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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일본인보다 비만한 까닭? … 장내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 때문
  • 김광학 기자
  • 등록 2021-11-30 11:23:23
  • 수정 2021-11-30 11: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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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뚱보균’ 피르미쿠테스 비율 높아, 지문처럼 개인 고유 형태 … 대변이식술 등 효과

유산균(lactic acid bacteria),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에 이어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이 의학계와 제약·바이오업계의 핫 아이템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인이 일본인보다 비만이 많은 이유는 장내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 때문이다. 인간의 몸은 10%만 세포로 이뤄져 있고, 나머지 90%는 모두 미생물이다. 


인체엔 약 100조개의 미생물이 공생하고 있다. 평균적으로 한 명의 몸에 1.5~2㎏의 미생물이 서식하는데 이 중 95%가 장(腸)에 몰려 있다. 종류별로 소화기관에 4000여종, 입안에 1300여종이 존재하며 호흡기·생식기·피부 등에도 서식하고 있다.인체 곳곳에서 공생하는 미생물 집단을 ‘상재미생물총(indigenous microbiota)’, 이들의 유전정보 전체를 ‘마이크로바이옴’이라고 한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미생물군집(microbiota)과 유전체(genome)의 합성어로 세균(박테리아),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포함되며 이 중 세균의 비율이 가장 높다.마이크로바이옴에 관심이 집중되기 시작한 것은 15여년 전부터다. 2006년 미국의 제프리 고든 박사는 체내에 미생물이 없는 무균 쥐에게 비만 쥐와 마른 쥐의 대변을 각각 주입해 관찰한 결과 똑같은 양의 먹이를 먹었음에도 비만 쥐의 대변을 이식받은 쥐의 체중이 두 배 늘어난 것을 확인했다.  


대변 속 장내미생물, 즉 마이크로바이옴이 기존의 알려진 연구내용과 달리 소화작용 외에 다른 질환의 발병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음이 처음 밝혀진 것이다.제니퍼 와고 미국 MD앤더슨암센터 교수팀이 유익한 장내미생물이 악성흑색종에 대한 면역반응을 높인다는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국내에선 김유미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가 장내 미생물의 암·비만 개선 효과를 입증하기도 했다.마이크로바이옴은 손가락 지문처럼 고유하며, 사람에 따라 구성이 각양각색이다. 일란성 쌍둥이도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이 일치하지 않아 ‘제2의 게놈’으로 불린다.장내미생물의 대사산물은 면역세포, 내분비세포, 신경세포 등에 작용해 생체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구성 형태에 따라 비만·당뇨병 등 대사성질환, 아토피피부염 같은 면역계질환, 우울증 등 정신질환 등의 발병 위험이 높거나 낮아질 수 있다.장내 미생물의 다양성과 구성 형태는 식습관이나 운동 등 생활·문화와 밀접하게 연괸돼 개인별 차이는 물론 국가별 차이도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한국인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에는 비만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진 ‘뚱보균(피르미쿠테스·firmicutes)’, 일본인은 비만을 억제하는 ‘날씬균(박테로이데테스·Bacteroidetes)’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안성기 대한미래의학회 학술이사는 “마이크로바이옴 구성에 따라 똑같은 식습관인데 비만 여부가 갈리거나, 같은 항암제를 투여해도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며 “위암과 대장암 환자들의 시료를 모아 정상인에게는 있지만 암환자에게는 부족한 미생물을 찾으면 암 정복의 실마리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유산균, 프로바이오틱스, 마이크로바이옴의 의미를 혼동해 같은 의미로 사용할 때가 많은데 미묘하게 다르다. 유산균은 ‘젖산’으로 불리는 락트산(lactic acid)을 생성하는 모든 균주를 통칭한다.프로바이오틱스는 장 내에 머물면서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유익균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기능성을 인정한 것은 락토바실러스 11종, 비피더스(비피도박테리움) 4종, 락토코쿠스 1종, 엔테로코쿠스 2종, 스트렙토코쿠스 1종 등 총 19종이다.


장내세균은 우리 몸에 좋은 작용을 하는 유익균(비피도박테리움·락토바실러스·락토코커스·엔테로코커스 등), 나쁜 작용을 하는 유해균(베이요넬라(Veillonella)·대장균(Escherichia coli)·클로스트리듐(Clostridium) 등), 기능이 뚜렷하지 않은 중립균(박테로이즈·유박테리움 등)으로 나뉜다.유산균은 대체로 유익하지만 그 중에서도 젖산을 생성하지 않는 균주가 있어 ‘유산균=프로바이오틱스’라는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장내 서식하는 모든 미생물군을 통칭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유산균이나 프로바이오틱스보다 훨씬 광범위한 개념이다.또 단지 이름만으로 같은 속(屬)에 속하는 모든 미생물이 유익하거나 유해한 것은 아니다. 예컨대 유산균제제에 들어가는 클로스트리디움 부티리쿰 미야이리 II 588(Clostridium butyricum miyairi II 588)은 혐기성 조건에서 낙산(Butyric acid)을 생성하는 균이다. 


