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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시대 집콕하는 집돌이 집순이, 알고보니 ‘마음의 병’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2-01-18 10:50:02
  • 수정 2022-01-18 10:5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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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회사·집 경계 사라져 에너지 소진, 책임감 강하면 위험 … ‘번아웃증후군’ 의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를 강타한 지 2년이 지났다.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60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도 5000명을 돌파한 지 오래다. 정부의 방역대책이 오락가락하는 와중에도 바이러스 확산을 이 정도에서 막을 수 있었던 건 각자의 자리에서 묵묵하게 맡은 일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2년넘게 계속된 코로나 시대 '집콕'하며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거리면서 온몸이 찌뿌둥하고 스트레스 더 쌓이는 직장인 이나 학생들이  늘고 있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주말만 되면 불어닥치는 한파와 미세먼지처럼 원망스러운 존재도 없다. 멋지게 차려입고 외출해 1주일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어보려 했는데 친구로부터 ‘날씨가 영 아닌데 다음에 보자’는 연락을 받으면 짜증이 밀려온다.  


반대로 어떤 이에겐 주말 내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침대에 누워 있는게 ‘힐링’이 되기도 한다. 주로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노트북으로 밀린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어쩌다 한번이 아닌 매주 주말마다 누구도 만나고 싶지 않고 도무지 침대를 벗어날 생각이 안든다면 현재 심신이 지쳐있을 확률이 높다. 여기에 무기력감·짜증·우울감까지 겹친다면 탈진증후군, 이른바 번아웃증후군(Burnout syndrome)을 의심해보는 게 좋다.


번아웃의 사전적 의미는 △에너지를 소진하다 △다 타다 △가열되어 고장이 나다 등으로 정의되어 있다. 번아웃증후군이란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일에 몰두하던 사람이 극도의 신체적, 정신적 피로감을 느끼면서 무기력해지는 증상을 말한다.번아웃증후군은 의욕적이었던 직장인이 제 풀에 지쳐 몸과 마음이 ‘녹다운’되는 정신질환이다. 미국 정신분석의사 허버트 프뤼덴버그(Herbert Freudenberger)가 처음 사용한 심리학 용어로 탈진증후군, 불태워 없앤다는 의미의 ‘소진(消盡)증후군’으로도 불린다.


무기력감이 느껴지면서 속이 텅 빈 느낌이 들고 자기 자신과 인생에 대한 회의감이 든다. 쉽게 짜증이 나고 예민해지며 사소한 말 한마디에 심한 우울감과 좌절감을 느낀다. 또 평소보다 업무량이 지나치게 많아진 느낌이 들고 열정도 사라진다. 


주말 내내 잠을 자도 피로가 누적되고, 이전보다 더 빨리 지치는 것 같다.문명의 이기로 회사와 집의 경계선이 사라면서 현대인의 몸과 마음의 에너지는 더 빨리 소모됐다. 서면과 전화로 업무를 처리하던 시대에서 컴퓨터·스마트폰 시대로 넘어가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메신저 등으로 업무를 지시받고 보고받는 게 일상이 됐다.


윤현철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문명의 이기로 ‘24시 항시 대기’가 일상이 되면서 제대로 쉬지 못하고 스트레스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며 “이런 환경 변화는 정신적 압박감, 감정적 불안정함을 유발하고 육체적·정신적 질환의 발생 위험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성격이 예민하고 조급증과 강박관념에 시달리는 사람,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쌓아두는 내성적 성격, 책임감이 강해 업무 성과를 스스로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완벽주의자 등이 번아웃증후군에 쉽게 노출된다. 또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하고 업무 강도가 센 직종일수록 번아웃증후군 발생 위험이 높다. 최근 한국생산성본부가 직장인 1만명을 9개 직종별로 나눠 정신건강 점수를 측정한 결과 100점 만점에 평균 50점에 그쳤다. 


