시작한다”며 “드물지만 일부는 연골 상태가 나빠지면서 관절염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슬개골 연골이 약해지는 원인은 대부분 외상이다. 슬개골이 제자리에서 벗어나거나, 골절로 관절면이 어긋난 상태로 그대로 치유되거나, 무릎 전방 부위를 강하게 부딪치면 연골이 소상될 수 있다. 이밖에 장기간 깁스 착용 또는 입원치료로 무릎관절을 사용하지 않아 대퇴사두근(넙다리네갈래근)이 약화되거나, 무릎뼈가 올라간 고위증 및 반월상연골판 손상으로 무릎 안정성이 저하되는 것도 한 원인이다.
최근엔 젊은 여성에서 발병률이 높아지는 추세인대 무리한 다이어트가 원인으로 꼽힌다. 단기간 체중감량을 위해 굶거나, 1일1식 또는 원푸드다이어트 등 극단적인 식단을 고집하면 칼슘·비타민·철분 등 필수영양소가 결핍된다. 이 중 칼슘 부족은 골밀도를 떨어뜨리고 뼈조직을 약화시켜 연골연화증과 골다공증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초기 증상은 운동 중 통증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무릎 앞쪽에 뻐근한 느낌이 들면서 점차 앉고 일어나는 동작까지 힘들어진다. 심해지면 걷기 어려울 정도로 강한 통증이 동반된다. 무릎연골은 통증을 느끼는 신경세포가 없기 때문에 무릎 통증이 느껴진다면 이미 연골손상이 진행됐을 가능성이 크다.
연골연화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통증과 강직감이다. 안정을 취하고 있을 땐 통증이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오래 앉아 있다 일어서면 슬개대퇴관절에 압박이 가해져 통증이 생기고, 무릎이 제대로 펴지지 않는다. 손상된 연골 부위의 염증 반응으로 부종이 일어나고 무릎을 움직일 때 소리가 들리기도 한다.
김진구 교수는 “슬개골 연골연화증은 젊은 여성에게서 발병률이 높다”며 “과도하게 다이어트를 하거나 근육량이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굽 높은 구두를 자주 신는 것도 영향을 끼친다”며 “하이힐처럼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무게중심이 앞쪽으로 쏠려 발바닥 전체로 체중이 고르게 분산되지 못해 무릎 앞쪽인 슬개골로 압박과 부담이 집중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땐 보존적 치료가 가능하다. 슬개대퇴관절에 압박을 주는 자세나 활동을 피하는 게 좋다. 장기적으로는 허벅지, 특히 대퇴사두근의 근력을 강화하면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 물리치료나 진통소염제 등을 이용한 약물요법을 병행하기도 한다.
증상이 심할 땐 관절 내 스테로이드나 히알루론산 주사치료 등을 시행하지만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논란이 많다.
약물치료 등 보존적 요법으로도 증상이 개선되지 않으면 관절경수술로 슬개골 외측을 압박하는 외측 지지대의 압력을 줄이는 외측지지대유리술과 손상된 연골을 치료하는 연골성형술 등 수술적 치료가 필요하다.
연골연화증을 예방하려면 평소 계단, 가파른 비탈길이나 산을 오르내리는 것을 피하도록 한다. 쭈그리고 앉아서 일하거나, 양반다리 자세로 또는 장시간 무릎을 구부리고 앉아 있는 것은 무릎-넙다리 관절에 압박을 가하므로 삼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적정 체중 유지다. 이를 위해 평지걷기, 수영 같은 운동을 꾸준히 해주는 게 바람직하다.
대퇴사두근을 강화하려면 무릎 밑에 계란을 놓고 무릎 뒷부분으로 계란을 깬다는 느낌으로 허벅지 근육에 5초간 힘을 줬다 풀었다 하면 된다. 무릎을 편 상태로 다리를 천천히 올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들 운동을 하루에 4회, 회당 40~50번씩 시행하면 허벅지 근육 강화 및 통증 완화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