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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질환 ‘황반변성’, 단순 노안으로 방치하다 실명 위험 크다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2-05-19 15:21:27
  • 수정 2022-05-19 15: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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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변부보다 중심부 시력 집중저하 … 전체환자 10% 삼출성 2년내 실명, 40대부터 정기검진 필요

고령 인구가 늘면서 안과 병·의원은 일년 내내 노안, 백내장 등 노인성 안과질환 진료를 받으려는 환자로 북새통을 이룬다. 나이가 들면 몸에서 나타나는 질병 신호를 단순한 노화현상으로 여겨 방치하기 쉬운데 눈도 마찬가지다. 

 

안구의 가장 안쪽 면에 자리하는 신경 조직을 망막이라고 하는데, 이 중에서도 중심 부분을 황반이라고 일컫는다. 이곳에서 노인성 변화로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신경 조직에 쌓이게 되면서 황반부가 기능을 점차 잃어가는 질환을 황반변성이라고 한다. 황반변성은 우리나라의 40세 이상 인구에서 6.6%, 60세 이상에서 11.7%의 유병률을 보인다. 황반변성은 해가 지날수록 증가 추세이며 실명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이다.

 

황반변성이 생기면 글자가 뭉개져 보이거나 직선이 휘어져 보이는 변시증이 나타난다. 상태가 더 진행되면 글자에 공백이 생기거나 중심 부분이 지워진 것처럼 보여 독서나 미세한 작업, 밤 운전이 힘들어진다. 또한 색감의 대비도가 떨어져 색깔이 선명하게 보이지 않게 되기도 한다.

 

황반변성이 한쪽 눈에만 국한된 경우에는 정상적으로 기능을 하는 반대쪽 눈으로 주시하여 보게 되므로 초기 증상을 잘 못 느끼고, 어느 정도 진행되어서야 병원에 내원하게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있다.

 

녹내장, 당뇨망막병증과 함께 3대 실명질환으로 불리는 황반변성은 노화, 유전적 요인, 독성, 염증 등에 의해 황반부에 노폐물이 쌓이고 신경조직이 손상돼 시력이 저하되고 심하면 실명에 이를 수 있다. 정확한 발병원인은 규명되지 않았지만 노화로 인한 황반 부위 신경세포 퇴화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최근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0년 황반변성 환자는 201367명으로 2016145018명보다 약 39% 증가했다. 50~60대 환자가 8194명으로 전체 환자 중 40%를 차지했다. 질병관리본부·대한안과학회 자료 중에는 40세 이상 눈 질환 유병률 가운데 노인성 황반변성이 13.4%나 됐다는 보고도 있었다.

황반변성의 경우 증상이 심하지 않을 때는 특별한 징후가 없거나 노안과 유사해 방치하기 쉽다.

 

눈 망막에는 빛과 색을 정확하고 선명하게 인지하는 시세포인 황반이 밀집돼 있다. 노화로 인해 황반에 위치한 시세포 기능이 떨어지면 황반 밑에 노폐물(드루젠, drusen)이 쌓이고, 이것이 서로 뭉쳐 커지면 시야가 가려지면서 시력장애가 동반된다.

 

노인성 안질환인 노안과 헷갈려 방치하기 쉬워 질환별 차이점을 숙지해두는 게 좋다. 문상웅 강동경희대병원 안과 교수는 노안은 나이가 들면서 수정체의 탄력성이 떨어져 가까운 사물이 잘 보이지 않는다황반변성은 노안과 달리 가까운 곳은 물론 먼 곳의 시야도 흐릿해지고 일직선이 곡선처럼 구부러지거나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게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황반변성 초기에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가 병이 진행될수록 사물 형태를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부엌과 욕실의 타일, 건물 등의 선이 물결치듯 굽어보이는 증상이 나타난다. 바둑판 모양의 직선이 그려진 암슬러 격자를 이용한 자가진단으로 황반변성 여부를 체크해볼 수 있다.

 

병이 더 악화되면 사물의 중심이 까맣게 보이거나 책이나 신문을 읽을 때 글자에 공백이 생긴다. 특히 주변 시야는 괜찮은데 중심부가 흐리고 찌그러져 보인다.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는 백내장은 시야 전체가 흐려 보이고, 녹내장은 주변 시야부터 안보이면서 시야가 좁아지는 게 차이점이다.

 

황반변성은 크게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으로 나뉜다. 국내 발생 황반변성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건성 황반변성은 시세포가 서서히 파괴돼 중심부 시력이 천천히 떨어지는 게 특징이다. 시력상실까지는 이어지지 않지만 치료 시기를 놓치면 예후가 좋지 않은 습성 황반변성으로 악화될 수 있다.
 
