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져만 가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활동량이 줄어 살이 찌면서 본격적인 다이어트에 나서는 사람이 많다. 다이어트는 섭취 칼로리를 줄이고, 규칙적인 운동을 하는 게 기본이지만 갑자기 살이 빠지면 걱정이 앞선다.
하루가 다르게 줄어드는 체중계 바늘을 보면 ‘나도 몸짱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되지만 갑작스러운 체중 감소는 질병을 알리는 신호가 될 수 있어 주의깊게 살펴야 한다.
운동량이나 식사량 등이 평소와 비슷하다는 가정 아래 6~12개월 이내에 체중이 5~10% 이상 또는 5㎏ 이상 감소했다면 원인질환 여부를 진단해보는 게 좋다.
연령별로 체중감소의 흔한 원인이 다르다. 40대 이하에서는 당뇨병·갑상선질환·소화성궤양, 50대 이상에서는 다양한 악성종양(암)이 체중을 감소시키는 주요인이다.
암은 병적 체중감소 원인의 30~40%를 차지하는 가장 흔한 요인이다. 암세포는 정상세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 빠른 성장을 위해 주변 장기 등에서 영양분을 계속 빼앗기 때문에 살이 빠지면서 체중이 줄어든다.
이홍식 고려대 안암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미국암학회는 원인을 알 수 없는 체중감소가 4.5㎏가량 진행되면 암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체중이 갑작스럽게 줄면서 원인불명의 복부통증과 소화불량이 동반되고 식욕이 감퇴되면 위암·대장암·간암·췌장암 등 소화기계 암,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체중감소 원인 중 가장 흔한 위암과 대장암의 경우 오심, 구토, 토혈, 흑변 등 증상이 동반된다. 모든 암 중 생존율이 가장 낮은 췌장암은 체중감소와 함께 복통, 황달, 윗배 불편감, 갑작스러운 당뇨병 발병 등이 함께 나타난다. 폐암은 체중이 줄면서 가슴 주변에 흉통이 느껴지고 목소리가 쉬는 게 특징이다.
당뇨병도 체중감소의 요인이 될 수 있다. 필수영양소 중 하나인 탄수화물은 체내에서 포도당으로 분해된 뒤 인슐린에 의해 세포로 흡수돼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체내 인슐린 분비량이 부족하거나, 인슐린 감수성에 이상이 생겨 포도당이 제대로 세포 안으로 흡수되지 않는다. 흡수되지 못하고 체내를 돌아다니던 포도당은 수분과 함께 소변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이럴 경우 체내에 부족한 포도당 대신 단백질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돼 체중이 급격하게 줄어든다.
체중감소와 함께 소변량 증가, 목마름, 잦은 허기짐이 반복되면 당뇨병을 의심해볼 수 있다. 8시간 금식 후 공복혈당이 126㎎/㎗ 이상이거나, 당화혈색소(HbA1C)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한다.
갑상선호르몬이 지나치게 많이 만들어지는 갑상선기능항진증도 체중감소를 유발하는 원인이다. 갑상선호르몬은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에너지를 지속적으로 소모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과다분비되면 체중이 계속 줄고 전신쇠약감과 근력약화가 동반될 수 있다. 여기에 신경과민, 두근거림, 손떨림 같은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우울증 같은 정신적인 문제도 체중을 감소시킬 수 있다. 우울증 환자는 밤에 잠을 설치고, 무기력해지면서 쉽게 피로해하며, 결국 식욕까지 잃어 체중이 줄게 된다. 반면 가을철이나 겨울철에 일조량 감소로 나타나는 계절성 우울증은 일반적인 우울증과 달리 식욕이 왕성해져 오히려 살이 찐다.
이밖에 폐렴, 위궤양, 위염, 낭성섬유증, 염증성장질환, 기생충 감염, 식도협착, 악성빈혈, 크론병, 간경변증, 결핵, 아메바성 간농양, 급성심내막염 등 질병이 체중감소와 연관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60세 이후가 되면 병이 없어도 근육이 감소해 매년 평균 0.5%가량 체중이 줄어든다. 노인에서 흔한 체중감소 원인은 치매, 우울증, 음식섭취 장애, 냄새를 잘 못 맡는 것, 설사, 약물 부작용, 치아상실 등 다양하다.
이 중 치매는 체중감소와 가장 밀접하게 연관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신경과 연구팀이 치매로 진단받은 여성과 그렇지 않은 여성 500여명의 체중 정보를 분석한 결과 치매 여성은 증상이 나타나기 10~20년 전부터 체중이 감소했으며, 치매가 없는 여성보다 평균 체중이 5.4㎏ 덜 나갔다.
이홍식 교수는 “체중감소와 함께 38도 이상의 발열이 동반되거나, 체중감소 속도가 빠르거나, 호흡곤란이 일어나거나, 식욕이 떨어지거나, 야간에 땀이 많이 나거나, 음식을 삼키기 곤란한 증상 등이 동반되면 가급적 빨리 의사를 찾는 게 좋다”며 “특별한 질병이 없더라도 체중이 10% 이상 줄면 단백질과 에너지 부족으로 면역력이 저하돼 감염질환 발병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균형잡힌 식단과 운동으로 적정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