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의 JAK 억제제 계열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인 ‘올루미언트정’(Olumiant 성분명 바리시티닙, Baricitinib)이 지난 1월 말 루프스 관련 임상개발을 중단하고 아토피피부염 적응증 추가 승인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원형탈모증 치료제 개발에서 한발 앞서게 됐다.
릴리는 지난달 25~29일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린 미국 피부의학회(AAD) 연례 학술대회에서 올루미언트를 복용한 성인 중증 원형탈모증 환자들의 두피, 눈썹, 속눈썹 등의 모발이 괄목할 만하게 재성장한(regrowth)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BRAVE-AA1 및 BRAVE-AA2 임상 52주차 통합분석 결과에 따르면 올루미언트 4mg 복용 환자들은 치료 시작 당시에 평균 탈모증 중증도 평가지표(Severity of Alopecia Tool, SALT)를 적용한 점수가 85.5점에 달했다. 즉 전체 두피 부위의 85.5%에서 탈모 증상이 나타났고, 모발이 덮고 있는 부분(scalp coverage)이 14.5%에 불과했다.
중증 원형 탈모증은 SALT 점수가 50점 이상인 경우를 의미하는 것으로 규정되고 있다.
이와 함께 착수시점 당시 피험자들은 69.4% 및 57.9%가 눈썹과 속눈썹에서도 탈모 증상이 나타난 상태였다.
피험자들의 평균연령은 37.6세였고, 탈모 증상은 25세 무렵부터 나타나기 시작해 평균 12.2년 동안 탈모로 인해 고민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치료 시작 52주차 시점에서 환자의 39%는 SALT점수 20점 이하(탈모 범위 20% 이하, scalp coverage 80% 이상)를 보여 모발이 재성장했음을 입증했다. 이들 환자 중 74.1%에서 52주차에 SALT 점수가 10점 이하(탈모 범위 10% 이하)를 달성했다. 임상의사 보고(ClinRO) 기준으로 점수가 2점 이상 개선된 환자는 눈썹의 경우 44.1%, 속눈썹의 경우 45.3%이었다.
릴리는 이같은 올루미언트의 중증 원형탈모증 성인 환자에 대한 임상적 혜택을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에 지난 3월 26일에 게재했으며 앞서 지난 2월 FDA에 우선심사 경로로 승인신청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원형탈모증 치료제로 가능성을 살피고 있는 또 다른 JAK억제제 계열 후보 약물인 화이자의 리틀레시티닙(ritlecitinib)과의 시장 선점 경쟁에서 한발 앞서게 됐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9월 29일~10월 2일 온라인으로 열렸던 유럽피부의학‧성병학회(EADV) 제 30차 학술대회에서는 2mg을 투여한 연구결과가 소개됐다. 52주차에 평가시점에서 피험군의 22.6%가 SALT 20이하를 달성했으며, 이 중 SALT 10 이하 달성 비율은 67.5%였다. ClinRO 점수가 2점 이상 개선된 환자 비율은 눈썹에서 22.9%, 속눈썹에서 25.5%였다.
이상반응은 JAK억제제에서 흔한 상부호흡기감염, 요로감염, 두통, 여드름 등이었으며 위약 대비 부작용 비율은 전체적으로 낮았다.
이들 임상시험의 분석을 총괄한 예일대 의대 브렛 킹(Brett King) 피부과 부교수는 “원형탈모증은 자가면역질환으로서 모든 연령대에 파괴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전체 피험자들의 40%에 가까운 이들이 올루미언트 4mg을 복용한 뒤 두피의 50% 이상에서 모발이 풍성하게 또는 거의 풍성하게 재성장한 것으로 나타났을 뿐 아니라 눈썹과 속눈썹에서도 괄목할 만한 개선이 관찰된 것은 놀랍다”고 평가했다. 이어 올루미언트가 계열 최초의 성인 원형탈모증 치료제로 허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올루미언트는 유럽과 한국 등에서 가장 먼저 류마티스관절염으로 승인을 받은 반면 FDA에서는 각종 승인은 지연되고 있다. 지난 1월 28일 릴리는 아토피피부염과 추가 승인과 관련, 지연이 예상되는 대응종결서신(CRL)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시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