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는 단순히 오래 사는 것보다 건강 수명을 통한 삶의 질 향상을 중요시하는 추세다. 건강 수명은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실제 활동을 하며 사는 것을 뜻한다. 식욕 및 수면의 질 향상, 생활의 활력 및 컨디션 조절, 피로도 및 우울증 완화가 해당되며 이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필수로 둔다. 따라서 ‘면역력이 곧 삶의 질 향상’과 직결된다.
면역력이란 외부에서 들어온 병원균에 저항하는 힘을 뜻하며, 면역력이 저하되면 각종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면역력 저하의 신호로는 피로, 염증, 소화기 장애 등이 있으며 면역력을 높이는 생활습관에는 △수면 △햇볕 △체온 △스트레스 관리 △장 건강 △식단 관리 등이 수반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잠을 최소 6~7시간 충분히 자야 한다고 조언한다. 수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증가하고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다. 잠은 우리 몸의 노폐물을 제거하고 피로를 없애 면역 시스템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해준다.
중년을 넘어서면 급격하게 몸무게가 빠지곤 한다. 노화로 근육이 빠지기 때문이다. 근육이 줄면 보행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여러 질환 발병 위험이 커진다. 활기찬 노후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근육,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또한 나이가 들수록 단백질이 부족하면 근육량이 감소하고 면역기능이 약해질 수 있어 양질의 단백질 섭취가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 노인 중 절반 이상이 하루에 필요한 단백질을 섭취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9∼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60세 이상 노인 3512명(남 1484명, 여 2028명) 중 54%(남성 47.9%, 여성 60.1%)가 하루 권장량 이하의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 섭취 부족 현상은 80대(남 66.2%, 여 70.5%), 70대(남 50.3%, 여 67%), 60대(남 43%, 여 52.3%) 순으로 나이가 많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일수록 두드러졌다.
일반적으로 하루단백질섭취권장량은 몸무게 1㎏에 0.9g이다. 예를 들어 몸무게가 70㎏이라면 하루 단백질 권장량은 63.7g이다. 노인의 끼니별 단백질 섭취량은 아침 14.9g, 점심 17.1g, 저녁 17.7g 등으로 세끼 모두 권장량(끼니당 25∼30g)에 훨씬 못 미쳤다.
근육이 줄어들면 단순히 힘과 체력이 떨어지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일차적으로는 보행속도와 균형 감각이 떨어져 낙상·골절 위험이 커진다. 나아가 심근경색·뇌졸중 위험도 커진다. 심장은 그 자체로 근육 덩어리인데다, 근육은 혈압·혈당을 조절하는 역할도 하기 때문이다.
특히 생체이용률이 더 높은 동물성단백질 섭취 비율이 35%로 식물성단백질(65%)보다 매우 낮아 양과 질 모두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노인이 섭취하는 단백질 음식으로는 곡류가 35%로 가장 많았으며 육류 16%, 어패류 13%, 채소류 9%, 콩류 8% 등으로 조사됐다.
노령기에 접어들었다고 해서 채소, 과일 등만 고집하기보다는 풍부한 단백질의 육류를 비롯한 축산물을 고루 섭취하는 게 이상적이다. 채소와 과일만 먹으면 축산물로부터 얻을 수 있는 영양소가 결핍될 우려가 있다. 특히 나이가 들면 근육이 급격히 줄면서 체력과 면역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축산물에 포함된 동물성 단백질은 이를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단백질을 충분히 섭취할수록 허리둘레와 BMI(체질량지수) 수치를 줄이는 효과도 볼 수 있다. 박현아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단백질은 탄수화물과 지방보다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쉽고, 포만감을 늘려 추가적인 에너지 섭취를 줄인다”며 “또 고단백을 섭취하면 위장관에서 나오는 식욕억제호르몬의 분비를 증가시켜 공복감을 줄여 체중감소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동물성단백질이 노인의 난청 예방에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도 보고됐다. 한림대 성심병원 이비인후과 연구팀이 보건복지부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분석한 내용에 따르면 지방과 단백질 섭취가 부족한 노인은 청각에 이상이 생길 확률이 50% 이상 증가했다. 이 연구에 따르면 노년기 단백질 섭취 부족은 난청 위험률을 23% 높였다. 지방 섭취 부족은 위험률이 22%, 두 영양성분이 모두 부족할 땐 56% 증가했다. 고령층이 단백질을 쉽게 소화하려면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를 삶아서 조리해 먹는 게 좋다. 육류 요리에 파인애플과 같은 과일즙을 함께 넣는 것도 방법이다. 파인애플에 함유된 ‘브로멜라인(bromelain)’ 성분이 단백질을 분해하는 역할을 한다. 육류로 신선한 영양소를 섭취하려면 유통과정이 짧고, 철저한 품질관리를 거친 국산 축산물을 선택하는 게 유리하다.
박현아 교수는 “밥과 채소 위주의 식습관을 가진 한국 노인들은 흔히 고기를 섭취하지 않는 것을 건강식으로 잘못 알고 있다”며 “적절한 동물성 단백질 섭취는 근육량과 면역력을 유지하는 데 필수인 만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도 기름기가 적은 살코기 육류로 단백질을 섭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단백질은 저장이 되지 않는 영양소로 하루에 먹는 총량도 중요하지만 매끼니 부족하지 않게 먹는 게 중요하다”며 “끼니마다 손바닥의 3분의 1 정도의 기름기 적은 살코기, 닭고기, 생선, 두부, 콩류를 섭취하면 좋다”고 덧붙였다.
김광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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