특히 미디어·광고·디자인 직종이 정신적 압박이 컸고, 공무원과 교육 분야가 상대적으로 덜했다. 미디어·광고 분야는 조직생활로 인한 스트레스, 서비스와 판매유통 분야는 직무성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 대체로 직급이 낮고 기업규모가 작을수록, 남성보다는 여성에서 정신적 스트레스가 컸다.처음엔 질환 자체를 몰라 방치하다 증상이 심해지면서 직장상사 또는 동료와 크게 다툰 뒤 돌연 퇴사하는 등 사회생활에 문제를 겪게 된다.


윤 교수는 “번아웃증후군은 시간에 쫓겨 바쁘게 살아가는 현대사회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증상”이라며 “틈틈이 여유를 갖고 편안한 대화, 운동, 여가활동 등으로 재충전 시간을 갖는 게 극복에 도움된다”고 말했다. 그는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증상이 심해지고 장기간 지속되면 전문가를 찾아 상담 및 치료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질환은 성인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경쟁이 심화되고 교육열이 높아지면서 소아청소년 환자, 이른바 ‘번아웃 키즈’도 증가하는 추세다. 주로 부모 말을 잘 듣는 착한 아이에서 발생률이 높다. 일반적인 소아우울증과 달리 종일 우울해하는 게 아니라 아침엔 ‘열심히 해야지’라며 의욕이 넘치고 활기찼다가 오후가 되면 점차 무기력감과 우울감이 몰려온다. 


부모에게 말대꾸하고 대드는 또래 아이와 달리 자신의 상태를 잘 표현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부모도 아이의 상태를 모르고 방치하다 게임중독이나 비행에 빠지고 우울증 증상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쉽다.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에 따르면 13~18세 청소년의 스트레스 겅험률은 37.4%, 우울감 경험률(최근 12개월 동안 2주 내내 일상생활을 중단할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다는 응답)은 25.5%로 나타났다. 


번아웃증후군을 포함한 소아청소년의 우울증은 초등학교 고학년 때 시작되고 중학생 때 최고조에 이른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찾는 청소년의 20%는 번아웃증후군 증세를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녀에게 번아웃 증상이 나타나면 약 2주간 학원·숙제 등에서 아이를 자유롭게 풀어주고, 만화책 읽기나 음악감상 등 아이가 원하는 걸 하도록 배려해야 한다.번아웃증후군은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심리치료 등으로 개선할 수 있다. 다만 직장생활을 하면서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증상을 알아차리고 초기에 적절히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단순히 오래 쉰다고 해서 뇌가 충전되는 것은 아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경영진 사이에서 유행하는 마인드바캉스 훈련은 심리적 안정감을 찾고 무기력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된다. 마인드바캉스 훈련은 △회의 직전 세 번 깊게 호흡하며 호흡을 느끼기 △조용한 곳에서 밥 음미하며 먹기 △하루 10분 사색하며 걷기 △1주일에 한 번 친구와 수다떨기 또는 슬픈 영화 보기 △스마트폰 없이 여행하기 등이 해당된다.주변인의 섣부른 조언은 독이 된다. 번아웃 증상을 의지가 약해서 그런 거라고 타박하거나, 다른 사람은 괜찮은데 넌 왜 그러냐는 식의 비교는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스트레스가 대부분의 원인인 번아웃증후군과는 달리 우울증의 경우 스트레스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닌 뇌신경전달물질, 호르몬 불균형, 가족력 등의 생화학적, 유전적 이유로 발생하는 케이스가 많기에 전문의의 정확한 진료 및 진단 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것이 좋다.번아웃증후군으로 진단받을 시 증상이 심각하지 않다면 일에 대한 집착을 줄이고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즐기면서 충분한 휴식을 취함으로써 호전이 가능하나 증상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약물치료 등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예전보다 많이 나아졌지만 한국사회는 아직도 정신질환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다. ‘정신병’이라는 단어가 내포하는 부정적인 인식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자신의 상황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끙끙 앓다가 힘에 겨워 극단적 선택을 하게 되는 경우가 적잖다. 윤 교수는 “사회가 다변화하고 복잡해지면서 정서적 안정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며 “조금 더 여유를 갖고 서로의 아픔과 상처를 아우를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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