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의 전국민 접종율이 23일 오후 2시를 기준으로 정부의 목표치인 70%를 넘어섰다. 정부의 접종 목표 계획이 달성되면서 위드 코로나로의 방역 체계 전환도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 추진단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완료자 수는 3594만5342명으로 2020년 12월 말 주민등록인구현황 5134만9116명 대비 접종 완료율 70%를 넘어섰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2월 26일 이후 240일 만에 정부의 목표치를 달성했다.
2차 접종을 시작한 지난 3월 20일 기준으로는 218일 만이다. 최초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으면서 사회적 논란이 일었지만, 접종 시작으로부터 104일 만인 지난 7월 1일 전국민 10%가 접종을 완료한 이후 속도를 내면서 48일 만인 8월 17일에 20%를 넘겼고, 이후에는 15일 만인 8월 31일에 30%를 넘겼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중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긴 곳은 24일 기준 포르투갈·스페인·캐나다·이탈리아 등 한국 포함, 10국에 불과하다. 정부는 “접종 완료율 70% 돌파는 OECD 국가 중 셋째로 빠른 속도”라고 했다.
전 세계 기준으로도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는 나라는 약 30국에 불과하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으로 한국은 지난 7월 말 접종 완료율(13.9%)이 세계 104위에 그쳤지만, 현재는 29위까지 3개월새 치고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접종 완료율 70%를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으로 백신 접종이야말로 코로나 사태를 끝낼수있는, ‘과학에 대한 국민 신뢰’와 ‘자발적인 참여 의식’을 꼽는다. 백신 도입 초기만 해도 혈전·심근염·심낭염 등 각종 희소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컸지만 ‘코로나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불과 1960년대만 해도 소아마비·콜레라 등 각종 질병이 한창 유행했지만 백신 접종으로 현재는 이 질병들이 거의 사라졌다”며 “역사적 경험을 통해 백신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결국 과학에 대한 신뢰가 초고속 백신 접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천은미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이 백신에 대해 갖는 거부감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코로나 사태 초·중반기에 백신 도입이 더 빨리 이뤄졌다면 접종률 속도 역시 지금보다 훨씬 빨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역사가 긴 유럽 국가들의 경우 오래전부터 각종 부작용 사례를 겪으면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률 상승세가 주춤해진 상태다.
하루 최대 100만명까지 백신 접종이 가능한 국내 의료 인프라와 의료진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백신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동네 병·의원(위탁의료기관) 약 1만4000여 곳이 접종에 동참하고 있다.
매년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로나 백신 역시 안전하게 병원으로 운송할 수 있는 것이다. 한때 백신 접종 사전 예약을 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며 접속이 안 되는 ‘예약 대란’ 사태가 있었지만 질병관리청의 온라인 예약시스템도 개선되면서 접종률 제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대기업들이 백신 휴가 도입 등 자발적으로 직원들의 접종을 독려한 것 역시 큰 역할을 했다”며 “민간 경제 주체들의 노력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11월부터 위드코로나 단계적 일상회복 초읽기
25일 정부가 내놓을 ‘단계적 일상 회복 추진안’에는 현재와 비교해 각종 방역 조치들이 파격적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의 개편안에 따르면, 이른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로 불리는 일상회복은 11월 초부터 시작해, 1·2·3단계 개편을 통해 서서히 완화한다. 1단계는 11월 1일 시작되며, 6주 뒤인 12월 중순에 2단계, 다음해 2월쯤 3단계 등과 같이 6주 정도 전환 간격을 둔다는 게 정부 생각이다.
각 단계별로 4주씩 이행을 하고, 이를 평가하는 기간을 추가로 2주 정도 가져 상황을 지켜본 뒤 방역 고삐를 더 푸는 식으로 단계를 운영한다는 뜻이다.
당장 11월 초부터 시작되는 1단계 일상회복에선 식당·카페 등의 영업시간이 풀리는 것은 물론 사적모임 규모도 수도권 지역까지 10인으로 확대된다. 지금까진 수도권 8명(미접종자 4명까지), 비수도권은 10명(미접종자 4명까지)까지 각각 허용했는데, 수도권 지역도 모임 허용 규모를 늘리는 것이다.
접종·미접종 등 접종 구분 없이 10명까지 모일 수 있도록 하되, 식당·카페의 경우엔 미접종자의 이용 규모를 일부 제안하는 방안을 정부는 검토 중이다.
이 같은 사적모임 10명 제한은 일상회복 1단계는 물론 2단계가 시행될 12월 중순부터 1월 말쯤까지 계속 이어나가다, 내년 2월 이후 마지막 3단계 일상회복이 시행되면 이마저도 없애는 게 정부 계획이다.
정부는 이날 공청회에서 나온 의견과 오는 27일 일상회복지원위원회 논의,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등을 거쳐 최종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
미접종자 1000만명 육박…확진자 사망 시한폭탄
하지만 체계 전환을 일주일 앞둔 현재, 전문가들은 아직 풀지 못한 과제가 산적하다고 진단했다. 한국보다 먼저 빗장을 푼 백신 선진국에서 일제히 확진자와 사망자가 큰 폭으로 늘어난 경험을 했다. 이를 반면교사 삼으면서 시스템을 보다 촘촘히 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가장 우려스러운 점으로 지적된 건 국내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가 여전히 1000만명에 육박한다는 점이다. 24일 기준 국내 접종 완료율은 70.1%로 국내 인구 5135만명 중 약 3598만명이 접종을 마쳤다.
남은 인구는 1500만명이지만 이 중 약 500만명은 1차 접종을 완료해 특별한 사유가 없는 이상 2차 접종까지 마칠 인원으로 분류된다. 정기석 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남은 1000만명 중 18세 미만 소아청소년을 제외하면 백신 거부자는 약 500만명”이라며 “이들을 설득해서 최대한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 중 접종을 거부한 약 126만명에 대한 접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 교수는 “지금 늦었다고 생각하는데 늦은 게 아니다. 위드 코로나가 진행되면 백신 접종을 안 맞은 고령층ㆍ고위험군에서 확진자가 많이 발생 확진자 사망 시한폭탄이 되고 있다.