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비의 계열사인 엘러간은 녹내장, 구강건조증, 혈압강하 용도로 쓰이는 필로카르핀 염화나트륨(pilocarpine NaCl) 성분을 ‘부이티’(Vuity) 안과용 액제 1.25%로 만들어 노안(老眼)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각) 발표했다.
부이티는 이로써 흔히 노화 관련 흐릿한 근거리 시력으로 불리는 노안을 치료하는 안과용 액제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FDA의 허가를 획득한 약물이 됐다.
부이티는 1일 1회 사용하는 처방용 안약으로 동공의 크기를 일시적으로 축소하여 핀홀 카메라 효과(pinhole-camera effect)에 따른 근시 개선을 유도하는 약물이다. 원거리 시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근거리 및 중간거리 시력을 개선할 수 있다. 사용 후 30일차 기준으로 점적(點滴) 후 15분 정도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최대 6시간까지 지속된다.
필로카르핀은 M1 무스카린 수용체(M1R)에 대한 완전한 작용제로서 특정 조건 에서는 M3R에 대한 길항제로도 기능한다. 부교감신경 항진제로서 과거에는 개방각 녹내장에서는 모양체근을 수축시켜 방수의 유출을 증가시켜 안압을 낮추므로 녹내장 치료제로도 활용했다. 하지만 눈동자 축소 또는 시야혼탁, 기관지평활근 긴장으로 인한 천식·기관지염·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의 악화, 협우각 녹내장 악화, 심장박동 변화(심박수 감소, 혈압 강하, 때로는 혈압 상승) 등의 부작용을 일으키므로 지금은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부이티는 ‘pHast 기술’을 적용해 필로카르핀이 동공 크기를 축소하는데 적합한 눈물막 pH가 되도록 신속하게 조정한다. 이를 통해 원거리 시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근거리 시력을 개선하는 효과를 거두게 된다.
임상 3상 ‘GEMINI 1’ 및 ‘GEMINI 2’을 총괄한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마운트플레전트(Mt Pleasant) 소재 워닝안과학연구소의 조지 워닝(George O. Waring) 소장은 “나이가 듦에 따라 수정체의 유연성이 떨어져 가까운 거리에서 초점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가중된다”며 “새로운 노안 치료제 ‘부이티’는 노화 관련 근거리 시력을 관리하는 기존의 방법들에 비해 새롭고, 안전하고, 내약성이 확보된 효과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이티는 경도~중등도 노안 환자들이 1일 1회 점안제로 사용했을 때 원거리 시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근거리 및 중간거리 시력을 개선하고 효과도 신속하고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FDA는 40~55세 연령대 노안 환자 총 750명이 참여한 이들 두 건의 임상시험을 바탕으로 부이티를 허가했다. 부이티는 30일차에 위약 대조군과 비교할 때 저광도(mesopic, in low light), 고 대조도 환경, 양안 교정근시해상도(binocular Distance Corrected Near Visual Acuity (DCNVA) 기준으로 시력표에서 3줄 이상을 더 볼 수 있는 능력을 보였다. 또 투여 후 3시간 시점에서 1줄(5글자) 이상 시력이 나빠지지 않는 교정시야거리정확도(Corrected Distance Visual Acuity, CDVA)를 보였다. 이를 통해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피험자에서 심각한 부작용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의 5% 이상에서 자주 나타난 부작용은 두통과 안구충혈이었다.
애브비의 이사회 부의장 겸 연구개발 담당 사장인 마이클 세베리노(Michael Severino)는 “대부분의 성인이 40세 무렵부터 노안으로 인해 독서용 안경을 쓰거나, 문서를 멀리 놓고 보거나, 폰트의 크기를 키우거나,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며 “FDA의 부이티 허가는 안과치료 영역의 지평을 확대하기 위해 혁신을 계속해온 노력을 평가해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