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7일부터 2월 20일까지 국내 의약품 허가 및 허가취하 사항을 보면 유한양행의 유서 깊은 메페남산 성분 비스테로이드 소염진통제(NSAIDs) ‘폰탈캡슐’과 ‘유한폰탈정’이 지난 2월 7일자로 자진취하돼 역사 속으로 사라진 게 눈에 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 2월 15일에 메페남산 불순물 함유를 이유로 리콜 명령을 내렸다. 식약처는 2006년에도 심혈관계 이상반응과 위장관계 출혈 위험성을 이유로 메페남산 함유 소염진통제에 대한 부작용을 경고하는 안전성 속보를 배포한 바 있다.
폰탈캡슐은 1971년 처음 허가를 받아 1990년대까지 널리 쓰였다. 유한폰탈정은 1994년에 허가를 받았다. 빠른 약효로 덕분에 인기를 끌다가 나프록센 등이 등장하면서 퇴조했다. 적응증은 두통, 치통, 요통, 골관절염(퇴행성 관절질환), 외상후·수술후·분만후 염증 및 동통, 부비동염에 수반하는 동통, 월경통 등이지만 갑작스런 생리통이나 치통에서 다른 소염진통제보다 효과가 좋다는 평판이 있어 마니아층이 있었다. 다만 효과 지속시간이 3~4시간 정도로 짧고, 다른 약물과 상호작용이 많아 쉽게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으로 꼽혔다. 결국 연간 10억원 어치 안팎 생산되다가 사라지는 역사를 맞게 됐다.
2월 둘째주에는 한국프라임제약의 ‘후레쉬콜연질캡슐’ ‘케어골드연질캡슐’ 등 평범한 감기약 일반약이 10여 종 일시에 정리됐다. 한풍제약 ‘벤포프리미엄정’, 부광약품 ‘메가바이액티브정’ 등 다수의 영양제 및 간장약 등 다수가 자진취하됐다.
환인제약의 ‘환인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정’, 동국제약의 ‘시타칸메트정’, 구주제약 ‘애니메트정’ 등 시타글립틴+메트포르민산 복합 당뇨병 치료제가 2월 8일 대원제약 화성공장 위탁생산 품목으로 허가받았다.
지난 1월 28일 허가받은 휴온스는 ‘휴리온주’의 후속 묶음 제품이 8일 대거 허가됐다. 모두 휴온스 제천공장에서 위탁생산되는데 하나제약 ‘슈가원주’, 이연제약 ‘베로디온주’, 케이에스제약 ‘브레시스주’, 대한뉴팜 ‘디뉴덱스주’, 새한제약 ‘뉴로디온주’, 삼성제약 ‘삼성규가마덱스주’, 대한약품 ‘대한슈가마덱스나트륨주’, HK이노엔 ‘슈가마데온주’ 등이다.
이들 제네릭은 슈가마덱스 나트륨 성분으로 ‘로쿠로늄 또는 베쿠로늄에 의해 유도된 신경근 차단의 역전’ 적응증을 가진다. 로쿠로늄 및 베쿠로늄은 전신마취에 앞서 근골격계의 긴장을 이완시킬 목적으로 투여한다. 슈가마덱스 성분 약은 한국MSD ‘브리디온주’가 오리지널로 국내서는 2013년 2월 1일 출시됐다.
이와 상응해 14일에는 유영제약의 ‘유리디온주’, 현대약품 ‘슈가디온프리필드주’, 라이트팜텍 ‘브리스턴프리필드주’ 등 슈가마덱스 성분의 3개 품목이 허가됐다. 모두 유영제약 진천공장에서 생산된다.
한국바이오켐제약 ‘로베듀오정’, 한림제약 ‘라베원탑정’ 등 라베프라졸+탄산수소나트륨 복합제가 8일 허가됐다. 위십이지장궤양 및 위산식도역류가 적응증이며 모두 한국유나이티드제약에서 위탁 생산된다.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신약 ‘케이캡정’(성분명 테고프라잔 tegoprazan)은 이 ‘입에서 녹여 먹기존 는 케이캡’을 개발해 최종 허가를 획득했다. HK이노엔은 상반기 중 케이캡 구강붕해정을 신규 출시하며 국내 소화성 궤양용제 시장 내 점유율 확대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HK이노엔은 국산 위식도역류질환 신약인 ‘케이캡정’(성분명 테고프라잔 tegoprazan)의 신규 제형인 '케이캡구강붕해정50mg'이 지난 9일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다.
구강붕해정은 물을 따로 마실 필요 없이 입에서 녹여 먹을 수 있는 제형으로, 알약을 삼키기 어려워하거나 물을 마실 수 없는 환자들의 복용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처방 실적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올 상반기 중 출시될 예정이다.
종근당바이오는 9일 '타임버스주'(클로스트리디움보툴리눔독소A형)를 수출용 전문의약품(자료제출의약품, 생물학적제제)으로 허가받았다. 종근당그룹이 보툴리눔톡신 제제를 직접 개발 및 생산해 허가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향후 이 시장의 강자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종근당은 '원더톡스주'(클로스트리디움보툴리눔독소A형) 50단위, 100단위, 200단위 등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들 약물은 휴온스바이오파마가 수탁생산하는 품목들이다.
