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나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이 불의의 사고로 골절을 당하거나 부상을 입었을 때는 특정 부위의 뼈 길이가 짧아지거나 관절이 한쪽으로 휘어지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들의 경우 골절부위는 주로 손목·발목·팔꿈치·무릎을 비롯한 관절 주위에 국한되는데 넘어지거나 떨어질 때 팔로 땅을 짚다 팔꿈치 위쪽의 뼈가 튀어나오는 과상부 골절을 입는 경우가 흔하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부위 뼈끝에는 성장을 담당하는 연골조직인 성장판이 함께 손상돼 성장판 손상 후유증을 앓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겨울철 빙판길은 노인뿐만 아니라 성장기 어린이에게도 심각한 위협이 된다. 아이가 뛰놀다 빙판길에서 넘어지면 ‘다치면서 크는 것’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지만 손목이나 발목 등을 다치면 성장판이 손상돼 키 성장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뼈가 부러지는 큰 부상이 아니라 가볍게 발을 삐는 것만으로 만성 발목불안정증 등 장기적인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흔히 ‘발목을 삐었다’고 표현하는 발목염좌는 발목을 지탱해주는 인대가 부분적으로 파열돼 통증과 부기가 동반되는 질환이다. 전체의 약 90%가 발바닥이 안쪽으로 뒤틀리면서 발목 바깥쪽 부분 인대가 손상되는 형태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 방치하면 관절이 불안정해지면서 발목을 지속적으로 삐고, 이로 인해 발목뼈와 연골까지 망가져 퇴행성관절염 발병이 앞당겨지게 된다.
특히 성장기 아이는 뼈와 연골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 성인보다 발목염좌로 인한 피해가 큰 편이다. 발목을 자주 삐면 발목 부위 뼛조각이 떨어져나와 통증, 부종, 만성 발목불안정, 퇴행성관절염 등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이동연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팀의 연구결과 발목염좌로 내원한 3~15세 소아청소년 188명 중 인대 손상과 골절이 의심되는 2·3단계 환자의 65.9%에서 발목 바깥쪽에 뼛조각이 생겼다. 골절이 전혀 의심되지 않고 가벼운 부기와 통증 등만 호소한 1단계군 환자도 14.4%에서 뼛조각이 발견됐다. 전체적으로 188명 중 39.4%에서 뼛조각이 나타났다. 이는 정상 성인에서 뼛조각이 발견되는 비율인 1%를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발견된 뼛조각은 대부분 발목 바깥쪽 복사뼈(복숭아뼈) 바로 아래에 발생하는 ‘비골(종아리뼈)하 부골’이다. 뼈 크기는 지름 5~10㎜ 정도이며 둥근 형태를 띠었다. 한 해외 연구에선 만성 발목 불안정성 환자의 40%에서 비골하 부골이 발견되기도 했다. 발생원인으로 발목인대가 손상되면서 떨어진 뼛조각이 다시 유합되지 못해 나타난다는 설과 선천적으로 발생한다는 설이 제기된다.
부골은 정상적인 뼈가 아니고 추가로 존재하는 뼈라는 의미로 영어권에선 ‘액세서리본(accessory bone)’이라고 부른다. 발목 외에도 손바닥이나 발 등 여려 신체 부위에서 생길 수 있다.
최근에는 비만이 비골하 부골의 원인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동연 교수는 “소아비만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고열량식 및 인스턴트음식 섭취, 운동부족으로 체중은 불었지만 발목은 오히려 가늘고 약해져 작은 충격에도 쉽게 뼈가 손상되고 뼛조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일부 전문의들은 ‘비골하 부골에 의한 부상’을 선진국형 질병이라고도 부른다”고 설명했다.
성장기에 발목 내 뼛조각이 생기면 만성적인 발목 외측 통증, 부종, 발목 불안전성, 관절염 등의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이동연 교수는 “그동안 소아청소년기 발목 부상은 주로 성장판 손상에만 관심이 집중돼 비골하 부골에 대한 연구는 부족했다”며 “성장기 아이가 발목을 접질린 뒤 통증과 부기가 동반되면 가급적 빨리 인대 및 뼈 손상 여부를 파악한 뒤 석고고정 등 적극적인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좌에 그치지 않고 뼈와 연골까지 망가졌다면 성장판 손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소아골절 중 성장판 손상이 차지하는 비율은 15% 정도로, 이 중 10∼30%에서 성장판 손상 후유증으로 팔·다리가 짧아지거나 휘어지는 변형이 나타난다.
성장판은 뼈 성장을 담당하는 부위로 팔·다리·손가락·발가락·손목·팔꿈치·어깨·발목·무릎뼈 중 관절과 직접 연결된 긴뼈의 끝부분에 위치해 있다. 뼈보다 약한 연골로 이뤄져 외부충격에 약하다. 이 부위가 손상되면 성장 과정에서 특정 부위의 뼈 길이가 짧아지거나 관절이 한쪽으로 휘어지고 심할 경우 성장장애로 이어진다.
성장판 손상 후유증은 길게는 1년 이후에도 나타날 수 있다. 과거에 골절치료를 받았더라도 치료한 관절 부위가 한쪽으로 휘어지거나, 관절 부위에 단단한 멍울이 만져지면 성장판 손상으로 성장장애가 진행 중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소아정형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받아야 한다.
아이가 발목을 다친 뒤 걸음을 걸을 때 뒤꿈치를 들고 걷거나 다리를 전다면 병원을 찾아 성장판 상태를 확인해보는 게 좋다. 이밖에 손목은 부상 후 글 쓰는 자세가 예전과 다르게 변할 때, 팔은 양쪽 팔꿈치 모양이나 각도가 달라졌을 때 성장판 손상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교수는 “다친 부위가 계속 부어오르거나 가만히 있어도 아이가 심하게 아파한다면 골절이 의심되므로 부상당한 곳을 최대한 고정시킨 뒤 병원을 찾아야 한다”며 “다친 부위를 함부로 움직이면 자칫 골절 부위 주변의 혈관이나 신경조직까지 손상될 수 있어 이동하기 힘든 상황이라면 섣불리 만지지 말고 의사나 응급구조 요원이 도착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발목부상은 초기 응급처치가 중요하다. 흔히 ‘PRICE’라고 하는 방법으로 표현한다. P(Protection)는 ‘발목 보호’로 발목관절의 추가적인 손상을 방지하기 위해 부목을 대고 고정한다. R(Rest)은 ‘휴식’으로 움직임을 최소화하고 추가적인 운동을 제한한다.
I(Ice)는 ‘냉찜질’로 상처 주변의 온도를 내려줘 혈류량을 줄이고 염증 및 부종의 범위를 최소화한다. C(Compression) ‘압박’은 압박 붕대 등을 사용해 부상 부위의 혈류량을 줄이고 부종을 줄이는 조치를 한다. E(Elevation) ‘거상’은 심장보다 발목을 높은 곳에 위치시키고 중력의 영향으로 혈류량을 줄이는 응급처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