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집콕’ 생활과 재택근무가 이어지며, 체중 증가로 고생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자연스럽게 다이어트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누구나 알고 있듯 체중 감량을 위해서는 운동과 식단이 필수. 최근 대중의 관심을 받는 연예인들도 다이어트 식단을 공유하며 팬들과 소통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문가들의 지적처럼 단순히 굶는 게 아니라 대체 식품을 활용하거나 건강한 식단으로 체중 감량에 성공한 이들이 주목 받고 있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다이어트는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부족이 몸에 밴 사람에게 삶의 질 개선을 위한 필수코스가 돼버렸다. 다이어트를 돕는 수많은 ‘슬리밍 푸드’가 미디어 등을 통해 소개된 덕분에 시중엔 음료, 간편식, 분말차, 건강기능식품 등 다양한 형태의 식품이 판매되고 있다.
그 중 곤약은 과거 인기 다이어트 식품으로 떴다가 맛과 편의성 등이 다른 식품에 비해 떨어져 상대적으로 외면받아오던 중 최근 이를 보완한 식품이 출시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17년 일본에서 인기가 많았던 곤약젤리가 한국에 진출해 인기를 끌면서 지난해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젤리, 과자 등이 잇따라 출시됐다. 일반적으로 과자류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인식을 변화시키기 위해 칼로리가 낮고 맛도 있으며 포만감을 가질 수 있다는 건강식품으로서 장점을 부각시킨다. 1인가구 증가 등으로 인한 소비자 트렌드에 발맞춰 간편식도 개발됐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 가면 곤약으로 만든 죽, 즉석밥, 볶음밥이나 우동, 국수 등 면류 제품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곤약은 천남성목에 속하는 구약나물의 알줄기를 일컫는다. 이 알줄기를 건조, 분쇄, 도정해 만들어지는 ‘글루코만난(Glucomannan)’이라는 식이섬유가 물과 만나면 점성이 있는 콜로이드액이 된다. 여기에 알칼리성 응고제를 첨가해 가열한 뒤 식히면 반투명 묵이나 국수 형태의 식용 곤약이 된다.
구약나물의 원산지는 베트남이지만 중국에서 가장 많이 분포하며 한국과 일본 일부 지역에서 재배하고 있다. 곤약의 효능은 동의보감에 변비를 치료하고 정장작용을 하는 것으로 소개됐다. 일본 사료에 약 1400년 전 한반도에서 전래됐다는 기록으로 볼 때 그 이전에 한국에 들어온 것으로 보인다. 곤약은 한반도의 역사와 궤를 함께해 온 식물이다.
구약의 알줄기는 수분 75∼83%, 탄수화물 11∼14%, 단백질 2∼4.5%로 이뤄져 있는데 곤약의 탄수화물은 99%가 글루코만난이다. 이 식이섬유는 위에서 흡수되지 않고 췌장에서 분비하는 만나아제(Mannase)에 의해 소화되며 물을 흡수하면 크게 팽윤하고 점도가 높은 콜로이드상을 형성해 조금 먹어도 포만감을 준다. 소화흡수가 적은 저칼로리, 저당 식품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식이섬유는 장내 유독물질과 콜레스테롤을 흡착해 수치를 낮추고 팽창된 상태에서 수분을 많이 함유해 부드럽게 장운동을 촉진해 변비개선·다이어트에 효과가 있다.
또 곤약은 암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곤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소종(消腫)효과가 나타나고 갑상선암, 부인암 등도 개선한다는 보고사례가 있다.
