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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치질수술, 치핵절제술 이냐 원형자동봉합 이냐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2-03-22 14:03:20
  • 수정 2022-03-22 14: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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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절제술 의사 손기술에 좌우, 통증 심해 … SH수술, 통증·출혈 적지만 임상데이터 부족

치질은 남에게 말하기 가장 부끄러운 질환 중 하나다. 발병 부위가 항문인데다 청결하지 못해 생기는 질환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발병 원인은 잘못된 배변습관, 변비, 오래 앉아 있는 생활패턴 등인데 틀린 정보로 치질 환자만 피해를 보고 있는 셈이다. 여성 치질 환자는 수치스러움까지 느끼게 된다. 


치질수술 후 통증에 대한 공포감은 병원 방문을 망설이게 만든다. 치질을 앓아 병원을 알아보던 환자 중 상당수가 수술 후 며칠 간 극심한 통증과 출혈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는 후기를 보고 겁을 먹어 치료를 포기해버린다. 양형규 서울양병원장은 과거엔 치질수술 후 통증과 출혈이 심했던 게 사실이지만 최근 수술기법이 절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뀌면서 합병증과 부작용 위험이 감소했다항문질환에 대한 잘못된 정보와 오해를 바로잡아야 치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완치율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말하는 치질은 항문질환 중 치핵을 의미한다. ‘3대 항문질환으로 불리는 치핵·치열·치루 중 치핵이 전체의 70%를 차지한다. 치핵은 대변이 부드럽게 나오도록 충격을 흡수해주는 항문쿠션조직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오는 질환이다.흔히 치질수술로 불리는 치핵절제술은 가장 악명 높은 의료행위 중 하나로 꼽힌다. 참기 힘들 정도의 통증과 적잖은 출혈량 탓에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엔 치질수술 관련 온갖 무용담이 넘쳐난다. 주변에 치질수술을 앞둔 친구나 지인이 있다면 살아 돌아오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건내기도 한다. 수술에 대한 공포감 탓에 통증을 꾹 참고 버티다 병을 키우는 환자도 상당수다.
 
2000년대 이후 치질 환자의 공포감을 덜어주기 위해 치핵조직의 절제를 최소화하는 술식이 도입되고 있지만 저마다 장·단점과 대상이 달라 환자가 혼란스러워하기 쉽다.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들 간 의견도 엇갈린다. 결찰절제술이나 이를 보완한 점막하절제술처럼 전통적인 수술법을 고수하는 의사들은 비교적 최근 도입된 원형자동봉합기 이용 치핵절제술(SH, stapled hemorrhoidopexy) 등은 근본치료법이 아니라 항문협착 등 부작용 발생과 재발 위험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반면 SH수술을 선호하는 의사들은 기존 수술은 구식이고 통증·출혈이 심하다며 새 수술법이 더 우월하다는 입장이다.
 
흔히 치질로 불리는 치핵은 변이 부드럽게 나오도록 충격을 흡수해주는 항문쿠션조직이 항문 밖으로 밀려나와 의자에 앉거나, 변을 볼 때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항문 바깥부터 항문 안쪽 치상선에 이르는 항문관 부위가 찢어진 치열, 치상선의 위쪽과 항문 바깥쪽 피부 사이에 구멍이 생겨 분비물이 누출되는 치루와 함께 3대 항문질환으로 불린다. 이 중 치핵이 전체 항문질환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치핵은 직장 점막과 항문 피부가 만나는 지점인 치상선 안쪽에 생기는 내치핵과 바깥쪽에 생기는 외치핵으로 구분된다. 수술 여부는 치질 병기에 따라 결정된다. 치질 중 대부분을 차지하는 내치핵은 치핵조직이 탈출하지 않고 출혈만 있으면 ‘1’, 치핵이 빠져나왔다가 변을 본 직후 저절로 항문 속으로 빨려 들어가면 ‘2’, 변을 다 본 이후에도 빠져나온 치핵이 들어가질 않아 손으로 밀어넣어야 되거나 한동안 누워있어야 들어가면 ‘3’, 손으로 넣어도 잘 들어가지 않거나 들어갔다가 금세 다시 빠져 나오면 ‘4로 규정한다. 보통 3도 이상이면 생활에 불편을 느끼고, 4도가 되면 치핵이 항상 탈출돼 있어 가벼운 일상활동도 불편해진다.
 
1도 치핵은 좌욕이나 결찰술 등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2~4도는 수술적 요법인 치핵절제술이 필요하다.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전체의 30% 정도다.
 
