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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욱하는 당신이 사이코패스보다 더 나쁘다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등록 2022-01-14 13:39:39
  • 수정 2022-01-19 18:5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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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하들은 일관성과 안정성을 더 중시 … 감정조절 압박 커진 탓 … 작은 사랑 꾸준히

욱하는 성격 때문에 고민이라는 40대 직장인이 이메일로 상담을 청해왔다. 자신이 사회생활하며 절대 용서할 수 없는 게 ‘거짓말, 시간 개념 없음, 자기 맘대로 일하기’인데 부하직원들이 이를 어기고 변명하면 경고를 주곤 하는데 얼마 전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근데 문제는 그러고 나면 오히려 맘이 안 좋다고 한다.


평소 성격도 쾌활하고 배려심도 깊어 대인관계도 원만한 편인데 한 번 꼭지가 돌면 건너서는 안 될 강을 건넌다고 했다. 욱하면 백날 잘해도 한 번에 다 망치게 되고 스스로 성격에 문제가 있다는 걸 아는데 어찌하면 좋겠냐고 하소연했다. 


욱한 마음이 문제가 되지 않으려면 욱하고 나서 맘이 편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면 곤란하다. 상대방에게 언어적, 행동적 공격을 가하고 나서 마음에 동요가 전혀 없다면 사이코패스 경향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정확한 의학용어로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라 한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고도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유사한 정신병리로 ‘자기애성 인격장애’가 있다. 두 인격장애 모두 타인에 대한 공감 결여와 착취, 사기성 등을 보인다.


사연을 보낸 사람은 욱하기는 하지만 이런 문제로 사연을 보낼 만큼 고민하는 것을 보면 사이코패스나 자기애성 인격장애일 가능성은 떨어진다. 


사이코패스라 하면 매우 폭력적이고 감옥에나 있을 법한 살인마를 떠올리지만 상당한 지적 능력과 인간적 매력을 가지고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들이 적잖다. 산업심리학자인 보드와 프리츠는 영국 CEO들의 인격적 특성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 사이코패스의 특성과 일치했다는 연구논문을 발표했다.


이 정도는 아니더라도 사이코패스적 기질이 자본주의 경쟁사회에서 상당히 먹힐 만한 효율성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상당히 무리한, 때론 윤리적으로 문제 있는 일을 지시하고 추진하면서도 전혀 양심에 가책이 없다면 업무추진 에너지가 대단할 것 같지 않은가?


이런 사이코패스 상사는 부하직원과 일종의 피학-가학 관계를 형성한다. 병적인 관계지만 그 안에 안정성과 일관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가학 자체보다 일관성 없는 상사의 태도가 때론 더 힘들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성격적으로 무난해도 일의 성과를 올리지 못하면서 ‘욱하기’만 잘하는 상사는 최고 진상이 될 수도 있다. 기대치가 흔들리는 것, 믿었던 사람에게 당하는 예상치 못한 야단, 특히 인격적 모욕이 담겨 있기라도 하면 그것만큼 사람을 처참하게 하고 배신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가 없다. 평소 성격도 쾌활하고 배려심도 있었던 사람은 부하들의 기대치도 높았을 텐데 한번 욱한 것만으로 직원들의 만족도가 바닥으로 떨어질 수 있다. 분노 반응도 더 크게 일어난다.


욱하는 것은 여러모로 손해가 많다. 일단 자신부터 후회하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힘들다. 욕먹은 부하직원도 일정하지 않은 기대 경험치 때문에 힘들다. 그들에게 욱한 당신은 그 옛날 ‘마징가제트’에 나온 악의 축, 아수라 백작이다. 회사 주변 호프집의 제일 잘나가는 안주가 아마 당신일 게다.


욱해 놓고 미안한 당신은 회식이라도 해서 직원들 기분 풀어줘야 하니 경제적 손실이 생긴다. 이에 짜증난 직원들도 당신의 화해 제스처에 억지로 웃으며 임해야 하니 두 번 괴롭다. 


화를 못 참는 건 감성의 뇌가 지쳐 있기 때문이다. 신경생물학적으로 감성의 뇌, 즉 변연계(limbic system)가 제멋대로 작용해서 나타난다. 변연계는 분노하거나, 공포를 느끼거나, 웃기도 하는 등 감성 에너지를 표출하는 역할을 한다. 변연계가 망가지면 아무 데서나 공격적인 행동을 하거나 실실 웃으면 사회적 규범에서 어긋나는 사람이 된다. 그러기에 이성을 지배하는 전전두엽이 이를 조절하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인위적으로 감정을 조절하라고 너무 강하게 압박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감성 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리고 피로가 쌓이면 ‘욱하는’ 성격이 표출된다고 봐야 한다. 


욱, 즉 화를 조절하려면 감성의 뇌에 쾌감을 줘야 한다. 주말에라도 사색하며 걷는다면 회사 안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웃으며 넘길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욱하는 것은 상대방이 내 기대치를 저버렸을 때 나오는 감정 반응이다. 지극히 상대적인 것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다. 일을 자기 마음대로 하는 건 아직 살아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적어도 ‘학습된 무기력’에 빠져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리더가 되기도, 직원하기도 어려운 세상이다. 기대치가 모두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사이코패스가 아니라면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자세로 사는 게 남는 장사다. 미안한 마음에 쓰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회식비가 절약될 테니 말이다.


화는 결과물이다. 결과물을 직접 통제하면 정말 화병에 걸린다. 마음의 화가 유통될 수 있는 채널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라는 존재의 작음을 실감할 때 우리는 나와 상대방의 결코 작지 않은 가치에 대해 역설적인 기쁨을 느끼게 된다.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 단, 사랑할 수 있는 만큼 만이다. 내가 사랑할 수 있는 에너지의 70%만 활용해야 한다. 무엇이든 과열되고 에너지가 결핍되면 욱하는 화로 변질되기 때문이다. 작은 사랑이라도 일관성 있게 전달하는 게 신경생물학적 측면에서 좋은 사랑이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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