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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잘 노는 사람이 출세한다
  •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 등록 2022-01-07 16:29:01
  • 수정 2022-01-07 16:2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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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벌한 회사생활에도 감성적 교감 필요 … 회의만큼 회식도 중요해

술을 못하는 탓인지 유독 회식자리가 불편하다는 30대 직장인이 상담을 청해왔다. 직장생활 1∼2년차 때는 회식의 중요성을 몰랐는데 경력이 쌓일수록 아무리 일을 잘해도 회식에서 마이크를 놓지 않는 동기나 후배들 앞에서 자격지심이 든다고 했다. 


특히 사내에서 라이벌인 직원이 있는데 자신도 그 직원처럼 음주가무에 뛰어나고 싶다고 했다. 회식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 직원에 대한 칭찬이 다음 날이면 열 바퀴는 돌기 때문이란다.


노래교실이라도 다녀야 하는건지, 회사생활에 정말 회의보다 회식이 중요한 건지 도무지 알 수 없다며 조언을 청해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회사에선 회의보다 회식이 중요하다. 회사, ‘company’라는 단어의 어원은 ‘com’은 함께, ‘pany’는 빵이라는 뜻이다. 빵을 함께 먹는 곳이 회사란 말이다. 그러니 같이 밥먹는 곳이 회사의 뜻인데 당연히 회식이 중요하지 않겠는가. 동지(companion)란 말도 다 같은 어원에서 파생된 것이다. ‘companion’ 은 같이 빵을 먹는 사람들이란 뜻이다. 함께 회식을 해야 동지인 것이다.


회사에서 일할 때 제일 짜증나는 유형이 일할 때는 “우리 동지 아이가, 친구, 서로 나눠서 대충 합시다”하다가 회식이나 회사 행사 때는 “난 파트너야. 내 업무만 하면 되지 근무 외적인 것까지 신경 쓰거나 그갈 평가받고 싶지 않아. 왜냐면 난 도도한 프로페셔널이거든, 흥” 하는 종족들이다.


‘저 자식은 일도 못하는 주제에 회식에서 아부만 떨어서 나보다 먼저 승진하고, 더러운 세상이야’라는 푸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왜 일만 죽어라 하는 사람보다 회식에서 상사 기분 잘 맞춰주는 사람이 더 인정받고 먼저 승진할까. 그 심리적 메커니즘은 뭘까?


그것은 자본주의 시스템에 근거한 속물 이데올로기 메커니즘 때문이다. 속물이란 사회적 지위와 자신의 본질적 가치를 동일시하는 것이다. 내가 승진하면 나의 인간적 가치도 올라가고 그만큼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칭찬받는 것을 당연히 여기게 된다.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는 불같이 분노가 일어나고 힘으로라도 그 사랑을 가지려 한다. 그 마음의 기저에는 ‘회식에서 직원들에게 칭찬받고 사랑받으려는 욕구가 강하게 내재되어 있다. 


뻔한 아부에도 기분 좋은 게 우리네다. 속물적 상사일수록 칭찬에 예민하다. 왜냐하면 사회적 타이틀 이외에 자신의 가치를 지켜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칭찬에 민감하고 칭찬을 좋아한다. 속물적 상사가 가장 싫어하는 부하직원은 일은 똑 부러지게 잘하면서 회식에서 아부하지 않는 부하직원이다. 바로 상담을 청한 사람 같은 경우다. 왜?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더욱이 일 잘하는 직원이 바로 아래 직급이면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잠재적 경쟁자일 수 있는데 그런 직원이 회식에서 충성스런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불안함에 내칠 수도 있다. 따라서 회의에만 집중하고 회식에서 충성 서약을 하지 않다가는 일만 하고 인정받지 못한다는 생각에 울화병이 생기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회사생활을 가장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잘리지 않을 정도로만 일하며 즐겁게 보내는 것 아닐까. 회사를 마치 내 인생의 전부인 양, 자신의 자아와 회사의 존재를 일치시켜 일하는 사람들을 보면 정신의학적 측면에서 너무 안타깝다. 이런 사람들은 본인도 들들 볶지만 아랫사람에게 주인의식이다 로열티다 하며 끝없는 희생을 요구하기 일쑤다.


회사에서 회식은 업무의 상징인 회의 이상으로 생존과 커뮤니케이션에 중요한 자리다. 특히 어렵게 승진해 자리 잡은 이들이 자신의 고생을 보상받는, 매우 중요한 의식의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 면에서 회식은 회의보다 더 정교한 전략들이 오가는 전쟁터와 같다.


동서양, 과거, 현재, 미래에도 회식이란 의식은 직장생활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상사들이 자기 내면에 있는 타인의 사랑에 대한 갈망을 채울 수 있는 성스러운 의식이자 자신이 고생해서 얻어낸 위치에 대한 심리적 보너스를 만끽하는 자리다. 부하직원들은 상사와 정서적 유대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는 자리고. 서류상으로 오가던 드라이하던 관계에서 끈끈한 정서가 혈관을 통해 오가면 정서적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회식자리에서는 감성적 교감이 중요하다. 사람은 애초에 정서적 동물이기에 이성적으로 판단하기는 해도 자신의 정서적 흐름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자기 생존에 위협이 되지 않는 수준이라면 마음이 가는 사람에게 한 표를 던지는 것이 감성과학의 진실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디지털 세상이다. 그러나 모두 디지털에 젖어 있는 상황에서 디지털적인 능력 자체는 아무런 경쟁력이 되지 않는다. 조물주가 디자인한 우리 뇌, 감성 시스템의 본질적인 변화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은 돌고 돈다. 정반합의 변증법처럼 인류역사는 돌고 돌아 균형을 잡아간다. 디지털 세상이기에 아날로그적 감성과 테크닉이 다시 빛을 발하고 강력한 힘을 발휘할 것이다. 다시 인문학과 예술의 시대가 오는 것처럼.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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