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스텔라스제약은 희귀유전질환인 X-연관 근세관성 근병증(X-linked Myotubular Myopathy, XLMTM) 환자를 위한 유전자 치료제 후보물질인 ‘AT132’의 임상시험 개발을 포기함으로써 500억엔(3억9000만달러, 한화 약 4800억원) 상당의 비용을 손실 처리한다고 22일 발표했다.
이 회사는 지난 3월 31일로 마감된 지난 회계연도의 4분기에 비용손실로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 회사는 AT132를 평가한 ASPIRO 임상시험에 참가한 환자에서 중대한 이상반응이 보고돼 4번째 사망환자가 발생했다고 지난해 9월 보고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약효 스크리닝 및 투여를 자발적으로 중단했다. 이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ASPIRO 임상시험에 대한 임상 보류 조치를 내렸다. 앞서 2020년 12월에도 각각 패혈증, 위장출혈, 유전자요법 관련 간부전 합병증 등으로 3명의 환자가 사망해 이 임상시험은 보류 조치를 받았다.
이밖에도 아스텔라스는 집먼지진드기 유발성 알레르기비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1상 단계의 DNA 백신 ASP2390의 개발도 포기하기로 결정했다. 또 암 환자를 위한 1상 단계의 GITR 작용제 항체 ASP1951의 개발도 종료하기로 했다.
이와 별개로 아스텔라스는 최근 전임상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뒤센근이영양증(DMD)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 프로그램 AT702, AT751, AT753의 연구개발을 종료했다. 이에 대한 비용손실은 2022 회계연도 1분기에 1억7000만달러(약 2100억원)로 처리될 예정이다.
시련은 이것만으로 그치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중순, 아스텔라스는 폐경기 여성에서 나타나는 중등도~중증의 혈관운동증상(vasomotor symptoms, VMS, 안면홍조 및 식은땀)을 치료하기 위해 개발한 페졸리네탄트(fezolinetant)의 3상 Moonlight 1 시험에서 초기 12주 관찰기간에서 사전 정의된 유효성 평가지표를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이 연구에는 중국, 대만. 한국의 갱년기 여성 환자들이 참여했다.
당시 아스텔라스의 의약품개발 담당 부회장이자 글로벌 의약품 책임자인 낸시 마르틴(Nancy Martin) 약학박사는 전체 임상시험이 완료되면 데이터를 평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이 약물을 포기하지 않았으며 미국과 유럽의 잠재적 신약승인 신청은 3상 Skylight 1 및 2 임상시험과 Skylight 4의 장기 연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Skylight 1 및 2 연구는 캐나다, 유럽, 미국의 280개 의료기관에서 VMS가 있는 1020명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시험 모두 4가지 공동 1차 평가지표를 모두 충족했다. 페졸리네탄트 30mg 및 45mg을 각각 1일 1회 투여한 여성의 경우 위약과 비교해 4주차 및 12주차까지 VMS의 발생 빈도와 증상의 정도가 감소하는 효과를 입증했다.
또 자궁내막 건강을 테스트하기 위한 3상 Skylight 4 임상시험은 미국, 캐나다, 유럽의 180개 의료기관에서 18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1차 평가지표를 달성했다. 마틴은 당시 보도자료에서 “초기 평가에 따르면 페졸리네탄트의 장기 안전성을 추가로 확정지은 Skylight 4 연구의 결과에 만족한다”며 “이번 데이터를 통해 폐경과 관련된 중등도~중증의 혈관운동증상에 대해 동일 계열 최초의 비호르몬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페졸리네탄트는 키스펩틴/뉴로키닌/다이노르핀( kisspeptin/neurokinin/dynorphin, INDy) 뉴런에 대한 뉴로키닌B의 결합을 차단하는 선택적 뉴로키닌-3 수용체(neurokinin-3 receptor) 길항제다.
하지만 4월 13일에는 좋은 뉴스도 전해졌다. 이날 유럽위원회(EC)는 아스텔라스의 항체약물복합체(ADC) 치료제인 ‘패드세브’(Padcev 성분명 엔포투맙 베도틴, enfortumab vedotin-ejfv)를 이전에 백금 기반 화학요법과 PD-1 또는 PD-L1 면역관문억제제를 투여한 경험이 있는 국소진행성 또는 전이성 방광암(요로상피세포암)의 3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아스텔라스는 2019년 미국 바이오기업 오덴테스테라퓨틱스(Audentes Therapeutics)를 3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유전자 치료제 사업을 강화했지만 안전성 우려 때문에 AT132의 개발이 지연되면서 수렁에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스텔라스는 작년 12월에 다이노테라퓨틱스(Dyno Therapeutics astellas)와 차세대 AAV 유전자 치료제 벡터에 대한 연구 제휴 및 라이선스 계약을 맺으면서 유전자 치료제 개발 역량을 강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