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성인 인구의 13%가 비만 환자다. 비만은 온몸에 영향을 미쳐 당뇨병 등 수많은 질환을 동반하며, 수명 단축을 일으키는 심각한 질병이다. 키와 몸무게를 이용해 비만의 정도를 평가할 수 있는 체질량지수(BMI)로 비만의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체질량지수 25 이상을 1도 비만, 30 이상을 2도 비만, 35 이상을 3도 비만으로 분류한다.
고도비만은 2형 당뇨병,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 심뇌혈관질환, 지방간, 골관절염, 각종 암 발생빈도를 높인다. 현대인의 고질병인 비만과 당뇨병을 한 번에 잡는 비만대사수술이 의료계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부터 건강보험이 적용돼 고도비만 환자가 치료 목적으로 수술받을 경우 비용이 기존 700만~1000만원에서 140만~200만원으로 대폭 줄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완치 개념이 없어 평생 약 복용과 식이요법을 병행해야 했던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소식에 환자들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다만 일부 내분비내과 의사는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연구 결과가 아직 부족하다며 비만대사수술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비만대사수술은 약물치료로 개선되지 않는 고도비만과 각종 합병증을 치료하기 위해 위를 절제하거나, 위와 소장 사이에 우회로를 만들어준다.
체질량지수(BMI) 35kg/㎡ 이상인 초고도비만 환자, 고혈압·당뇨병 등 합병증이 동반된 30kg/㎡ 이상 고도비만 환자는 건강보험이 적용돼 수술비의 20%만 부담하면 된다. 비만대사수술은 술식에 따라 크게 위조절밴드술(adjustable gastric banding), 위소매절제술(sleeve gastrectomy), 루와이위우회술(Roux-en-Y gastric bypass)로 나뉜다. 내시경으로 폴리우레탄 재질의 위 풍선(속칭 엔드볼)을 장 내에 삽입한 다음 풍선 안에 공기와 생리식염수를 주입해 풍선을 부풀림으로써 위 흡수용적을 줄이는 위풍선시술은 대사개선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제외된다.
비만 인구가 전 세계 성인의 13%를 차지한다면, 성인 인구의 10% 정도는 당뇨병을 앓고 있다. 당뇨병 환자의 80% 이상이 과체중 또는 비만이라는 통계와 맞닿아 있을 정도로 비만은 2형 당뇨병을 일으키는 가장 주요한 위험 인자다. 당뇨병은 수많은 합병증을 유발해 삶의 질을 떨어뜨리지만 지금까지 근본적인 치료보다는 대증적 치료를 통해 합병증이 오지 않도록 조절하며 관리해야 하는 질병으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이러한 당뇨병 역시 비만대사수술로 치유 또는 개선될 수 있다. 수술 후 장기간 호전된 혈당 조절은 당뇨 합병증에 의한 기관 손상을 줄여준다. 실제로 최근 많은 연구에서 비만대사수술은 2형 당뇨병에서 매우 효과적인 치료법으로 인정될 뿐 아니라 당뇨병이 없는 고도비만 환자의 당뇨병 발병률을 낮추는데도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종원 중앙대병원 위장관외과 교수팀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에선 731건의 비만대사수술이 시행됐으며, 이 중 56.3%가 위소매절제술이었다. 위조절밴드수술은 위 윗부분을 압력조절이 가능한 밴드로 조여 위 용적을 줄이는 방법이다. 수술은 비교적 쉽지만 체중감량 효과가 다른 수술에 비해 떨어지는 데다 2014년 이 수술을 받던 가수 신해철 씨가 사망하는 사건이 터진 이후 수술 건수가 급감했다. 위소매절제술은 음식 섭취 후 위에서 늘어나는 부분인 대만부(전면에서 바라볼 때 위 왼쪽 부분)를 수직으로 길쭉하게 절제한다.
잘라내고 남은 위장의 모양이 소매처럼 생겼다는 의미로 위소매절제술이라고 부른다. 수술 후 위 용적이 1000~1500cc에서 80~100cc로 줄어 음식을 적게 먹어도 포만감을 빨리 느끼게 된다. 특히 위 대만부엔 식욕 유발 호르몬으로 불리는 ‘그렐린(Ghrelin)’을 분비하는 세포가 많기 때문에 이 부위를 제거하면 식욕이 줄어드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위우회술은 위를 식도 바로 아래에서 30㏄만 남기고 잘라낸 뒤 남은 부위를 소장과 바로 연결시키는 술식이다.
이럴 경우 위에 저장되는 음식량이 줄 뿐만 아니라 음식물이 영양분 흡수를 담당하는 십이지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소장으로 가기 때문에 체중감소 효과가 우수하다. 요컨대 위소매절제술은 섭취제한(restrictive), 위우회술은 흡수제한(malabsorptive)에 중점을 둔다. 비만대사외과학회에 따르면 비만대사수술은 체중을 50~80% 감량할 수 있다.
수술법에 따라 차이나는데 보통 수술 후 6개월간 가장 빠른 속도로 체중이 줄고 최대 2년까지 감소한다. 인슐린저항성이 높아져 발생하는 제2형 당뇨병의 경우 100% 완치까지 기대할 수 있다. 이밖에 고혈압은 62~79%, 수면무호흡증 80~85%, 고지질혈증 60~100%, 지방간 86~90%까지 개선이 가능하다.
