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의 중추신경계질환 및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전문 제약기업 실로스 테라퓨틱스(Seelos Therapeutics)는 척수소뇌실조증(spinocerebellar ataxia, SCA) 치료제 ‘SLS-005’(trehalose 트레할로스 90.5mg/mL 정맥주사제)의 임상시험승인(IND) 신청서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의해 접수됐다고 8일(현지시각) 발표했다. 이날 FDA는 이 신약후보를 패스트트랙 심사 대상으로도 지정했다다.
앞서 SLS-005는 FDA 및 유럽 의약품청(EMA)으로부터 제3형 척수소뇌실조증(SCA3) 치료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된 바 있다. SCA3는 척수소뇌실조증 가운데 가장 빈도 높게 나타나는 유형이다. 임상적으로는 걸음걸이와 자세의 불안정함이 진행되고, 손발 동작의 부조화, 불분명한 언어, 비정상적인 안구운동 등이 나타난다.
마차도-조셉병(Machado-Joseph disease, MJD)으로도 불리는 SCA3는 진행성 중증장애가 수반되고, 증상 발현 후 10~20년 내에 조기사망할 수 있다.
이 회사 라즈 메라(Raj Mehra) 대표는 “척수소뇌실조증은 고도로 파괴적인 신경퇴행성 질환이지만 현재까지 치료법이나 허가를 취득한 약물이 없어 환자들은 증상조절을 위한 물리치료와 대증요법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SCA3를 대상으로 한 표지 개방 임상시험에서 SLS-005가 이미 고무적인 결과를 나타낸 만큼 이를 근거로 글로벌 임상 2b/3상 위약대조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2b/3상은 내년 초에 시작될 것”이라며 “최근 임상시험에 들어갈 개발비용의 자금 조성도 마쳤다”고 덧붙였다.
SLS-005는 실로스테라퓨틱스에 인수되기 전에 이미 SCA3 환자를 대상으로 한 6개월의 표지 개방 2a상 임상시험과 6개월 추적조사를 마쳤다. 2a상에서 14명의 SCA3 환자는 6개월 동안 ‘운동실조 평가‧등급 척도’(Scale for Assessment and Rating of Ataxia, SARA)의 평균점수가 안정 상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6명의 환자들은 12개월 동안 SLS-005를 투여받았고, SARA 점수가 지속적으로 안정된 상태를 유지했다.
SCA3 환자는 치료하지 않으면 12개월 이내에 SARA 점수가 눈에 띄게 증가해 증상이 진행 및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로스테라퓨틱스는 미국 운동실조증재단(National Ataxia Foundation, NAF) 신약개발 협력기구의 창립 멤버다. 이 재단은 운동실조증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결성된 컨소시엄이다.
트레할로스는 포도당 2개 분자가 결합한 저분자량 이당류다. 버섯, 빵, 맥주 효모, 새우 등에 함유된 저장 에너지원으로 보습 유지, 섬유아세포 보호, 지방산 보호, 세포막 보호, 수분 증발 방지 기능을 한다. 의약품으로서는 안구건조증을 막기 위한 점안제로 주로 사용된다. 수용성이지만 차가운 물에는 잘 녹지 않아 따스한 물에 녹여 써야 한다.
이 물질은 중추신경계에서 혈액뇌장벽을 침투해 뇌내 단백질을 안정화하며, 세포에서 불필요한 물질을 제거하는 자가포식(autophagy)을 활성화한다. 트레할로스는 리소좀 및 자가포식 유전자 발현의 핵심 인자인 전사인자EB(Transcription Factor EB, TFEB)의 활성화를 통해 자가포식을 활성화한다. 이는 저장 물질의 병리학적 축적으로 발병하는 여러 질환의 새로운 치료 목표가 되고 있다. 트레할로스는 비정상적인 세포단백질 응집 또는 병리학적 물질 축적 관련 질병의 여러 동물 모델에서 잘못 접힌 단백질의 응집과 병리학적 물질의 축적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레할로스는 아주 단순한 물질이지만 독보적인 기술로 뇌에 도달할 수 있는 게 실로스의 경쟁력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