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현대인은 앉아 사는 세대다. 2015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하루에 남성은 평균 8시간, 여성은 평균 7.8 시간 좌식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은 코로나19로 집 안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오래 앉아 있을 수 있는 환경까지 조성됐다. 하지만 장기간 좌식생활은 각종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습관적으로 취하는 잘못된 자세가 반복되면 신체 균형이 무너지고 척추·관절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척추와 관절을 골병들게 하는 가장 나쁜 생활습관은 장시간 앉아있는 것이다. 현대인이 의자에 앉아 지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8~12시간에 달한다.
앉은 자세에선 척추 추간판(디스크)이 받는 압력이 서 있을 때보다 40~80%가량 높아진다. 특히 앉은 상태에서 허리를 앞으로 굽히면 압력이 더 증가한다. 추간판은 척추 사이에서 쿠션 역할을 하는 말랑말랑한 조직으로 외부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한다. 잘못된 자세로 장시간 앉으면 추간판이 압력에 의해 손상돼 허리통증이 발생하게 된다.
또 인간의 척추는 S자 형태 곡선을 이루는데 의자에 앉으면 허리의 곡선이 일직선으로 변해 통증이 심해진다. 의자에 앉아 목을 앞으로 내밀거나, 다리를 꼬거나, 비스듬한 자세를 취하면 허리는 물론 목에도 통증이 발생한다. 이처럼 디스크 압력이 증가하는 데다 척추 주변 근육까지 약화돼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척추후만증의 발병 위험이 높아진다.
그렇다고 서서 일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오래 앉아서 공부하거나 업무를 보는 사람은 되도록 척추에 부담이 덜 가는 자세를 유지하고, 30~60분에 한 번씩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해주는 게 좋다.
바른 자세는 척추의 S자 형태를 유지하는 게 이상적이다. 머리는 항상 몸 한 가운데에 있어야 하며 귀, 어깨, 고관절, 무릎, 발목이 수직으로 정렬 상태를 유지해야 척추 주변에 과부하가 덜 걸린다. 앉을 땐 엉덩이를 의자 깊숙이 넣어 등을 등받이에 밀착시키고 발이 바닥에 닿아야 한다. 일하는 틈틈이 의자에 앉아 모서리 부분을 두 손으로 잡고 몸을 천천히 돌려주기만 해도 근육의 긴장이 풀리고 기분도 한결 상쾌해진다.
척추와 관절 주변 근육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몇 년 전부터 이슈가 되고 있는 ‘코어근육’(core muscle)을 단련하는 게 핵심이다. 코어근육은 신체 중심축에서 몸통을 바로 세워 주는 20개 이상의 근육을 통칭한다.
크게 보면 척추를 고정시켜 몸통을 세우는 허리·복부부터 골반 주변과 엉덩이에 이르는 근육을 포함한다. 깊은 곳에 자리잡아 만져지지는 않지만 몸을 지탱하고 균형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횡격막(Diaphragm), 몸통 아래를 지지하는 골반저근(Pelvic Floor Muscle), 척추를 잡아주는 다열근(Multifidus Muscle), 코르셋처럼 복부·허리에 둘러진 복횡근(Transverse Abdominis)이 대표적이다.
코어근육은 척추근육과 뼈를 보호하고 최적의 자세를 유지하는 역할을 하며, 신체 내부 장기들을 보호한다. 인체의 기둥 역할을 하는 핵심근육이라고 볼 수 있다. 주로 몸통에서 손·발을 뻗을 때 힘을 전달하고, 반대로 손·발에서 받은 충격을 흡수해 몸 안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코어근육이 약하면 골반이 앞으로 기울어져 자세가 나빠지고, 이로 인해 척추를 뒤에서 지지하는 근육에 부담이 가중된다.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1·2·3운동을 포함한 가벼운 스트레칭부터 시작하는 게 좋다. 백경일 강북힘찬병원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먼저 무릎을 꿇고 무릎부터 발끝까지 일자로 붙인 뒤 엉덩이를 조이면서 무릎 아래 다리를 1㎝가량 들어올려주면 코어근육 강화에 도움된다”며 “다리를 펴고 앉아 발끝을 배꼽 방향으로 당긴 상태에서 허리를 위로 빼는 운동은 햄스트링(허벅지 뒤쪽)근육과 코어근육을 단련하고, 키를 1~2㎝ 늘리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자에 앉을 때 엉덩이를 공중에 띄운 상태에서 등받이 쪽으로 3㎝ 뒤로 당겨 앉은 뒤 허리를 펴는 것도 중요하다. 이 때 허리를 뒤로 젖히지 않아야 한다.
플랭크(plank)운동은 초보자를 위한 코어근육 강화운동법이다. 팔굽혀펴기 자세에서 팔꿈치를 구부려 팔이 아닌 전완에 체중을 싣는다. 몸은 어깨부터 발목까지 일직선을 유지하고 복근에 힘을 줘 코어근육 전체를 수축시키도록 한다. 심호흡을 하며 일정 시간 자세를 유지하면 된다.
운동이 부담스러운 사람은 앉거나 선 상태로 복식호흡만 제대로 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최근 일본에서 유행 중인 ‘드로인(draw in) 운동’은 제자리에 서서 허리를 곧게 펴고 숨을 들이마셔 복부를 팽창시킨 뒤 숨을 내쉬면서 뱃가죽이 등에 닿는 느낌으로 배를 집어넣은 자세를 30초간 유지한다.
일상생활을 하면서 틈틈이 생각날 때마다 30초씩 10회 반복한다. 꾸준히 해주면 복부 중앙 복직근과 척추 주변 외복사근이 단련돼 뱃살이 빠지고 척추통증을 예방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허리가 좋지 않은 사람에게 가장 효과적인 전신운동은 가벼운 수영이며 횟수는 주 2~3회가 적당하다. 단 허리 움직임이 많은 평영과 접영은 삼가야 한다. 수영이 서툴면 물속에서 걷는 것도 한 방법이다.
또 허리통증 환자는 오후보다 오전에 운동하는 게 바람직하다. 오후엔 디스크 수핵의 수분 함유량이 오전보다 줄면서 두께가 얇아져 외부충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