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12일 소확행(소소하고 확실한 행복) 45번째 공약으로 "문신을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하고, 종사자들도 ‘불법 딱지’를 떼고 당당하고 행복하게 일할 수 있어야 한다"며 타투 합법화를 공약했다.
이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의료적 목적이 없는 문신까지 의료행위로 간주해 규제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타투 인구는 300만 명, 반영구 화장까지 더하면 약 1300만 명, 시장규모는 총 1조 20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면서 "(타투가) 하나의 거대한 산업이 되었지만 의료법으로 문신을 불법화하다 보니 억울한 피해자가 양산"고 주장했다.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인 ‘반영구화장문신사법’, ‘문신사법’, ‘타투업법’은 현행법상 불법인 문신사의 문신 시술 행위를 허용하되, 면허자격·시술범위·위생 및 안전관리 의무 등을 마련해 보다 안전하게 관리하자는 것이 주요 골자다.
그 동안 음지에서 암암리에 이뤄진 문신 시술이 합법의 영역에 들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합법이든 불법이든 문신을 몸에 시술할 경우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관련 질환에 노출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정부가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일반 미용업소에서도 눈썹과 아이라인 문신 등 반영구화장 시술을 합법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소상공인 규제 혁신방안’을 발표하자 피부과 의사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시술 환경과 도구가 위생적이지 못하고 전문성이 떨어져 각종 감염질환에 취약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일부 병·의원에선 의사가 상담만 하고 시술은 고용된 문신사(타투이스트)가 맡는 경우가 빈번해 전형적인 ‘내로남불’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문신(반영구화장)은 색소를 피부 표면에 도포한 뒤 바늘로 피부를 관통시켜 개인이 원하는 형태의 이미지나 문자를 새겨 넣는 행위다. 문신이라는 단어에 담긴 선입견 탓에 주로 타투라는 표현이 애용된다. 길면 10일 정도 지속되는 ‘헤나’는 하루 이틀 있다가 사라지는 타투 스티커는 문신에 포함되지 않는다.
의료법 27조에 따라 문신신술은 의사 등 의료인만 합법적으로 실시할 수 있다. 1992년 대법원은 “보건위생상 위험을 이유로 문신은 의료행위에 해당하며 의사면허가 없는 사람은 시술할 수 없다”는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의료기관에서 문신시술을 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 미용업소나 개인 타투숍에서 암암리에 이뤄졌다. 한국타투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활동하는 타투이스트(문신사)는 최소 3000명, 부업으로 하는 경우까지 합치면 2만여명에 이른다.
사회 분위기가 한층 개방적으로 변하면서 타투 수요도 급증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타투 수요자는 300만명가량이며, 눈썹미용 등 반영구 문신까지 포함하면 1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타투이스트 원모 씨(38)는 “전세계에서 의사만 문신시술을 할 수 있도록 법으로 규정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며 “황당한 사실은 비의료인이 문신시술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원 씨는 “기술은 있는데 합법적으로 사용하질 못하니 단속을 피해 오피스텔이나 가정집에서 시술하는 경우도 적잖다”며 “시술을 받은 뒤 갑자기 태도가 돌변,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시술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먹튀’하는 고객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의사들은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합법화하면 각종 감염질환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며 반대하고 있다. 대한피부과학회와 대한피부과의사회는 “의료인이 기득권을 놓지 않기 위해 합법화를 반대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과 다르다”며 “경제활성화 명목으로 비의료인의 문신시술을 완전히 합법화하는 것은 돈과 국민의 건강을 바꾸는 행위로 피부과 전문의의 양심으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오창근 대한피부과의사회 회장은 “피부과의사들이 합법적으로 문신시술을 할 수 있음에도 막상 시술 건수가 적은 것은 문신의 위험성을 잘 알기 때문”이라며 “문신시술은 피부감염증 등 피부질환 외에 B·C형간염, 인간후천성면역결핍바이러스감염증(에이즈, AIDS), 헤르페스 등을 유발하는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심각한 흉터나 탈모 등 삶의 질 향상에 꼭 필요한 경우에만 문신시술을 실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신시술에 사용되는 염료 자체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이 시중에 판매중인 반영구화장용 문신염료 24개 제품의 유해물질함량을 조사한 결과 12개 제품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됐다.
검출된 유해물질 중 니켈은 피부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대표적인 금속물질이다. 평소 피부가 예민하고 금속알레르기가 있는 환자가 이 성분에 노출되면 습진이 심해지거나 문신 부위와 주변 피부에 알레르기 반응이 생길 수 있다.
비소는 피부암과 폐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피부가 이 물질에 노출되면 비소각화증으로 불리는 피부암 전구증이 생길 수 있고 심하면 편평상피세포암 등 피부암으로 악화된다.
유박린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니켈이나 비소 등 중금속은 전신으로 흡수되는 양이 매우 적더라도 피부에 닿는 것만으로 여러 부작용을 유발할 수 있다”며 “반복적으로 반영구문신을 하면 위험성이 더 커진다”고 말했다.
한 번 새긴 문신을 지우는 것도 고역이다. 문신 제거는 레이저가 유일한 방법이다. 레이저가 피부를 통과해 색소를 띠고 있는 염료의 입자를 미세하게 쪼개는 원리다. 분해된 입자는 면역세포가 림프관을 통해 배출시킨다.
아무리 좋은 레이저라도 문신을 한 번에 제거하는 것은 어려워 반복치료가 필요하다. 보통 1~2주 간격으로 10회가량 레이저치료를 받으면 문신을 제거할 수 있다. 시술 후 해당 부위가 약간 붉어질 수 있지만 금방 가라앉는다. 햇빛에 장시간 노출되는 것을 피하고 SPF30 이상의 자외선차단제를 수시로 발라줘야 한다.
일각에선 의료계가 문신시술 합법화를 반대하기 전 병원내 불법시술부터 뿌리뽑는 자정노력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일부 병·의원에선 의사는 상담만 하고 간호조무사나 병원이 고용한 타투이스트가 문신수술을 하고 있다.
의협 관계자는 “의료기관은 불법시술 업소나 일반 미용업소보다 위생 상태가 훨씬 좋아 각종 감염질환을 막을 수 있다”며 “다만 의사가 아닌 문신사가 시술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관련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