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과 신장은 '형제의 장기'다. 심장이 아프면 신장도 아프고, 신장이 아프면 심장도 아프다. 심장이든 신장이든 망가지면 서로 영향을 주게 된다. 하나의 질환이 생기면 다른 하나가 빨리 생긴다. 최근 의료계에서 심장과 신장의 통합적 치료와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심장과 신장 질환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치료제도 등장했다.
인체 각 장기는 서로 밀접하게 연관돼 어느 한 곳에 문제가 생기면 다른 장기까지 잇따라 망가지기 십상이다. 대표적인 게 ‘심장’과 ‘신장(콩팥)’이다. 일반적으로 만성 신장질환 환자에선 특징적인 심장 구조 변화가 일어난다. 주로 왼쪽 심실 벽이 커지고 두꺼워지는 좌심실 비대가 많다. 마찬가지로 심장질환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신장기능이 많이 감소한 경우가 적잖다. 이처럼 신장질환과 심혈관질환이 서로 영향을 끼쳐 예후가 나빠지고 사망률이 높아지는 것을 ‘심장·신장증후군’이라고 한다.
심장은 체내 혈액을 순환시키고 생명이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오른쪽 우심방·우심실과 왼쪽 좌심방·좌심실로 구분된다. 오른쪽 심장은 각 장기를 순환하면서 이산화탄소와 노폐물을 싣고 돌아온 혈액을 받아들이고, 왼쪽 심장은 산소와 영양분을 실은 신선한 혈액이 인체 곳곳으로 퍼질 수 있도록 뿜어낸다.신장은 몸속 노폐물을 걸러 소변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한다. 심장과 신장은 혈압, 전해질, 체액량을 함께 조절하면서 서로 영향을 준다.
특히 심장 왼쪽 부분이 신장기능과 밀접하게 연관된다.김세중·한승석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팀이 심장이상으로 심장초음파검사를 받은 1327명을 대상으로 입원 후 급성 신손상 발생여부 및 예후를 분석한 결과 좌심실의 수축기능 및 이완기능이 저하될수록 급성 신손상 발생 위험이 증가했다.이어 심장초음파 결과를 통해 좌심실이 혈액을 얼마나 잘 내보내는지 나타내는 수축기 심장박출률과 좌심실이 심방으로부터 혈액을 얼마나 잘 받아들이는지 이완기능을 측정한 결과 1327명 중 210명(15.8%)에서 급성 신손상이 발생했다.
좌심실의 수축기 심장박출률이 가장 저조한 군은 가장 우수한 군보다 급성 신손상 발생위험이 1.6배, 좌심실 이완기능이 1.9배 증가했다. 좌심실 수축과 이완기능이 모두 저조한 군은 신손상 발생위험이 2.27배 높았다.
또 네덜란드에서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심부전 환자 1만8000명 중 콩팥기능이 떨어진 환자의 사망률은 43%로 콩팥이 건강한 환자의 36%보다 높게 나타났다.김세중 교수는 “심부전 등 심장병을 앓는 사람의 20~30%는 신장기능도 약해진 상태”라며 “심장기능이 떨어져 몸 전반에 혈액을 넉넉히 공급하지 못한 게 신장기능 저하의 가장 큰 이유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장은 기관 대부분이 혈관으로 구성돼 혈관덩어리로 불리고 심장에서 박출된 혈액의 25%를 공급받는 만큼 심장기능 저하로 인한 악영향을 더 크게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심장병에 동반된 전신적인 염증 반응에 의해 2차적으로 신장이 손상되는 것도 주원인으로 추정된다.마찬가지로 신장이 먼저 나빠져도 심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만성콩팥병 환자가 심혈관계질환으로 사망할 위험은 신장병이 없는 사람보다 10~20배가량 높다.신장이 망가져 사구체여과율이 감소하면 체액과다, 빈혈, 고인산혈증, 요독증 등이 생겨 심장과 혈관 건강을 위협하게 된다. 사구체여과율은 콩팥에서 혈액 속 노폐물을 거르는 필터인 사구체에서 1분당 걸러지는 혈액의 양이다.콩팥기능이 떨어지면 혈관 내 염분과 수분이 몸 밖으로 배출되지 않고 축적돼 전반적이 체액량이 늘어난다.
이럴 경우 심장박동에 무리가 가고 점차 심장에 과부하가 걸리게 된다. 콩팥기능이 감소한 사람에서 빈혈이 자주 발생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신장은 적혈구를 만들어내는 조혈호르몬을 생성하는 기관이다. 신장기능이 저하돼 이 호르몬이 잘 만들어지지 않으면 빈혈이 생기게 되고, 그 결과 부족한 혈액을 더 많이 전달하기 위해 평소보다 펌프질 횟수가 늘어난다. 노후한 자동차가 점점 고장나 퍼지게 되는 악순환이 일어나는 셈이다.
또 콩팥기능이 저하되면 인 대사에 문제가 생겨 혈관이 석회화돼 굳을 수 있다. 김설혜 성균관대 강북삼성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신장결석을 진단받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관상동맥 석회화 수치가 1.3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관상동맥 석회화 수치는 혈관에 칼슘이 쌓여 딱딱하게 굳어지는 혈관 석회화 현상을 컴퓨터단층촬영(CT)을 이용해 수치화한 개념으로 심장질환의 주요 원인인 동맥경화 정도와 비례한다. 이 수치를 보면 관상동맥질환 발생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다.
신장기능이 떨어져 몸에 독성 대사산물이나 염증성 물질이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 것도 문제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동맥경화로 이어지거나 심장근육이 딱딱해질 수 있다.심장과 신장이 서로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는 만큼 심장병 환자는 언제든 신장이 나빠질 수 있음을, 반대로 신장병 환자는 언제든 심장이 안 좋아질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김 교수는 “심장병 환자가 몸이 붓거나, 소변에 거품이 자주 일거나, 밤중에 자꾸 소변이 마려우면 콩팥 이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주기적으로 소변검사를 받아 콩팥기능을 점검하는 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신장질환 환자가 조금만 걸어도 가슴을 조이는 흉통이 느껴지고 숨이 차면 심장기능 이상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성신장병은 3개월 이상 만성적으로 신장에 손상이 있거나 신장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다. 요독, 부종, 빈혈, 혈압 상승 등을 동반하며 5기에 해당하는 말기신부전으로 진행될 경우 투석이나 신장이식을 통해서만 생존할 수 있다.만성신장병 환자들에게 흔히 관찰되는 고혈압은 만성신장병의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하며 신장 기능이 저하됨에 따라 발생하기도 한다.
이처럼 고혈압은 만성신장병에 있어 신장 기능의 악화 인자로 알려져 있지만, 시간 흐름에 따라 나타나는 환자의 혈압 변화가 신장 기능 악화와 어떠한 상관성을 지니는지는 명확히 밝혀진 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