최성일 강동경희대병원 외과 교수는 “체중감량 및 당뇨병 개선 효과는 위우회술이 위소매절제술보다 우수하다”며 ”하지만 술식이 어려워 고난도 술기가 필요하고 복통·어지러움·빈맥·저혈당이 동반되는 덤핑증후군, 문합(절단 후 연결)면 누출 또는 불완전 봉합으로 인한 염증·감염 등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환자 상태에 적합한 수술을 선택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하다.
보통 BMI가 45 이상이면서 당뇨병 등 합병증이 동반된 환자엔 체중감량 및 혈당감소 효과가 큰 위우회술, 나머지 환자엔 위소매절제술을 적용한다. 같은 당뇨병이라도 병을 앓은 기간이 길수록, 혈당 수치가 높을수록, 췌장기능이 떨어질수록 위우회술이 적합하다. 반대로 병력이 짧고 췌장기능이 아직 유지되고 있을 땐 비교적 안전한 위소매절제술이 권장된다.
김상현 순천향대서울병원 외과 교수는 “소장 하부에서 분비되는 ‘인크레틴’은 혈액 내 포도당 수치를 높이는 글루카곤을 억제하고 혈당을 낮추는 인슐린 분비를 늘려 당뇨병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위우회술은 음식물이 십이지장과 소장 상부를 거치지 않고 바로 소장 하부로 가도록 유도함으로써 인크레틴 분비를 활성화해 당뇨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만수술은 1952년부터 미국에서 고도비만 환자의 체중감소를 목적으로 시행됐다.
그러던 중 1987년 비만수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는 포도당 대사가 빠르게 개선돼 수술 후 10일 이내에 혈당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당뇨병 같은 대사질환에 대한 치료효과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당뇨병학회는 비만대사수술을 당뇨병 표준치료법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일본과 대만도 10년 전부터 이 수술의 효과를 인정해 보험 혜택을 주고 있다.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 오브 메디신(NEJM)’에 게재된 연구결과 위우회술을 받은 당뇨병 환자 47명 중 11명(23%), 위소매절제술을 받은 환자 49명 중 14명(29%)이 수술 후 5년까지 정상 혈당(당화혈색소 6% 이하, 국내 정상인 기준 4~6%)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혈당강하제 등 약물로 혈당을 조절한 사람은 38명 중 2명(5%)만 정상 혈당을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성일 교수는 “혈당이 잘 조절되지 않고 비만한 사람 중에서도 나이가 젊고 유병 기간이 짧을수록 비만대사수술 효과가 좋다”며 “뚱뚱하지 않고 마른 당뇨병 환자도 혈당강하 효과가 장기간 유지되는지에 대해선 아직 임상근거가 부족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내분비내과 의사는 비만대사수술의 당뇨병 치료효과에 대해 의구심을 내비치고 있다.
한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비만대사수술 관련 임상연구는 대부분 미국 등 서양인을 대상으로 진행돼 한국인을 비롯한 동양인에서의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근거는 부족하다”며 “일부 외과 전문의들은 비만한 당뇨병 환자면 반드시 수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지만 비만하더라도 약물치료나 생활습관 교정만으로 혈당이 조절되는 환자는 먼저 약물치료를 실시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이어 “아직 장기적인 효과를 입증할 근거가 부족하므로 무조건 당뇨병 환자에게 수술을 권유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만대사수술의 또다른 문제는 영양결핍에 따른 합병증이다. 비만한 당뇨병 환자는 수술로 혈당이 조절돼도 수술로 소화기관의 해부학적 구조가 바뀌면서 식이섭취가 제한돼 영양결핍에 노출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빈혈, 골다공증, 골절 등이 발생해 장기적으로 삶의 질이 저하될 수 있다. 이에 비만대사수술 후엔 단기 합병증이 없어도 최소한의 영양소를 보충하는 게 중요하다. 대한비만대사외과학회는 2018년부터 비만대사수술 급여화에 대비해 수술 인증제를 시행해왔다. 인증을 받으려면 조직 내에 외과·마취과·호흡기내과·순환기내과·신장내과·내분비내과·정신건강의학과·재활의학과·가정의학과 전문의, 코디네이터, 영양사, 운동치료사 등으로 구성된 ‘비만대사수술 협의 위원회’를 설치하고 수술실, 집중치료실, 중환자실, 내시경실, 중재 방사선실 등을 마련해야 한다.
환자 교육프로그램과 인증 후 자료수집 체계도 갖춰야 한다. 개인인증도 받고 있다. 조건은 △의사면허와 외과전문의 자격증 소지 △비만대사수술 인증의를 위한 연수강좌 이수 △복강경 위장관수술 또는 비만대사수술 100례 이상 참여 등이다. 인증제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적잖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학회 인증을 받지 않았다고 해서 비만대사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의사의 술기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며 “비만대사수술이 의료계 블루오션으로 자리 잡게 되자 일부 의사들이 주도권을 쥐기 위해 학회 차원에서 인증제를 도입한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