블라디미르 북산(Vladimir Vuksan) 캐나다 토론토대 영양학 교수가 콜레스테롤이 약간 높은 사람 11명에게 3주 동안 17g의 글루코만난을 먹게 한 결과 총 콜레스테롤·LDL(저밀도지단백) 결합 콜레스테롤·아포지질단백질B(Apolipoprotein B) 등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스토 요시다(Yasuto Yoshida) 일본 야쿠르트 연구소 연구원도 건강한 사람과 콜레스테롤이 약간 높은 사람 34명에게 3주 동안 10g을 섭취시켜 총 콜레스테롤과 몸에 해로운 LDL-콜레스테롤이 유의하게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지안푸첸(Jianfu Chen) 중국 저장성 후저우(湖州)대 화학공학과 교수도 건강한 성인 8명에게 7일 동안 글루코만난 4g을 섭취시켜 장운동, 변중 수분량, 장내유익균, 단쇄지방산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것을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같은 효능을 보고 곤약만 섭취해선 영양 불균형을 초래하기 쉽다. 곤약은 저칼로리 식품으로 다이어트에 적합하지만 다른 영양가가 거의 없고 글루코만난을 과다섭취하면 다른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해 탈모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또 이뇨작용을 유도해 몸의 수분을 배출시켜 변비를 유발할 수 있다. 이에 곤약을 섭취할 땐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등 영양소를 포함한 다른 음식과 함께 먹어야 한다. 수분도 자주 보충해주는 게 좋다.
곤약과 함께 다시 관심을 끄는 다이어트 식품으로는 ‘뚱딴지’란 별명을 가진 ‘돼지감자’가 있다. 노란 꽃이 피는 줄기와 달리 뿌리는 크기와 모양도 제각각으로 생겼다. 돼지감자는 적당량을 섭취하면 당뇨병 등 관리에 도움이 된다고 재조명되면서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 돼지감자는 과거 아메리칸 인디언의 식량이었고 유럽에선 17세기부터 식용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프랑스어로는 ‘폼드테르(Pomme de terre)’라 불렀는데 이는 ‘땅의 사과’라는 뜻이다.
이 감자에는 ‘이눌린(Inuline)’이라는 성분이 많이 함유돼 ‘천연 인슐린’으로 불린다. 이눌린은 주로 국화과 식물의 땅속줄기, 달리아의 알뿌리나 우엉 뿌리 등에 존재한다. 백색의 둥근 결정으로 비교적 물에 잘 녹으며 식물체 내에서 녹말과 같이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돼지감자에는 일반 감자의 약 75배가 넘는 이눌린이 함유돼 혈당 저하, 콜레스테롤 개선, 원활한 배변 활동, 식후 혈당상승 억제 등에 도움을 준다. 따라서 다이어트와 당뇨병 환자에 도움을 줄 수 있다. 또 탄수화물 15.1%, 단백질 1.9%, 비타민C, 칼륨 등 무기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철분도 풍부해 면역력 증진과 피로해소에 좋다. 뿐만 아니라 열량이 낮고 식이섬유가 풍부해 장 건강에 도움을 주며 독소배출을 돕는 역할을 해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이다.
특유의 아삭한 식감을 살려 그냥 먹기도 하고 졸임, 볶음, 말린 차로 마시는 게 일반적이다. 껍질에 영양성분이 많아 깨끗이 씻은 뒤 가급적 껍질째 먹는 게 영양적으로 좋다고 알려졌다. 다이어트가 목적이라면 즙을 내거나 샐러드를 만들어 생으로 먹는 게 좋다. 당뇨병의 예방·개선이 목적이라면 말린 뒤 과자처럼 먹거나 차로 우려내 건조시킨 형태로 복용하는 게 좋다. 말린 돼지감자에선 이눌린이 약 4배 이상 증가하기 때문이다.
돼지감자에는 술이 될 수 있는 이눌린이라는 탄수화물이 15-20%나 들어있다. 이눌린은 일반 곡류에 들어있는 전분과는 달리 과당 25~30개가 β(2→1) 결합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비환원성 말단에는 설탕이 붙어있다. 또, 아스파르트산과 사과산, 나이아신, 티아민, 리보플라빈, 비타민 C같은 알코올 대사와 관련이 있는 아마노산과 유기산 및 비타민류를 함유하고 있어 숙취가 없으며 폴리페놀성분의 항산화작용도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과다섭취는 금물이다. 기본적으로 감자는 열량을 비교적 많이 함유한 식품이기 때문에 당뇨병을 가지고 있다면 총 칼로리를 고려해 먹어야 한다. 또 돼지감자는 평소 몸이 차고 위장기능이 좋지 않거나 소화가 잘 되지 않는 사람에겐 설사, 몸살 등을 동반할 수 있다. 혈당이 기본적으로 낮은 사람이 공복에 섭취하면 과도하게 혈당을 떨어뜨릴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