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니 외래 진료실은 소변이 급하고 참기가 힘들다는 분들로 북적거린다. 과민성방광의 계절이 온 것이다. 과민성방광은 소변을 자주보는 빈뇨, 소변이 참기 힘든 절박뇨, 심한 경우에 소변을 지리는 절박성 요실금, 야간뇨를 보이는 질환이다.
과민성방광은 노화과정에서 생긴 증상의 복합체이기 때문에 감기처럼 약 먹고 완치되어 약을 중단할 수 있는 질환이 아니다. 약을 먹는 동안 효과가 유지되기 때문에 먹는 동안 좋은 효과가 유지된다. 국내 연구진에 의해 보고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과민성방광 환자가 약물 치료 후 호전된 상태에서 약물을 중단해 보았더니 6개월 째에 환자군의 70% 정도가 약물을 재복용하고 있었다.
급성방광염은 대장균 등 주로 세균감염에 의해 발생하는데, 1~3일 정도 항생제를 복용하면 증상이 가라앉는다. 반면, 만성방광염은 1년에 서너 차례 이상 반복적으로 재발하는 경우다. 배뇨통과 빈뇨 등으로 소변볼 때 요도가 찌릿하고 심하면 전신에 전율이 돋는다고 환자들은 표현한다. 소변이 급하게 자주 마려운데 화장실을 가도 소변 양이 적다. 특히 야간에 증상이 반복되면 수면의 질이 크게 떨어지고, 만성 피로와 우울감 등 악순환에 시달리게 된다. 염증을 악화하는 음주,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과로와 스트레스, 요도와 방광을 직접 자극하는 성관계 등이 재발의 단초가 된다.
간질성방광염은 방광통증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데 방광과 관련된 다른 질환 없이 소변이 찼을 때 하복부나 회음부에 압박감 혹은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에 진단된다. 급성방광염처럼 박테리아나 세균 감염 때문에 급성으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방광 내 여타의 감염 질환 없이 방광의 점막이 파괴되거나 기능이 약해져 감각 변형, 기능 용적 감소가 일어나는 것이 간질성방광염의 특징이다.
성행위 때문에 증상이 더 심해지기도 하며 여성의 경우 생리를 할 때 악화되기도 한다. 간질성방광염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성별에 관계없이 증상이 나타나지만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많이 발병해 환자의 90%가 여성이다. 특히 중년 여성에게서 자주 발병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소변이 찼을 때 아랫배나 회음부 혹은 요도의 불편감이 들고 압박감 및 통증을 느낀다. 빈뇨 증상도 동반한다. 빈뇨 증상 때문에 과민성 방광증후군으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으며 통증이 동반돼 불응성만성방광염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55세 주부 박모 씨는 얼마 전부터 낮에도 소변을 자주보고 밤에도 소변이 마려워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다. 참을 수 없는 요의 탓에 밤에만 5번이나 화장실로 달려가야 했다. 게다가 소변이 마려울 때 하복부, 골반, 허리 등에 묵직한 압박감이 들고 통증까지 동반돼 고통스러웠다. 고민 끝에 병원을 찾은 결과 간질성방광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여성은 남성보다 요도의 길이가 짧고, 항문·질·요도 간 거리가 가까워 각종 세균이 쉽게 침입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위생이 좋지 않은 환경에 노출되거나 소변을 자주 참는 여성은 방광염 같은 방광질환에 쉽게 노출된다.
방광염의 주요 증상은 배뇨통, 잦은 배뇨, 잔뇨감, 절박뇨, 야간뇨, 아랫배 통증 등이다. 참기 힘든 요의를 느껴 화장실에 가도 소변이 나오지 않아 억지로 앉아 있다 보면 하복부를 찌르는 듯 한 통증이 온다.
심하면 요의를 참지 못해 화장실에 도착하기 전에 소변을 찔끔 흘려 당황하거나 소변에 섞인 피를 보고 놀라 병원을 찾기도 한다. 가끔 고열과 측복통을 동반한 신우신염으로 응급실 신세를 지거나 일주일 이상 입원을 요하는 경우도 생긴다. 한 해 세 차례 이상 방광염으로 고생하면 만성방광염일 가능성이 높다.
모든 방광염이 세균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방광통증증후군으로도 불리는 간질성방광염은 방광근층이 섬유화돼 딱딱해지며 방광용적이 줄어드는 질환으로 소변이 차면 다른 방광질환 여부와 관계없이 하복부, 회음부, 허리, 골반 등에 압박감과 통증이 발생하고 화장실에 자주 가게 된다.
