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안 찌는 체질이라 굳게 믿었던 사람도 나이 들수록 몸에 살이 붙는 것을 느끼게 된다. 기초대사량이 줄면서 점차 살이 찌기 쉬운 몸 상태로 바뀌는 탓이다. 안 그래도 살이 살 찌는 사람은 나이 들수록 살이 급격히 불어난다. 중년의 '나잇살 위협'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나잇살은 운동해도 안 빠진다’는 말을 달고 사는 중·장년층을 종종 볼 수 있다. 운동이나 자기관리를 하지 않는 ‘아저씨’들의 변명처럼 들리지만 어느 정도 의학적 근거가 있는 말이다. 나이가 들수록 기초대사량, 성장호르몬 및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해 살이 찌기 쉬운 몸으로 변한다. 보통 30대 후반이 지나면 복부, 팔뚝, 허벅지 등에 나잇살로 불리는 내장지방이 쌓인다.
기초대사량은 생물체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에너지량으로 20대를 정점으로 꾸준히 감소한다. 한국영양학회가 제시한 한국인 성인의 일일영양필요섭취량은 남성의 경우 20대에 2600㎉, 30대~40대는 2400㎉, 65세 이후 2000㎉로 점차 줄어든다. 여성은 20대 2100㎉, 30~40대는 1900㎉, 65세 이후 1600㎉ 정도다. 섭취하는 열량에 비해 소비하는 열량이 줄어 체지방이 쌓이고 살이 찌게 된다.
나잇살이 찌는 것은 성장호르몬, 성호르몬과 연관된다.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성장호르몬은 청소년기에 뼈와 근육의 성장을 돕고, 성장이 끝난 뒤부터는 근육량을 유지하면서 섭취한 지방을 인체 구석구석으로 분포시키는 역할을 한다. 성장호르몬 분비는 20대 이후 10년마다 14.4%씩 감소해 60대 이후 분비량은 20대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성장호르몬 분비가 줄면서 근육량이 감소하고, 근육이 소실된 자리를 지방이 차지하면 복부 등에 살이 찌기 시작한다.
또 성호르몬은 내장지방 축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어 이 호르몬이 줄면 신체 곳곳에 지방이 축적된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30세 전후부터 서서히 줄어든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갱년기(폐경이행기)를 전후로 급감해 폐경 이후 골다공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폐경 전 여성은 피부 아래층에 지방이 많고 내장지방은 적은 피하지방형이 많다. 반면 폐경이 지난 여성과 중장년 남성은 복벽 안쪽 내장에 지방이 쌓이는 내장지방형, ‘윗배 볼록형 비만’이 다수다. 보통 윗배 볼록형 비만이 아랫배 볼록형보다 건강에 해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장지방이 증가하면 인슐린 작용을 방해하고 염증물질이 증가한다. 지방이 혈액에 쉽게 유입돼 혈관벽에 쌓이면서 고지혈증·당뇨병·고혈압·뇌졸중 등 심·뇌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 비알코올성지방간(NASH), 수면무호흡증, 각종 성인병 등이 내장지방으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복부비만과 노화가 겹치면 무릎관절염과 요추간판탈출증(허리디스크) 등 근골격계질환의 발병 시기도 빨라질 수 있다.
나잇살은 남녀별로 잘 찌는 시기가 다르다. 남성은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늦은 식사와 음주가 잦아지면서 뱃살이 잘 찐다. 어쩔 수 없이 늦은 저녁을 먹거나 술자리에 가게 되면 생선요리나 된장찌개, 두부김치 등 콩으로 만든 고단백·저열량 메뉴를 골라야 한다. 아침은 반드시 챙겨 먹어야 저녁 과식을 막는다. 40대 이후에는 겉보기에 날씬하지만 배만 나오는 마른비만 형태로 나잇살이 찐다. 운동은 안 하고 굶어서 살을 빼는 사람에게 흔히 생긴다.
나잇살은 특히 전립선 건강에 치명적이다. 복부에 살이 찌면 전립선을 둘러싼 지방층이 두터워지면서 암세포가 성장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다. 송윤섭 순천향대 서울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 남성은 정상체중 남성보다 전립선암 발병 위험이 1.2배 정도 높다”며 “치료 후에도 재발 위험이 높아 평소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흔히 말하는 것처럼 나잇살은 쉽게 빠지지 않는다. 근육과 기초대사량이 줄어 같은 열량을 섭취해도 덜 소비되기 때문이다. 특히 탄수화물 중심의 식단은 나잇살의 주요인이다.
나잇살을 빼려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여 이전보다 하루 섭취 열량을 30%가량 떨어뜨려야 한다. 섭취 열량이 감소하면 신체 노화를 촉진하고 질병을 유발하는 활성산소 생성이 줄어든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에서 실시한 동물실험 결과 열량 섭취를 30% 줄인 원숭이는 수명이 연장되는 효과를 나타냈다.
전체적인 열량 섭취는 줄이되 껍질 벗긴 닭고기, 기름기 없는 소고기 안심·사태살·홍두깨살 등으로 단백질의 비중을 높여준다. 단백질과 식이섬유는 미토콘드리아의 효율을 높여 체내 에너지를 활발하게 생성해 지방이 축적되는 것을 막는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내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을 하는 세포 소기관이다.
체지방이 잘 타도록 도와주는 비타민B군이 함유된 종합비타민제나 영양제를 복용하면 나잇살을 빼는 데 도움된다. 칼슘은 지방흡수를 억제하는 동시에 지방대사를 촉진해 체내 지방 성분을 배출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신체 활동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다. 팔굽혀펴기·윗몸일으키기·스쿼트 등 근력운동은 복부·등·어깨·허벅지의 근육량을 유지해 기초대사량이 저하되는 것을 막는다. 단 나잇살을 뺄 땐 저강도로 무산소운동을 해야 한다. 근력이 약해져 있는 중장년층이 강한 강도로 무산소운동을 하면 근육을 다치기 쉽다.
나잇살을 줄이는 운동을 할 때는 유산소운동과 무산소운동을 2대 1 비율로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중장년층은 무산소운동을 하다가 근육을 다치기 쉬워 하루 두세 번에 나눠 저강도로 하는 것이 안전하다. 팔굽혀펴기, 필라테스 등이 있다. 유산소운동도 저강도로 하는 게 좋다. 걷기, 완만한 등산, 배드민턴을 추천한다. 줄넘기, 계단오르기는 근육, 관절 손상 위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