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머크(MSD)의 베스트셀러 PD-1 억제제 면역관문억제제인 ‘키트루다주’(Keytruda, 성분명 펨브롤리주맙 Pembrolizumab)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장절제술 또는 신장절제술 및 전이 병변 절제 후 재발 위험이 중등도~고위험도인 신세포암 환자의 보조요법으로 승인받았다고 1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면역항암제 가운데 처음으로 신세포암 종양이 아직 널리 퍼지지 않았어도 수술 후에 쓸 수 있도록 허가됐다. 이번 승인은 3상 KEYNOTE-564 임상연구에서 키트루다가 위약 대비 무질병 생존기간(DFS)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하고, 암의 재발 또는 확산 또는 사망 위험을 32%가량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난 것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두 그룹의 무질병 생존기간은 아직 중앙값에 도달하지 않았다. 이 임상시험은 2차 평가지표인 전체생존기간(OS)을 산출하기 위해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 초기 연구결과가 나온 지 6개월 만에 전격 승인이 이뤄져 학계도 놀라는 반응이다. 이번 연구결과는 전체 994명(위약 및 키트루다 포함)의 피험자 중 불과 5%만이 사망해 생존기간 연장을 입증하기엔 턱없이 모자라며 다만 현재 암 치료가 초기 단계에서 DFS를 개선함으로써, 다시 말해 종양이 이미 진행되거나 전이되기 전에 제압함으로써 생존기간을 늘릴 수 있다는 가정을 뒷받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하버드대 의대 및 다나파버암연구소의 토니 추에이리(Toni K. Choueiri) 교수는 “수십 년 동안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종종 재발 위험이 있는 초기단계 신세포암 환자를 위해 사용 가능한 보조요법 옵션은 제한적”이라며 “이번 FDA 승인을 통해 펨브롤리주맙은 중대한 미충족 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으며 적절히 선택된 환자를 위한 보조요법 환경에서 새로운 표준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머크리서치래버러터러 임상연구 담당 부회장인 스콧 에빙하우스(Scot Ebbinghaus) 박사는 “키트루다는 특정 진행성 암 환자 치료의 기초가 되며, 이번 승인은 초기단계 암에 대한 키트루다의 4번째 적응증을 추가한다”고 밝혔다.
키트루다는 올해 7월 27일에 삼중음성유방암에 대한 화학요법과의 병용으로 보조요법제, 8월 11일에 진행성 신세포암(RCC) 성인 환자의 1차 치료제로 키트루다+일본 에자이의 티로신 키나제 억제제(TKI)인 ‘렌비마캡슐’(Lenvima 성분명 렌바티닙 Lenvatinib) 병용요법이 승인을 받았다. 2019년 2월 19일엔 완전절제한 흑색종 환자의 보조요법제 등으로 허가받은 바 있다. MSD는 여러 유형의 조기암에 대해 약 20건의 등록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번 승인과 관련, 투자기관인 SVB Leerink 애널리스트리인 다이아나 그레이보수(Daina Graybosch) 박사는 키트루다가 약 12억달러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 시장의 면역항암제 총 기대 매출은 약 34억달러다. 키트루다 출시 이전엔 화이자의 키나제 억제제 ‘수텐정’(Sutent, 성분명 수니티닙 Sunitinib)’이 고위험 신장암의 재발 예방을 목표로 하는 보조요법제로 2017년부터 투여됐다. 그러나 제한된 효능과 큰 부작용 때문에 표준치료가 되지 못했다.
현재 PD-1/L1 억제제는 대부분의 진행성 또는 전이성 암에 대해 승인을 받아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수술을 중심으로 수술 전이나 수술 직후에 투여할 수 있는 초기 단계의 암에 대해 적응증을 승인받으려는 노력들이 이뤄지고 있다.
지난 10월 15일 로슈의 PD-L1 억제제 ‘티쎈트릭주’(Tecentriq 성분명 아테졸리주맙, atezolizumab)는 3상 ‘IMpower010’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FDA로부터 PD-L1 수치가 1% 이상으로 나타난 2~3A기(초기) 비소세포폐암(NSCLC) 적응증을 승인받았다. 또 티쎈트릭은 2022년 1월에 3상 IMmotion010 임상에서 초기 신장암 보조요법제로서 1차 데이터를 내놓을 예정이어서 키트루다와의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나 티쎈트릭은 PD-L1 발현이 1~49% 범위인 비소세포폐암 환자에서 부진한 효능을 보여 의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여전히 의사들은 여러 면역항암제의 성숙한 환자 생존연장 데이터를 기다리면서 비소세포폐암에서 PD-1/L1 억제제가 효과가 있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 Keynote-091로 명명된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임상시험 결과는 내년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