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은 한국 롯데그룹이 미국 뉴욕주 이스트시라큐스(East Syracuse)에 소재한 자사의 제조시설을 1억6000만달러에 인수키로 합의했다고 13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 공장은 롯데그룹의 미국 내 생물의약품 위탁개발‧제조기관(CDMO)으로 나가는데 북미시장 핵심기지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BMS가 생산해오던 연간 2억2000만달러 규모의 생물의약품을 승계해 지속 제조한다. 이번 계약은 올해 하반기 중 마무리될 전망이다.
롯데그룹은 이번 공장 인수를 통해 부동산, 공장 설비, 고도의 기술적인 역량과 전문성을 보유한 재직인력 등을 일괄 인수하게 된다. 이 공장에는 420명의 숙련 인력이 종사하고 있으며, 64개국 이상에서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기준(GMP)을 충족해 신속한 기술이전, 시험생산, 인허가가 가능한 인프라를 갖췄다.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의 카린 섀너헌(Karin Shanahan) 글로벌 신약개발‧공급 담당 부회장은 “이스트시라큐스 시설은 BMS 역사의 중요한 한 부분이자 지난 수 십 년 동안 우리가 보유한 제조 네트워크의 일부를 구성해 왔다”면서 “롯데그룹이 이곳 시설과 내포하고 있는 역량, 숙련된 인력 등을 풀가동하면서 전세계 환자에게 생동감 넘치는 역할을 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BMS의 이스트시라큐스 공장은 세계2차대전이 한창인 1943년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페니실린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처음 지어졌으며, 2010년부터 3년간 시설변경을 통해 면역항암제인 ‘옵디보주’(Opdivo)와 ‘여보이주’(Yervoy), 신장이식 면역억제제 ‘뉴로직스’(Nulojix 벨라타셉트), 다발성골수종치료제 ‘엠플리시티주’(엘로투주맙) 등 첨단 생물의약품의 양산으로 역할을 전환했다.
롯데그룹의 이훈기 부사장 겸 롯데헬스케어 대표는 “이번 거래는 본사 차원에서 의미 있는 투자”라며면서 “북미시장에서 생물의약품 CDMO 사업부문의 규모와 범주를 빠르게 확대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편 계약성사에 따른 후속절차들이 마무리될 때까지 이스트 시라큐스 시설은 BMS의 일부로 가동이 지속될 예정이다.
롯데지주는 올해 3월 25일 정기주총에서 향후 10년간 2조50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의약품 사업을 육성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건강기능식품, 유전자진단, 건강검진 서비스 등을 아우를 롯데헬스케어(700억원 출자)를 출범시켰다. 5월에는 롯데지주의 자회사로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해 미국 이스트시라큐스에서 CDMO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 2030년까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세계 10대 CDMO로 육성한다는 목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지난 4월 미국 출장 중 이스트시라큐스 공장을 직접 둘러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이름에서 드러난 것처럼 삼성그룹의 삼성바이오로직스처럼 당분간은 바이오시밀러 등 생물의약품 생산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조만간 미국법인도 설립될 예정이며 최대 생산역량을 10만L 규모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SK그룹의 SK바이오팜처럼 신약개발에 나선다는 비전이다. 롯데가 인수한 이스트시라큐스 공장 생산역량은 연 3만5000L(항체 의약품 원액)로, 삼성바이오의 생산 역량(36만 4000L)의 10분의 1수준에 그쳐 양적 경쟁에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생물의약품(항체의약품 등)에서 시작해 세포치료제 또는 유전자치료제로 저변을 넓혀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