간질성방광염은 빈뇨 증상으로 인해 과민성방광증후군으로 오인하기 쉽고, 통증 탓에 불응성만성방광염으로 오진되기도 한다. 하지만 방광에 소변이 차면 치골 상부에 통증이 발생하는 점에서 빈뇨·야간뇨·요실금을 주증상으로 하되 이렇다할 통증은 없는 과민성방광증후군과 차이난다.
오미미 고려대 구로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소변이 찼을 때 하복부·골반·허리 등이 뻐근하게 아프고, 소변 이후 잔뇨감이 느껴지며, 빈뇨와 함께 밑이 빠지는 느낌이 든다면 간질성방광염을 의심해볼 수 있다”며 “이 질환은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잦은 통증과 요의가 삶의 질을 떨어뜨리므로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복부·골반·회음부 주변 통증은 자궁근종, 요로결석, 근골격계 이상, 과민성대장증후군 등 원인이 다양해 정확한 병력 청취를 포함한 검사가 필수다. 소변검사 및 소변세균검사, 요속검사, 배뇨 후 잔뇨검사, 요도방광내시경, 조직검사로 원인을 파악한 뒤 약물과 방광확장술로 치료한다.
간질성방광염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3개월 이내에 세균성 방광염을 진단받았거나, 방광결석이나 요관결석 등 요로결석 질환을 앓았거나, 최근 12주 이내에 성기 헤르페스를 앓았거나, 자궁·자궁경부·질요도 악성종양을 진단받은 적이 있거나, 면역억제제나 항암제 사용 경험이 있거나, 골반에 방사선치료를 받았거나. 질염을 앓고 있는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정기적인 검진이 필요하다.
이 질환을 예방 및 개선하려면 생활습관부터 바꿔야 한다. 이뇨작용을 하는 알코올, 인공감미료, 카페인, 탄산음료 등의 섭취를 제한하고 짜고 매운 자극적인 음식은 피해야 한다.
급성방광염은 일반적으로 3일 정도의 항생제 복용만으로 충분히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방광염이 장기적으로 지속되거나 재발하는 만성 방광염의 경우에는 항생제 투여가 길어질 수 있다. 신우신염이 합병증으로 생긴 경우에는 항생제 사용 외에 안정을 취하는 등 특별한 관리가 필요하다.
방광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이런저런 이유로 소변을 참는 경우가 많은데 방광에 채워진 소변은 세균 번식을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정상적인 배뇨 자극이 오면 참지 말고 즉시 배출하는 것이 좋다.
건강한 상태에서는 정상 면역반응으로 문제가 되지 않지만,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라면 염증이 쉽게 생길 수 있다. 평소에 물을 많이 마시고, 적절한 운동과 휴식, 식생활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궤양성 간질성방광염 소변검사 조기진단 마커 발견
간질성방광염은 극심한 통증과 함께 방광이 점점 딱딱해지고 파괴되는 난치성 질환으로, 말기에는 인공방광을 달고 생활해야 해 환자의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일본의 경우 궤양성 간질성방광염 환자에게 장애 진단을 내리고 의료비를 지원한다.
궤양성 간질성방광염은 그동안 손쉬운 조기 진단 방법이 없었다. 진단을 위해 방광내시경검사가 필수인데, 극심한 통증이 있는 환자에게는 검사 과정이 너무 고통스러워 모두에게 시행하기 어렵다. 특히 내시경으로 진단했을 때는 이미 방광 파괴가 급격히 진행된 말기인 경우가 많아 새로운 선별 검사 진단법이 절실했다.
그동안 세계적으로도 궤양성 간질성방광염을 쉽게 진단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를 찾는 연구들이 많았지만, 정상 소변에는 균이 없다고 알려져 새 바이오마커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비뇨의학과 연구팀(김영호·이상욱·이광우·김웅빈 교수)은 방광 내에 정상적으로 미생물 생태계(Microbiome)가 존재하며, 미생물 생태계의 불균형이 간질성방광염을 유발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여성 142명(정상인 34명, 비궤양성 간질성방광염 환자 40명, 궤양성 간질성방광염 환자 68명)에게 경요도 카테터(도뇨관)를 통해 소변을 수집한 후, '효소 결합 면역 흡착 검사(ELISA)'를 실시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비궤양성 간질성방광염 환자보다 궤양성 간질성방광염 환자 소변에서 항균펩타이드 물질인 '베타 디펜신-2(BD-2)'가 18배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SCI 학술지 11월호(IF:3.2)에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