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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히 잤는데 안잤다고 느끼는 병 ‘수면 오지각’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2-02-21 14:25:02
  • 수정 2022-02-24 14:2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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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울증등 정신과적 질환에 영향 수면습관개선 등 비약물적 치료가 선행 필요

불면증은 우리나라 성인 다섯 명 중 한명이 불면증을 보일 정도로 매우 흔한 증상이며, 높은 유병율과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병원을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는 비율이 낮으며, 많은 환자들이 전문가의 도움 없이 여러 대체 요법에 의존하고 있다.  


국제수면장애 진단분류체계 제 3판에 따르면 만성 불면 장애는 잠들기 어렵거나, 잠에서 자주 깨는 등의 불면 증상이 3개월 이상 유지되고, 이러한 불면 증상이 일상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판단될 때 진단될 수 있다. 이처럼 불면증은 실제 환자가 몇 시간 동안 수면을 취하는지에 따라서가 아니라 수면에 대한 환자 본인의 주관적인 불만족감이 있을 때 진단된다. 그런데 많은 불면증 환자들은 수면다원검사 등으로 실제로 측정한 수면시간보다 본인이 더 적게 잤다고 느끼는 경우가 흔하며 이를 의학적으로는 수면 오지각 (sleep state misperception)으로 부른다. 


수면 오지각은 다른 이름으로는 역설적 불면증, 주관적 불면증 등으로 불리우며, 이는 환자들이나, 불면증을 치료하는 의사 모두를 곤혹스럽게 만드는 현상이다. 왜 수면 오지각이 발생하는지에 대한 의학적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는 없지만 다음과 같은 점들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첫째로는 수면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이다. 수면은 크게 1, 2, 3 단계 수면과 렘 수면으로 이루어지며, 정상적인 수면에서는 각 단계가 일정한 비율로 골고루 관찰된다. 하지만 피로, 낮잠, 커피, 알코올 섭취 등 여러가지 생리적 이유로 인해 깊은 수면이 줄어드는 등 수면의 구조가 변할 수 있으며, 이러한 수면 구조의 변화가 수면 오지각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 


두번째로는 불면 장애 이외의 수면장애가 함께 있는 경우이다. 수면무호흡증은 불면 장애를 제외하고는 가장 유병율이 높은 수면장애 중 하나로서, 수면 중 상기도가 반복적으로 폐쇄됨으로써 반복적으로 저산소혈증, 미세 각성, 교감신경활성화 등이 나타나며 이것이 수면에 대한 주관적인 만족감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한 우울증과 같은 정신과적 질환 또한 수면 오지각에 영향을 미친다. 불면증이 심한 사람들에서 우울증상이 심할수록 수면 오지각을 크게 경험한다는 국내연구결과도 발표된 바 있다. 


수면 오지각은 불면증의 치료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인영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전홍준 건국대병원 교수 연구팀은 33명의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수면다원검사를 시행해 객관적인 수면시간을 측정한 후 이를 환자 스스로가 느끼는 주관적인 수면시간과 비교해 수면 오지각의 정도를 평가하였다. 


그리고 이들 환자를 대상으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를 시작하여 그 결과를 국제학술지를 통해 발표하였으며, 연구진은 이 논문에서 수면 오지각이 클수록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의 치료 반응이 더 우수하였다고 보고하였다. 연구진은 그 의미에 대해 수면 오지각은 불면증 환자에서 흔히 발생하는 역기능적 사고와 관련되어 있을 수 있고, 따라서 인지치료가 포함된 불면증 인지행동치료 반응이 더 효과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하였다. 


연구진은 본 연구의 결과가 불면증의 치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수면 오지각의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가 선행되어야 하며 수면 오지각을 경험하는 불면증 환자들은 수면제 복용을 시작하기에 앞서 수면위생교육, 수면습관개선 등 비약물적 치료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이 연구는 유럽 정신신체의학회의 공식 학술지인 Journal of Psychosomatic Research 1월호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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