습성 황반변성은 건성과 달리 시력장애가 더 빨리 진행되는 게 특징으로 65세 이상에서 실명 빈도가 가장 높다. 문상웅 교수는 질환 초기 황반 아래쪽으로 맥랙막 신생혈관이 자라는데 정상적인 혈관보다 약해 황반 밑에서 혈관이 터지거나 삼출물이 새어나가 시세포를 손상시킬 수 있다시세포가 망가지면 빠른 시간 내에 중심부 시력을 잃게 되는데 보통 진단 후 2년 내에 실명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황반변성은 연령이 증가할수록 발병률이 높아진다. 국내 65세 이상의 13%에서 초기 황반변성 증상이 나타나며, 75세 이후부터 유병률이 급증하는 양상을 보인다. 흡연자나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사람에서 발생률이 높고, 햇빛에 많이 노출될수록 위험성이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문 교수는 황반변성이 이미 시작됐다면 손상된 세포를 되살릴 길이 없다“40대부터 안과에서 정기검사를 받고 조기에 병을 발견해 시력저하 속도를 늦추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눈 노화를 방지하고 황반성 위험을 낮추려면 눈에서 발생하는 산화스트레스를 줄여야 한다여러 선행 연구결과 항산화효과를 가진 비타민 섭취를 늘리면 황반변성 진행이 억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비타민제 등 영양제 복용이 꺼려진다면 달걀 노른자, 누런 호박, 시금치 등 황반색소(루테인 lutein, 제아산친 zeaxanthin)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황반색소가 적은 사람은 조직 손상을 유발하는 단파장 빛이 거의 100% 가까이 황반의 시각세포에 도달한다. 반면 황반색소가 많으면 빛이 10% 미만만 시각세포에 도달해 망막을 보호할 수 있다.

 

빨강·노랑·초록·보라·검정 등 색이 짙은 과일과 채소는 눈 건강에 유용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토마토 등 빨간색 과일에는 강력한 항산화물질인 안토시아닌과 리코펜이 풍부하다. 파인애플이나 오렌지 등 노란색 과일에는 항산화물질인 베타카로틴이 많고, 브로콜리·배추 등 초록색 식품은 해독 및 노화 예방에 효과적이다.

 

또 해외연구에 따르면 올리브유, 생선, 땅콩·캐슈너트 같은 견과류 등에 풍부한 오메가-3지방산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노인성 황반변성 빈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영양소는 항염증 작용을 통해 황반변성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안구 내 염증을 억제한다. 렌틸콩과 검은콩은 불포화지방, 단백질, 식이섬유, 셀레늄, 아연 등이 풍부해 황반변성 예방에 좋다. 흡연 및 자외선도 위험인자이므로 금연은 필수이며, 태양이 강한 날 외출할 땐 선글라스를 착용해야 한다.

 

이미 증상이 시작됐다면 가급적 빨리 의학적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건성 황반변성은 항산화 비타민제 복용 등 보존적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위험인자인 고혈압·고지혈증 등 원인질환 치료에 집중한다.

 

반면 습성 황반변성은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변성이 일어난 부위의 경계를 명확히 파악할 수 있을 땐 열레이저광응고술, 항체주사, 유리체절제술 등을 시행한다. 단 아직까지 완전한 치료법은 없고 증상을 늦추는 데 그칠 뿐이다.

 

가장 나중에 도입된 광역학치료(Photodynamic therapy, PDT)는 신생혈관성 병변을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이지만 치료 비용이 비싸고 반복적인 재치료가 필요한 게 단점이다. 최근엔 항혈관내피성장인자항체(Anti-VEGF antibody)를 눈 속에 주입해 황반변성의 원인인 신생혈관을 치료하는 방법이 사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로는 아플리버셉트(바이엘 아일리아)’, ‘라니비주맙(노바티스 루센티스)’, ‘베바시주맙(로슈 아바스틴)’ 등이 있다.

 

눈 건강 위해 외출시 선글라스 필수

자외선이 눈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볼 때, 자외선이 강한 날은 야외활동을 자제하고 불가피할 경우에는 선글라스를 반드시 착용하거나, 양산이나 모자를 써서 눈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선글라스를 선택할 때에는 자외선 차단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외선 차단 기능이 떨어지는 선글라스는 착용해도 효과가 없다. 색상은 진하지만 자외선 차단 기능이 부족한 선글라스는 오히려 더 위험하다. 짙은 색의 선글라스는 눈으로 들어오는 가시광선 양을 줄여 눈의 조리개 역할을 하는 동공을 크게 만든다. 동공이 커진 상태에서 더 많은 양의 자외선을 흡수하게 되면 눈에 치명적일 수 있다. 또 푸른 계열의 선글라스는 피하는 것이 좋다.

문 교수는 "자외선은 유아기 시력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아이의 수정체는 성인보다 투명해서 파장이 짧은 빛도 수정체에서 흡수되지 못하고 망막에 더 많이 노출될 수 있으므로 자외선이 강한 날에는 아이들도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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