종근당바이오, 자체 보툴리눔톡신 '타임버스주'로 선발업체 잠식할까?
종근당바이오는 지난 1월 18일 '타임버스주'(CKDB-501A)의 1상 임상시험을 승인받은 바 있다. 중등증 또는 중증의 미간주름 개선에 있어 'CKDB-501A'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엘러간의 '보톡스주'(클로스트리디움보툴리눔독소A형)와 비교 평가한다. 공시에 따르면 CKDB-501A는 동물유래성분을 사용하지 않아 더 높은 안전성을 기대할 수 있다.
타임버스주의 수출용 품목 허가는 1상을 허가받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뤄졌다. 수출용 의약품은 안전성·유효성 또는 기준 및 시험방법에 관한 자료 대신 당해 품목의 수입자가 요구하는 사양서 등을 첨부해 허가신청할 수 있다.
타임버스주의 수입자는 중국의 큐티아테라퓨틱스(CUTIA Therapeutics)로 1월 19일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종근당은 선지급금 200만달러와 단계별 마일스톤 500만달러를 수령하고, 마일스톤 외에도 순매출액의 5%를 로열티로 받기로 했다.
이를 위해 종근당바이오는 최근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생명과학단지에 보툴리눔톡신 제제 전용 생산시설인 오송공장을 준공하기도 했다. 이 공장에는 약 457억원이 투입됐으며 규모는 대지면적 2만1501㎡(6500평), 연면적 1만3716㎡(4200평) 수준이다.
종근당바이오의 오송공장은 미국 우수의약품제조품질관리(cGMP) 수준의 첨단 설비를 갖췄으며, 연간 600만 바이알의 보툴리눔톡신 제제 생산 능력을 보유했다. 회사 측은 오송공장의 생산 규모를 향후 연간 1600만 바이알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같은 종근당의 노력에 휴온스, 대웅제약, 휴젤 등 선발업체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암젠의 KRAS G12C 변이 비소세포폐암(NSCLC) 치료제 ‘루마크라스정’(Lumakras 성분명 소토라십 Sotorasib)이 2월 14일 신약으로 국내 허가를 받았다. 이 약은 2021년 5월 28일 미국 식품의약국(FDA) 가속승인(Accelerated Approval)을 얻어 세계 최초의 KRAS G12C 유전자 변이 동반 성인 비소세포폐암 치료제로 시장에 나왔다. 이 약의 경쟁 후보는 지난 2월 15일 FDA에 신약승인신청을 접수한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표적항암제 전문기업 미라티테라퓨틱스(Mirati Therapeutics)의 폐암 치료제 아다그라십(adagrasib, 코드명 MRTX849)이다.
한국얀센의 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EGFR) 겸 MET 이중 특이적 항체인 ‘리브리반트주’(Rybrevant, 성분명 아미반타맙, amivantamab-vmjw, 코드명 JNJ-61186372)가 백금 기반 화학요법 치료 중 또는 치료 이후에 질병이 진행된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엑손 20 삽입 변이가 있는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치료제로 15일 승인받았다. 희귀의약품 및 자료제출의약품 명목으로 허가받았지만 사실상 신약이다.
아미반타맙은 미국에서 같은 적응증은 작년 5월 21일 허가를 받았다. 비소세포폐암은 전체 폐암의 80~85%를 차지하며 이 중 EGFR 엑손 20 삽입 변이를 가진 환자 비율은 약 2~3%인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다케다제약의 궤양성대장염 및 크론병 치료제인 ‘킨텔레스주’(KYNTELES, 성분명 베돌리주맙, Vedolizumab)의 다른 제형인 ‘킨텔레스프리필드펜주’와 ‘킨텔레스프리필드시린지주’가 17일 승인됐다. 2020년 11월 30일 허가받은 기존 분말 용해 바이알을 주사하기 편한 1회용 액제 주사제로 업그레이드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CDK 억제제 계열 경구용 유방암 치료제 ‘입랜스정슐’(Ibrance 성분명 팔보시클립, palbociclib)이 국내 출시 6년 만에 기존 캡슐이 아닌 신제형인 정제형으로 14일 품목허가를 취득했다. 75mg, 100mg, 125mg 등 3가지 용량이다. 이로써 입랜스는 정제형과 캡슐제형을 포함해 성분별로 6품목을 이루게 됐다.
기존 ‘입랜스캡슐’은 2016년 8월 29일 국내 첫 품목허가를 받은 입랜스캡슐은 음식물과 함께 복용해야 하지만, 정제형은 음식물과 상관없이 복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정제는 캡슐제보다 크기도 작아 복용 편리성이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입랜스는 최초의 사이클린 의존성 키나아제(CDK)4/6 억제제로 폐경 후 여성에게 1차 내분비요법으로서 아로마타제 억제제와 병용하거나, 내분비요법 후 질환이 진행된 폐경 전후 유방암 환자에게 풀베스트란트와 병용해 쓸 수 있다.
세계에서 5번째로 식약처 품목허가를 받은 입랜스는 2017년 연매출 66억원으로 시작해 급여 등재 이후 2018년 253억원, 2019년 437억원, 2020년 573억원의 매출(출처 아이큐비아)을 올리면서 유방암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한국화이자가 건강보험공단과 위험분담계약(RSA) 재계약에 성공하면서 2026년 11월 5일까지 급여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