비록 젖산을 생성하지 않지만 유산균의 증식을 도와주기 때문에 유산균 복합제에 종종 첨가된다. 이와 달리 여름철 유행성 식중독을 일으키는 혐기성 세균인 클로스트리디움 퍼프린젠스(Clostridium perfringens)나 독소로 피부주름 개선에 쓰이는 미용제품을 만드는 데 활용되는 클로스트리디움 보툴리눔(Clostridium botulinum)도 같은 클로스트리디움 속의 세균이다.


유산균 제제에 같이 들어가는 바실러스균도 엄밀히 말해 유산균이 아니다. 바실러스속 균은 당화균의 대표적인 균주다. 호기성 조건에서 당을 생성한다. 청국장 메주 김치 막걸리를 제조할 때 흔히 응용된다. 고초균이라고 한다. 


마른 풀이나 볏집에서 자란다. 흔히 우리나라 청국장은 고초균(Bacillus subtilis)으로 일본 청국장이라 할 수 있는 낫토는 인공적으로 만든 변종인 낫토균(Bacillus subtilis var. natto)으로 만든다고 알려져 있다. 바실러스균은 유산균에 비해 열과 산에 상대적으로 강하다.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쓰이는 ‘프리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 유산균에게 영양분을 주는 먹잇감을 의미한다. 유익균인 프로바이오틱스가 장까지 살아서 간 뒤 장기간 서식하려면 먹거리가 필요하다. 


한 해외연구 결과 프로바이오틱스에 제대로 된 먹이를 준다면 한 마리가 하루만에 200억마리로 급속하게 증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질병 예방 및 치료를 위한 ‘바이오마커’로서 마이크로바이옴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미국, 유럽연합(EU), 중국, 일본 등 세계 각국은 자국인의 표준 마이크로바이옴 지도를 만드는 ‘마이크로바이옴 뱅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한국도 장내 미생물 은행 구축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까지 80억원을 투입해 건강한 한국인 대변과 혈액에서 채취한 장내 미생물 자원과 관련 임상정보를 한 데 모으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장내 미생물을 확보해 유전정보를 분석한 뒤 신약, 건강기능식품, 관리프로그램 등 개발을 위해 민간기업이나 연구소에 분양할 계획이다.


마이크로바오옴 관련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시장은 2019년 기준 2억9400만달러로 2023년에는 6억58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의학계에선 마이크로바이옴의 한 영역으로 장내 세균을 이식해 대장염이나 장염을 치료하는 변이식이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내에선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이 대변이식술(Fecal Microbiota Transplantation)을 선도하고 있다. 


대변이식술은 사람의 대변 속 미생물을 내시경 삽입 또는 관장을 통해 환자의 장 속에 뿌려주는 것으로 유럽, 미국, 캐나다 등에선 공인된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는 세브란스병원이 지난해 신의료기술을 신청해 첫 승인을 받았다.


박수정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는 약물로 잘 조절되지 않는 클로스트리디움 디피실 감염증(Clostridium difficile infection, CDI, 병원 원내감염으로 일어나는 설사병의 주된 요인) 장염 환자에 한해 대변이식술이을 시행할 수 있다”며 “대변이식술의 성공률은 80~90% 정도로 높은 편이지만 국내에선 아직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의 부담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유익한 장내세균을 늘리는 방법>


충분한 수면을 취하라

낮의 활동할 땐 근육이나 감각기관에 혈류량을 많이 보내지만, 잠자는 시간엔 다르다. 상처 난 세포를 치유하고 피로물질이 쌓인 조직의 노폐물을 끌어와 정화한다. 


아랫배를 따뜻하게 하라

배가 따뜻하면 유익한 장내세균이 서식하기 편한 환경이 된다. 배가 아플 때 온돌방에 배를 깔고 있거나 뜸 치료를 하면 낫는 것과 같은 원리다.


배꼽주위를 두드려라

아랫배가 차고 소화가 잘 안 되거나 배가 자주 아프다면 주먹으로 배꼽주위를 100번 정도 두드린다. 근육의 긴장성이 올라가면서 온도가 올라가고 위나 장의 운동성도 증가하게 된다.


술을 절제하라

과음은 장내세균의 서식환경을 나쁘게 만들고 아랫배를 차게 만든다. 변이 묽어지거나 설사를 하고, 독한 냄새의 방귀를 많이 뀐다면 음주량을 줄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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