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업무나 스트레스로 인해 몸의 모든 에너지가 소진된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이는 ‘번아웃 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갑자기 불이 꺼진 듯 에너지가 방전된 모습을 보이고 업무·일상 등 모든 일에 무기력해진다. 업무, 학업 등 특정한 목표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모두 사용했을 때 주로 나타난다.
번아웃 증후군이 발생하면 의욕이 저하되고 무기력해지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평소보다 쇠약해지며,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 공감 능력도 떨어진다. 또한 과도한 뇌 사용, 극도의 예민함·불안감으로 인해 건망증이나 불면증을 겪고, 만성적인 감기·요통·두통이 생기기도 한다. 마른 사람은 살이 더 빠지고, 반대로 살이 찐 사람은 체중이 더 늘어난다. 이밖에 △집중력 저하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증후군 △이명 등을 겪는 경우도 있다.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가 시작됐지만, 코로나19 확산은 지속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집콕' 생활을 유지하는 사람이 많은데,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자극적인 맛의 배달음식을 자주 시켜 먹게 돼 주의가 필요하다.
봄철 갑작스러운 기온 변화와 큰 일교차로 최 씨처럼 ‘봄앓이’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신체 중 소화기는 호흡기와 함께 가장 날씨 변화에 민감한 부위로 꼽힌다. 환절기 급격한 온도 변화에 따른 스트레스는 소화불량, 식욕부진, 위장장애를 유발하고 소화기궤양이나 과민성대장증후군 같은 소화기계질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설사와 변비, 복통, 복부팽만 등 각종 증상이 수시로 개선과 악화를 반복한다. 그 때문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각종 약을 자주 먹게 되는데, 빈번한 약 복용이 오히려 장 건강을 해치는 건 아닐지 걱정된다.
변덕스러운 봄 날씨에 봄앓이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질환이 과민성대장증후군이다. 이 질환은 다른 기저질환이나 해부학적 이상 없이 대장근육의 과민해진 수축운동으로 인해 발생한 만성적인 복통, 복부불편감, 배변장애 등 소화기계 증상을 총칭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급격한 온도 변화, 불안, 긴장, 피로, 스트레스 등이 관련 요인으로 꼽힌다. 봄철인 4~6월에 겪게 되는 소화기 증상의 30%가량이 이 질환에 의해 발생한다. 전체 인구의 15~30%에서 발생하고, 여성 환자가 남자보다 두 배 많으며, 20~30대 젊은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봄철에 △소화가 잘 되지 않고 가스가 차며 더부룩한 느낌이 들거나 △스트레스를 받을 때 복통이 동반되거나 △변비나 설사를 자주 겪거나 △대변을 보고 난 뒤 개운하지 않은 느낌이 들거나 △술과 매운 음식을 먹은 뒤 설사가 나오는 일이 반복되거나 △배에서 부글거리는 소리가 자주 들리거나 △식후 배변 간격이 짧아지는 증상이 주 3회 이상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진단받아보는 게 좋다. 대부분 자연스럽게 개선되지만 그만큼 재발률도 높다.
김선미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예방하려면 자극적인 음식, 인공 과당·감미료, 술, 카페인, 고지방식품, 우유의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가 풍부한 바나나·토마토·딸기 등 과일 및 채소류의 비율을 늘리는 게 좋다”며 “단 섬유질이 풍부한 식품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오히려 뱃속에 가스가 많이 차서 복부팽만감 등이 동반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식이요법 및 약물치료로 개선할 수 있지만 임의로 소화제나 지사제 등을 복용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과민성대장증후군으로 의료기관을 환자 수는 143만 9,055명으로 집계됐다. 과민성대장증후군 성별과 나이에 상관없이 고르게 발생하는 편이지만 50대 환자가 30만 1,227명으로 전 연령대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기록했다. 이어 60대 환자 수가 29만 9,467명, 40대 환자 수가 21만 3,691명으로 뒤를 이었다. 약물치료는 장의 예민도를 떨어뜨리는 진경제, 변비에 효과적인 부피형성완하제(수분을 흡수해 대변 부피를 늘리고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약)을 사용하고 소량의 신경안정제를 보조적으로 처방하기도 한다.
배앓이에 발열, 구토, 설사가 동반되면 식중독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김선미 교수는 “식중독 발생시 탈수가 심하지 않으면 식사는 정상대로 하는 게 좋다”며 “포도당이나 전해질이 포함된 물은 순수한 물보다 체내에 더 빠르게 흡수되므로 끓인 물에 설탕·소금을 타서 마시거나 이온음료를 복용하는 게 도움된다”고 말했다. 이어 “식중독으로 인한 설사 증상이 심하다고 지사제를 함부로 복용하면 장 속 독소나 세균 배출이 늦어 회복이 지연되고 경과가 나빠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젊은층에서 발병률이 높은 자가면역질환인 크론병과도 헷갈리기 쉽다. 크론병은 소화기관 내에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장내 세균총에 대한 인체의 과도한 면역반응으로 설사, 복통, 체중감소, 전신쇠약감, 식욕부진 등이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이다.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기계 어느 곳에서 발병할 수 있으며, 식욕부진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 게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다르다.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소화기질환 환자는 장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유산균 섭취시 주의해야 한다.
미국 텍사스대 연구에선 위와 장에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이 요구르트나 건강식품에 함유된 프로바이오틱스를 과다 섭취하면 장에 가스가 생기고 복통과 설사가 동반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교수는 “해외연구 결과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가 프로바이오틱스 섭취할 경우 복통·설사 등 증상이 개선됐다는 연구와 반대로 악화됐다는 상반된 연구결과가 보고돼 무조건 좋다고만은 보기 힘들다”며 “유산균 섭취 전 전문의와 꼭 상담하고 섭취 후 가스, 복부팽만감, 설사, 변비 등 불편한 증상이 발생하면 섭취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민성 장증후군은 재발이 잦은 질환이라 증상이 있을 때마다 병원을 가기보단 약국에서 판매하는 일반의약품만 복용하며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 의사의 처방 없이 약국에서 판매되는 약만 먹다가 질병이 악화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환자가 있지만, 그렇진 않다. 일반의약품으로 판매되는 약만으로도 증상이 잘 해결된다면, 적절히 약을 먹고 있다고 생각해도 된다.
애초에 과민성 대장증후군은 효과적인 단독 치료 약물이 없고, 증상 완화 목적으로 약을 복용한다. 일반의약품을 오래 먹는다고 해서 과민성 대장증후군이 더 악화하진 않는다는 것이다.
단, 일반의약품으로 조절되지 않는 증상이 있다면 진료를 받아야 한다.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등 염증성 장질환 등 다른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