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나이가 늦은 만혼 추세로 인해 고령의 고위험 임신도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만 35세 이상의 임신으로, 산모와 태아·신생아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은 임신을 뜻한다. 우리나라에서는 35세 이상 고령 임신부의 출생아 비율이 1980년 4% 정도였으나, 2019년에는 33%로 급격히 증가했다.
고위험 임신의 위험요소에는 고령 임신뿐만 아니라 임신 전 기저질환도 있다. 예를 들면 고도 비만이나 고협압, 신장·심장질환, 당뇨병이 그것이다. 이들 질환이 있으면 임신 중 여러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대표적으로 임신중독증(의학용어로는 자간전증)과 조산 등이 꼽힌다.
따라서 35세 이상의 여성이 임신을 준비할 때는 건강검진으로 기저질환 유무를 파악해야 한다. 만일 질병이 있으면, 임신을 해도 되는 수준인지 확인한 후 대처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체질량(BMI) 지수가 25 이상의 비만이면, 정상적인 체중까지 감량한 후 임신을 계획하는 것이 좋다. 특히 평소에 건강한 생활·식습관을 유지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보다 영양 상태가 개선되고 의학기술이 발달했다지만 여전히 35세 이상 여성은 임신시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 35세 이하 임산부보다 임신성 당뇨병, 고혈압, 임신중독증 등 임신 합병증과 기형아 출산 위험이 2배가량 높다. 특히 임신성 당뇨병은 피할 수만 있다면 무조건 피하고 싶은 1순위 불청객이다.
임신성 당뇨병은 정도에 상관없이 혈중 포도당 수치가 정상보다 높은 상태로 임신 중 처음 발견되거나 시작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한국인을 비롯한 동아시아, 히스패닉계, 아프리카계 흑인, 남아시아 여성은 중등도 위험군 이상으로 분류된다. 이로 인해 국내 임산부는 대부분 임신 24~28주 사이에 임신성 당뇨병 확인을 위한 선별검사를 시행한다.
임신 24~28주 사이에 포도당 50g을 복용하고 한 시간 뒤 혈액을 채취하는 당부하검사에서 혈중 포도당 수치가 130~140㎎/㎗ 이상이면 이상소견을 의심해볼 수 있다.
국내 유병률은 2~14% 정도로 임신여성 10명 중 1명에서 발병한다. 임신 중엔 태아를 감싸고 있는 태반에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 분비가 급격히 증가한다. 이들 호르몬은 췌장에서 분비돼 적정 혈당을 유지하는 인슐린의 작용을 약화시켜 임신성 당뇨병을 유발하게 된다.
제 때 치료하지 않으면 산모와 태아의 건강에 심각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태아는 모든 영양을 엄마의 혈액으로부터 공급받는다. 임신성 당뇨병인 임산부는 혈당이 높아 태반을 통해 과도한 포도당과 기타 영양소가 태아에게 전달돼 거대아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자궁 내에서 측정된 태아의 몸무게가 4.5㎏ 이상이면 거대아로 정의한다.
특히 임신 전에 고혈압이나 신장질환 등이 있으면 임신중독증 발생의 위험이 높다. 이를 예방하려면 산전 진찰에서 혈압을 정기적으로 체크하고 혈압이 높을 때는 소변검사로 단백뇨가 나오는지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갑자기 다리 부종이 심해지거나 두통, 시야 장애, 명치 부위 통증 등이 생기면 즉시 병원에 가서 임신중독증에 의한 증상인지 여부를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
임신중독증의 기본적 치료는 아이를 분만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34주 이후에 발견되는 임신중독증은 분만이 원칙이다. 분만을 하지 않으면 질환이 점점 나빠진다. 34주 미만의 임신중독증 치료는 조산 위험성이나 고혈압 관련 질환으로 인한 산모·태아의 위험성을 고려해 분만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배재만 한양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거대아는 자연분만시 어깨가 걸리는 난산의 요인이 되고, 출산 과정에서 산모의 신체를 손상시킬 수 있어 제왕절개가 권장된다”며 “거대아의 제왕절개술 가능성은 정상 출생아보다 1.5배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또 임신성 당뇨병 임산부가 낳은 아기는 출산 직후 저혈당에 빠질 위험이 높다. 신생아 저혈당은 만삭분만일 때 아기의 혈당이 35㎎/㎗ 이하, 조산일 때 25㎎/㎗ 이하로 떨어진 상태다. 창백, 무호흡, 떨림, 청색증이 주요 증상으로 나타난다. 이밖에 호흡곤란, 고빌리루빈혈증, 저칼슘혈증, 적혈구증가증, 소아 당뇨병 및 대사증후군 등 합병증 위험이 정상 출생아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모는 임신성 당뇨병으로 인해 △거대아로 인한 제왕절개수술률 증가 △고혈압성 질환 빈도 증가 △임신성 당뇨병 재발 △양수과다증에 따른 조기진통과 조산 △임신중독증 △요로감염증 △제2형 당뇨병 △당뇨병성 케토산증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자연유산, 34~36주 이후 원인불명의 사산, 태아기형 위험도 2~3배 높다.
임신성 당뇨병 산모 중 절반가량은 출산 후 태반이 떨어져 나가면 증상이 자연스럽게 개선되지만 나머지 절반은 20년내 제2형 당뇨병을 앓을 수 있다. 다음 임신에서 재발할 확률도 30~50%로 비교적 높아 주기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임신성 당뇨병은 식이요법, 운동요법, 약물치료를 극복할 수 있다. 식이요법은 하루 평균 칼로리 섭취를 체중 1㎏당 30~35㎉로 제한하고 탄수화물 비율을 전체 칼로리의 40% 이하로 줄이는 게 좋다.
운동은 식사 후 20~30분이 지난 뒤 실시하고 걷기운동과 상체근육 단련을 병행하면 된다. 임신 상태에선 탈수 위험도가 높아 운동 전후 물을 충분히 마셔준다. 또 태아는 상승한 체온을 떨어뜨리는 능력이 부족해 습하거나 더운 날은 운동을 삼가야 한다.
운동 중 맥박은 1분당 140회(10초에 23회) 이상 올라가지 않도록 강도를 유지한다. 운동 중 아랫배가 단단해지거나 경련이 나타나면 운동을 멈추고 병원에 연락해야 한다.
배재만 교수는 “임신성 당뇨병은 자궁내 태아사망 빈도를 높일 수 있어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는 산모는 임신 32주부터 주 2회 태아의 심장박동 수와 자궁의 수축 정도를 살피는 비수축검사를 받는 게 좋다”며 “식이요법과 운동요법만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약물치료를 고려해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식이요법과 운동으로도 공복혈당이 95㎎/㎗를 초과하거나(정상수치 95~100㎎/㎗ 미만), 식후 1시간 혈당이 140㎎/㎗ 이상, 식후 2시간 혈당이 120㎎/㎗ 이상이면 약물요법을 시작한다. 약물치료엔 인슐린주사와 글리부라이드(글리벤클라마이드)·메트포르민 등 경구용 혈당강하제를 처방한다. 최신 이론은 인슐린주사의 적극적인 초기 투여를 권유하고 있다.
배 교수는 “당뇨병은 유전적인 영향을 많아 가족력이 있다면 임신 전 당뇨병 검사를 필수로 받는 게 좋다”며 “당뇨병이 있는 여성이 임신을 준비한다면 정기적인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고, 혈당이 잘 조절되는 상태로 임신해야 임신 초기 자연유산 및 선천성 기형의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