치질수술이 아프다는 것은 단순한 괴담이 아니다. 외부로 튀어나온 치핵조직은 물론 주변 항문상피, 점막을 한꺼번에 절제하기 때문에 통증과 출혈이 심하다. 이같은 수술법은 항문 주변 정맥이 확장돼 치핵으로 발전한다는 정맥류설을 이론적 기반으로 한다. 이 설에 따르면 정맥류로 생긴 치핵은 그 자체가 비정상적인 조직이라 주변 조직까지 되도록 많이 절제해야 완치가 가능하다.
  
국내에서 이뤄지고 있는 치핵절제술은 크게 결찰절제술과 SH수술로 구분된다. 백정흠 가천대 길병원 외과 교수는 국내에선 여전히 전통적인 수술법인 결찰절제술이 가장 많이 이뤄지고 있다치핵의 뿌리가 되는 혈관 부분을 결찰하고 치핵조직과 주변 피부를 함께 절제한 뒤 봉합하는 방식으로 술식이 간단하고 수술 시간이 짧지만 통증, 출혈, 재발 위험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 술식에서 파생된 점막하박리술은 결찰술과 달리 치핵과 주변 피부를 광범위하게 절제하지 않고, 치핵조직만 상피를 남기고 깊게 도려내는 방식으로 제거함으로써 통증과 출혈이 적다. 하지만 술기가 결찰절제술보다 훨씬 까다롭고 수술 시간이 기존 수술보다 두 배 이상 긴 게 단점이다.
 
점막하박리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거상 고정식 점막하절제술도 있다. 양형규 서울양병원 원장이 개발한 이 수술법은 기존 점막하절제술보다 치핵조직을 더 적게 절제해 항문상피와 점막을 최대한 보존한 뒤 남은 치핵조직을 원래 위치로 끌어당겨 고정시킨다. 기존 점막하절제술보다 절제 범위가 작아 출혈·통증은 덜하지만 그만큼 고난도 술기를 요구한다.
 
연현철 서울 군자동 건항외과 원장은 점막하절제술이 결찰절제술보다 출혈, 통증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은 맞지만 그만큼 술식이 더 까다롭고 수술 시간도 더 많이 소요돼 딱히 진일보한 수술법이라고 단정짓기는 어렵다무엇보다 집도의의 손기술과 당일 컨디션, 피로도에 따라 수술 결과가 좌우될 가능성이 높아 모든 환자에서 동등한 치료효과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선배 의사보다 아무래도 손기술이 떨어지는 후배의사들은 어려운 수술보다 비교적 수술 과정이 짧고 간단한 SH수술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 관련 교육프로그램에 신청이 몰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통적인 치핵절제술의 대척점에 있는 게 SH수술이다. 이 수술은 자동봉합기를 항문 3~4안쪽에 위치한 직장점막까지 삽입해 튀어나온 치핵조직을 항문 위쪽으로 밀어 올린 뒤 특수기구로 치핵조직과 점막을 봉합기 안으로 끌어당긴다. 이후 기기를 작동시키면 봉합기가 원형으로 돌면서 치핵조직과 직장점막을 절단하고, 이와 동시에 절제 부위가 실로 자동 봉합된다.
 
백 교수는 “SH수술은 기존 절제법과 달리 항문에 수술상처가 생기지 않고 출혈량이 적으며 회복이 빠른 게 장점이라며 특히 아픔을 느끼는 통각수용체가 몰려 있는 항문점막을 건드리지 않아 통증이 덜하고, 수술 시간도 의사 숙련도에 따르지만 30~40분이면 끝난다고 말했다.
해외 연구결과에 따르면 SH수술 후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기존 치핵절제술의 50%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후 진통제를 전혀 쓰지 않은 환자의 비율이 63%에 이른다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이 수술은 1993년 이탈리아 팔레르모대의 안토니오 롱고 박사가 처음 고안했다. 원래 장 수술시 절제 부위를 꿰매는 데 사용했던 봉합기를 치질수술에 적용한 것이다. 수술용 원형자동봉합기는 제약·의료기기 회사인 존슨앤존슨의 PPH(procedure for prolapse and hemorrhoid)가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오스트리아 의료기기회사 첵스(CHEX)와 미국계 회사 코비디언의 봉합기도 국내에 도입돼 있다. 현재 미국과 유럽에선 전체 치핵수술의 15~20%SH수술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이 수술도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내치핵이 아닌 외치핵엔 적용할 수 없다. 수술 후 만성 출혈과 통증, 변실금, 악성변비, 항문점액 분비, 대변절박증 같은 부작용이 발생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돼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대장항문학회 관계자는 “SH수술은 수술 시간이 짧고 술기가 덜 복잡해 정해진 시간에 더 많은 환자를 수술할 수 있지만 장기적인 임상결과가 아직 부족한 편이라며 환자의 안전보다 집도의의 편의성을 우선해 SH수술을 무리하게 강권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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