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가가 미세하게 떨리면 마그네슘 보충을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실제 효과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눈 떨림 증상은 마그네슘 부족보다는 피로 누적 때문에 나타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다.
갑자기 눈꺼풀이나 눈 밑이 파르르 떨리는 증상이 나타나면 피로와 스트레스 누적, 마그네슘 부족이 원인이라 여기고 가볍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마그네슘 제제나 식품을 복용하고 충분히 휴식을 취했는데도 증상이 지속되거나 얼굴 다른 부위까지 번지고 있다면 안면경련의 전조증상일 수 있다.
국내 안면경련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의하면 2021년 안면신경장애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9만8567명 으로 2018년 8만5450명에 비해 23% 늘었다. 노화가 시작되는 40~50대 중년층에서 많이 발병해 전체 환자의 40%를 넘게 차지한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것이 없지만, 노화로 동맥이 굵어지면서 혈관이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경우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심장박동에 따른 동맥의 박동이 뇌간 안면신경 뿌리를 장기간 압박하면 신경기능에 변화가 와 과도하게 안면근육이 수축하는 증상이 반복된다. 초기 증상은 일시적이고 간헐적으로 나타나 많은 환자가 가볍게 여긴다.
주로 눈 밑이 떨리거나 눈이 저절로 감기는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를 방치하면 얼굴의 모든 근육이 수축하게 된다. 눈을 깜빡이거나 찡긋하는 듯한 증상이 반복되고 강도와 횟수가 증가하면 점차 아래쪽으로 번져 같은 쪽 입 주위 근육에도 경련이 일어난다. 전체적으로 한쪽 얼굴 전체가 씰룩거리면서 찌그러지는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안면경련은 증상이 얼굴에 나타나므로 대인관계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게 돼 대인기피증이나 우울증을 얻는 경우가 많다. 심할 경우 안면 비대칭·안면마비·이명·삼차신경통을 동반할 수 있어 조기진단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안면경련 치료는 1차적으로 신경안정제 등 약물을 투여할 수 있다. 항경련제인 페니토인(phenytoin)이나 근이완제인 바클로펜(baclofen), 디아제팜(diazepam) 등이 처방된다. 하지만 약물치료는 증상이 아주 약한 경우를 제외하면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약물치료 효과가 없는 경우 2차 치료로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주입할 수 있다. 비교적 안전하며 수술에 비해 심리적 부담이 적은 치료법이므로 안면근육을 마비시켜 떨림 증상만을 멈추게 도와준다. 효과는 3개월 내외로 짧아서 약효가 떨어지면 안면경련 증상이 재발할 수 있다. 또 약물이 안면신경에 잘못 주입될 경우 안면마비·안검하수와 같은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 따라서 근본 원인이 되는 신경자체를 압박에서 분리시키는 치료가 필요하다.
3차 치료법은 안면신경을 압박하고 있는 혈관을 떼어내는 ‘미세혈관 감압술(안면신경-뇌혈관 분리 감압술)이다. 문제가 되는 안면신경 뿌리 부위의 혈관 압박을 풀어주는 것으로 안면경련 원인을 제거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수술 방법은 귀 뒷부분을 약 5~6cm 정도 절개해 수술 현미경으로 안면신경을 압박하는 혈관을 확인하고 분리한다. 이후 의료용 솜(테프론)을 안면신경 뿌리 부위와 혈관 사이에 끼워 넣어 혈관이 다시 안면신경을 자극하지 않도록 차단한다. 테프론은 체내에서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비교적 안전한 물질이다. CT나 X-ray로 정확한 자리에 들어가 있는지,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는지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도 한다. 수술 후 머리를 심하게 흔드는 등 강한 충격을 가하면 신경과 혈관 사이에 끼워둔 솜이 움직일 수 있다는 보고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주의는 필요하다.
문제는 수술 자체에 대한 부담과 청력 소실 등 합병증을 걱정해 수술을 꺼리는 환자가 많다는 점이다. 이승환 강동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경험이 풍부한 신경외과 전문의가 집도하면 청력 저하 발생률이 1% 내외로 매우 적다”고 설명한다.
안면경련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지나친 스트레스와 긴장상태를 줄여야 한다. 신체적인 피로가 쌓이지 않도록 해야하며 과음·흡연·카페인은 피한다. 윙크하기, 껌 씹기, 휘파람불기, 입벌려 웃기 등 안면근육 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고, 눈 주위 마사지로 눈에 쌓인 피로를 풀어주는 것도 좋다.
안면경련은 안면마비와 단순한 눈 떨림증과 혼동하기 쉽다. 안면마비는 안면신경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한기에 노출될 때 발병한다. 얼굴 한쪽이 돌아가 입 모양이 틀어지고 눈이 감기지 않는다. 한방에서는 구안와사(구안괘사)라고 부른다. 안정을 취하면 자연치유율이 75~85%로 높은 편이며 스테로이드 약물 주사로 염증 완화를 돕는다. 한방에서는 침, 봉독약침, 전기침, 뜸, 부항, 한약으로 다스린다. 눈 떨림증도 눈꺼풀 바로 위가 바르르 떨리는 증상으로 거의 대부분 자연치유에 의해 회복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