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원진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팀이 뇌 MRI 상의 맥락얼기 부피가 클수록 기억력과 자기통제, 계획 등 인지 기능이 저하됐으며, 이는 알츠하이머 치매와 관련성이 있다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5월 영상의학과 분야 최상위 SCI 저널인 ‘RADIOLOGY(IF=11.105)’ 온라인에 게재됐다.
맥락얼기 또는 맥락막총(脈絡膜叢, choroid plexus)은 뇌실(ventricle)에서 발견되는 혈관과 세포의 네트워크로 뇌 건강 유지에 매우 중요하며, 혈액-뇌척수액 장벽 (blood-cerebrospinal fluid barrier)을 형성한다. 즉, 맥락얼기는 혈액에서 뇌로 가는 면역세포에 대해 일종의 관문 역할을 하고, 뇌척수액(cerebrospinal fluid, CSF)을 생산하는 주요 장소로 뇌세포에서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을 제거한다.
한편, 맥락얼기 안의 혈관들은 뇌 안의 혈관과 달리 혈액뇌장벽이 없어, 영양분은 뇌 내로 공급하고, 노폐물이나 독성단백질은 외부로 유출해 청소(clearance) 기능을 하는 통로가 된다.
문원진 교수는 “알츠하이머 치매는 아밀로이드(amyloid)와 타우(tau)라고 불리는 비정상적인 단백질의 축적과 그에 따른 신경 변성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기 때문에, 맥락얼기의 청소 역할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문원진 교수는 “현재 학계에서는 아밀로이드와 타우의 ‘과잉 생산’보다 ‘청소(clearance) 장애’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이라 생각하고 있다”며 “ 맥락얼기 이상이 단백질 청소 장애를 일으켜 뇌 속 노폐물과 독성 단백질 축적을 초래하고, 면역 장애를 일으켜 신경염증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인지장애와 관련해 맥락얼기의 영상의학적 특징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문원진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다양한 정도의 인지저하가 있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3Tesla 뇌 MRI 사진을 얻었다. 총 532명의 참가자 중 147명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앓고 있었다. 또 132명은 역동적조영증강영상(DEC 영상)을 이용해 투과도 영상을 얻었다.
연구 결과, 알츠하이머 치매 스펙트럼 환자에서, 뇌 MRI상의 맥락얼기 부피가 인지장애 정도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맥락얼기 부피는 정상인보다 더 컸으며, 맥락얼기의 부피가 클수록 기억력과 자기통제, 기억력을 관장하는 광범위한 정신능력인 실행기능(executive function)이 저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맥락얼기의 투과성은 경도인지장애에 비해, 알츠하이머에서 낮아진 것으로 확인됐다.
문원진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아밀로이드 병리가 맥락얼기 부피에 구체적으로 어떻게 관여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며 “그러나 맥락얼기 부피가 인지장애 정도와 독립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것은 명확히 밝힐 수 있었다”고 논문 의의를 전했다.
이어 문원진 교수는 “뇌 깊은 곳에는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hippocampus)’라 불리는 구조물이 존재하는데, 현재까지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에 있어 MRI의 역할은 신경퇴화(neurodegeneration)의 일환으로 해마의 위축을 보여주거나, 혈관성 병변을 감지하는 데 국한돼 있었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맥락얼기의 이상(혈액-뇌척수액장벽의 이상)을 MR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또 이번 연구는 청소 장애나 신경염증에 대한 새로운 표적 치료제 개발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면에서도 성과를 거뒀다.
문원진 교수는 이번 연구에 대해 “선별 검사 단계에서 맥락얼기 부피와 해마 부피를 함께 평가한다면, 알츠하이머 치매에 ‘더 취약한 환자’와 ‘덜 취약한 환자’를 구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병이 진행됨에 따라 맥락얼기의 부피가 어떻게 변하는지에 대한 종단연구(longitudinal study)를 진행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치매극복연구개발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의약학단 중견연구과제의 연구비지원을 받아 진행됐다. 문원진 교수는 연구책임자이자 교신저자, 최종덕 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전공의가 1저자, 문연실 건국대병원 신경과 교수, 임영희 중앙대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김희진 한양대병원 신경과 교수 및 이수빈 박사후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연구원이 공저자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